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젊은 세대를 위한 정치를 강조하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도서 '소프트 파워와 글로벌 문화(Soft power et culture globale)'를 추천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빈센조 치첼리(Vincenzo Cicchelli)와 실비 옥토브르(Sylvie Octobre)는 이 책에서 한국문화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저서는 1997년 금융위기로 타격받았던 한국이 오늘날 연예산업으로 재기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국민 결속의 수단으로 TV 드라마 및 대중음악을 이용해 국내는 물론 일본, 아시아, 전 세계 문화를 정복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어라는 언어적 핸디캡을 가졌음에도 엄청난 성공을 이루고 지난 20여 년간 세계 대중문화 산업에 전례 없던 격변을 일으켜 이제는 글로벌 대중음악을 이끄는 미국, 일본, 유럽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이돌 그룹 BTS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1억 1100만 명이 시청한 역대 최고 인기 드라마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영화계에는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 봉준호 감독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그 자체로도 명작임은 물론 한국의 생생한 창작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힘은 세계 젊은이를 한데 모으는 '한류'라는 대중문화를 발전시켰다고 덧붙였다.
두 사회학자는 한국 문화가 주류로 떠오른 데에는 여러 동력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욕적인 태도, 강력한 산업재벌과 창작사업, 삼성전자를 비롯한 공룡기업, 전문 음반 및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등이 그 예다. 이같이 다양한 요소는 수년 전부터 각자의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서로 손을 잡으며 기적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연예 기획사는 혹독한 스타 양성 사업으로 젊은 세대의 감성을 상품화한다고 부정적인 측면도 언급했다. 한국의 스타들은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성해 배우, 가수, 댄서, 모델 등을 겸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혼합은 인터넷에서 음악과 영상 시청, 게임을 즐기며 문화 활동을 시작한 젊은 대중에게는 매우 적합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한국 대중문화는 유튜브 및 플랫폼을 활용한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예시로 웹툰을 언급하기도 했다.
디지털 문화 또한 이목을 끌었다. 디지털 경제 산업의 성공 사례인 BTS의 <Dynamite>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조회 수 1억 회를 경신한 바 있다. 익명의 다수로 구성된 팬 커뮤니티가 SNS상에서 인플루언서 또는 예술평론가 역할을 하