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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78) 화백은 재불작가들의 모임인 '소나무 작가 협회'의 원년멤버이자 초대회장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화가들을 대표한다고 할 정도로 명망 높은 원로화가다. 
30년 소나무의 역사와 함께 한 권 화백은 80이 가까운 고령임에도, 한국과 파리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작품활동 해왔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의 예술정신은 더욱 강건하게 한국에 뿌리를 내린 채 더 깊고 넓게 펴져 나가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장흥에 있는 그의 아뜰리에를 찾았다.
넓은 작업실의 벽면마다 대작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는데, 100호 미만의 작품들은 아틀리에 한쪽에 층층이 쌓여져 있었고 한창 작업 중인 이젤 위에도 그가 평생을 그려온 얼굴 그림이 미완성인 채로 놓여 있었다. 
 
 
프랑스에는 언제 오셨나요?
 
파리에는 1989년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활동 하던 중 아트페어나 FIAC에도 참석한 적이 있고, 스웨덴, 독일 등에도 다녀 봤는데, 체류 기간이 짧다보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직접 살면서 부딪히고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늦은 나이지만, 45살에 떠나왔다. 당시에 파리에 지인들도 조금 있었고, 많이들 가는 추세였기에 결단을 내렸다. 처음엔, 가족들을 두고 몇 년 만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자연스럽게 가족들도 합류하게 되었고,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소나무 활동이 시작되면서 시간이 더 훌쩍 지나간 것 같다.
 
당시,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셨는지.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미술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화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2학년 방학 때 외가에 갔는데, 그 때 중학교 선생님의 특별 지도를 받은 기억이 난다. 경북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대학을 꿈꿨다.
서울대 미대에 들어가서부터는 다른 생각없이 미술의 길을 걸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대학 강의도 하고 10여 년간 한국에서 활동을 했다. 당시 한국이 미술 경기가 좋은 시절이라 화가들이 전업작가라고 해서 학교 강의를 안해도 살 수 있는, 그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됐다.
돌아보면 시간만 많이 가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늘 지금부터 시작이란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인물 작업을 주로 하게된 계기는...
 
그림의 개성이 좀 강했다. 50~60년대에 미국이나 유럽 일본을 통해 액션 페인팅이나 추상 미술 등이 급격히 유입되었고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60년대 후반이 되면서 부터 우리나라 문화, 예술계 풍토가 많이 바뀌었다. 우리 것을 찾자는 운동으로, 문화계에서는 창작과 비평이라는 잡지도 나오고, 당시 사상계와 창비는 대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우리의 토속적이고 민족적인 것 , 아름다움을 찾자는 운동, 저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대학교 졸업할 무렵부터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한국인의 얼굴, 산과 강 등에 전착했다.
특히 한국인의 얼굴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내재된 고통의 시간들을 승화시키는 주제로 시작했다.
서울대학 병원 대합실에 가면 전국의 급한 환자가 밀려 온다. 그곳에 매일 가서,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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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어떠셨는지.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지만, 당시만해도 45세로 젊었으니까 모든 것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다.
미술은 계속 열리고 있었으니까,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자신감이 있었다. 내 주제가 한국적인 것이었으니까 바꾸지말고 우리의 것을 보여 주자는 생각으로 계속 같은 작업을 해왔다. 이 사람들에게는 이색적으로 비춰진 것 같다.
 
예술가로서 파리는 어떤 영감을 주나요?
 
그랑쇼미에르나 7구에서 운영하는 협회가 있다. 당시에 에꼴 데 보자르에 가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때 같이 그리던 사람들중에, 지금까지 30여명이 뎃생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 아마츄어이긴 하지만 수준이 상당히 높다. 한국에서 전업작가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서 놀랐다. 
FIAC 전에 가보고 처음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
프랑스 미술의 전통이 수 백년이 넘는다. 그게 간단치가 않은 것이다.
파리에 살면서,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느끼게 되고 문화적 힘과 전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전시들이 많이 열린다. 책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고, 질적으로 양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갈 수록 느끼게 된다. 빨리 극복해야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책하면서 스스로 를 채찍질 한다.
 
소나무협회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제대로된 화실을 가진 분이 많지 않았다. 파리시나 문화성에서 제공하는 아뜰리에를 가진 분이 몇명 있었다. 그것도 문화계 관계자들과 연결이 되어야 가까스로 얻을 수 있는 것이어서, 인맥이 없는 젊은 작가들은 아뜰리에 구하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나는 가나화랑에서 일부 도움을 준다고 해서 어느 정도 구할 수는 있었지만, 혼자만 작업하기엔 편치 않았다. 
당시에 후배 화가들이 모이는 곳이 있었다. 지금의 소나무와 비슷한 곳이다. Vitry 역 앞에 있는 허름한 창고였는데, 이곳에 30명의 작가들이 있었다. 
프랑스 작가들이 얻은 공간을 한국 작가들한테 일부 나눠준거다. 나도 후배들에게 얘기해서 그곳을 같이 나눠 쓰게 되었고 그곳에서 1년 정도 있었다. 프랑스인들이 얻은 공간이다보니 아무 권한도 없었고 그들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했다.
또 다른 장소, Pantin 이라고 담배공장 같은 곳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지고,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미국 작가들이 주로 있었던 작업 공간이었는데, 원수열 작가가 그곳에 있었다. 남는 공간이 있다고 하여 몇 명이 같이 들어 갔고 이영배 작가도 곧이어 합류했다.
거기에서 한동안 열심히 작업했는데, 또 시에서 재개발해야 한다고 해서 나와야 했다.
지금까지 프랑스 작가나 미국작가들이 정부와 협의해서 시립지 빈 공간을 공동 아뜰리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 한국 작가들도 그렇게 해보자고 의기투합 해서 소나무 협회를 만들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소나무의 창립 멤버는?
 
권순철, 이영배, 곽수영, 정재규 김남용 작가가 주도했고 Pantin에 있던 10여명의 다국적 작가들까지 포함시켜 협회를 구성했다. 만장일치로 내가 초대 회장이 되었고, 협회 이름으로 정부 기관에 편지를 보냈는데, 얼마 안 있어 Issy les Moulinaux의 병기창고가 나온 것이다.
30여년 전이니까, 파리 근교에 빈공간이 많았고 Ivry나 Vitry 등에도 창고들이 많이 있었다.
그때 우리가 매매할 마음도 있었다. 파리 인근 Cournbevioe에 큰 요트 공장이었는데, 얼마 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한채 정도의 가격으로, 사 놓았으면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때마침 Issy les Moulinaux가 좋은 조건으로 나와서 그곳으로 가게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적극 추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Issy les Moulinaux의 병기창고는 국방부 건물인데, 기한없이 들어가게됐다. 공간이 넓어서 여러 업체들이 들어오려고 했지만, 국방부 측의 선처로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준것이다. 월세도 당시 600유로정도로 계약 했는데, 한번도 낸 적이 없고 받으러 온 적도 없었다.
국방부 측에서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예술가들이 작품활동 할 수 있도록 후원한다는 명목이었다. 말하자면 국방부의 문화활동인 셈이다. 우리가 전시할 때 초대장을 보내주면, 국방부 잡지에 실어주기도 했다.
 
거대한 창고라서 처음엔 좀 막막했을텐데, 아뜰리에 공간은 어떻게 작업했나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모두가 아이디어를 냈다. 다행히 조각하는 회원들이 몇명 있었다. 그들이 용접을 잘 하는데, 그들에게 용접을 배워서 같이 한 달 간 작업을 했다. 철근을 사와서 골격을 만들고, 나무 합판을 사다가 붙이고, 전 세입자가 사용하던 비닐을 말려 사용하기도 하면서 마침내 46개의 공간을 만들었다. 
다 만들어 놓고는 남는 공간은 공고를 해서 모집 했다. 한국 사람만 있으면 게토처럼, 마치 소수민족 집단 거주지 처럼 비쳐질 수 있어서 외국인들을 일부 포함한 것이다.
 
소나무 창립일은 언제로 봐야 하나요?
 
몇몇 사람들이 모여 협회를 시작하기로 결의한 것은 91년 8월 22일이었고, 협회 설립 서류를 준비하고 인가가 난 것은 12월 경이었다.
건물이 완성되고 본격 개장을 한 것은 92년 2월 18일이다. 이날을 소나무 정식 발족일로 보면 된다.
창립을 기념해, 소나무 협회(Arsenal) 책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평론가들 7~8명을 초대해 작가들 40명 중에서 좋은 작가들을 뽑아 글을 써달라고 했다. 전시 때마다 이들을 초청하면서 프랑스 미술계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앙드레 쌍티니 시장도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밀접한 역할을 해줬다.
또한 당시 15구에 4년간 전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독지가가 건물을 후원해줬다. 이 공간에서 전시회를 꾸준히 하면서 전성기를 이뤘다.
 
소나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 많은 작가들이 사용하면서도 10여 년 동안 화재가 단 한번도 없었다. 국적이 12개나 있었음에도, 다툼이 거의 없었다.  함께 활동했던 외국인 작가들은 한국 사람들이 인사 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한국식으로 인사를 하는 등 선배들에 대한 규율같은 것을 보고 배웠다.
그래서인지 나를 보면 지금도 어려워한다.
공식적인 이름은 소나무이지만, 아뜰리에 이름은 외부적으로 알기 쉽도록 아스날이라 명명했다. 처음엔 솔, 아리랑 등 한국적인 이름으로 몇 가지를 생각하기도 했다.
 
소나무 협회의 회장은 한국사람들이 계속 했나요?
 
처음엔 한국 사람들이 주로 회장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도 했는데, 역시나 한국 사람들이 해야 질서가 잡히고 무엇이든 추진력있게 진행된다. 프랑스는 좀 개인주의적이라 한번에 모여서 뭔가를 진행 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 회원들도 한국인이 회장을 해야 협회가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중엔 거의 한국인들이 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아스날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처음엔 나가지 말고 버틸 생각도 했었다. 
지금도 13구에 가면 독특한 예술가들의 창고같은 건물이 남아 있다. 그들이 나가지 않고, 버티면서 쟁취한 곳인데, 지금은 도시화된 지역 한 가운데에 명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스날 병기창고는 100년이 넘은 건물이라 너무 오래되고 곳곳에서 비도 새고 화재에도 취약한 곳이었다. 또 그렇게 버틴다고 했을 때 여론도 좋지 않기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시에서 30여개의 아뜰리에(지금의 Arche)를 제공해 주기로 약속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Arche는 세가 좀 비싸다 600유로 정도로, 일반적인 비용이다. 소나무는 60유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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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과제는?
 
사무실과 전시장을 갖춘 공동 작업공간 건립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소나무 작가상도 시작을 했는데 아직 1회 밖에 하지 못했다. 회원중에 한 사람을 선정해 전시회도 해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인데, 정기적인 후원자를 구하고 있다.
 
특별히 후배들에게 한 말씀
 
파리가 사업을 크게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특히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데,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을 잘 성취하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젊은 작가들은 더욱 열심히 하길 바란다. 어렵지만, 그래도 초창기 시절보다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일자리, 미술 시장 형성 등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파리라는 예술적인 곳에 사는 입장에서 한국미술사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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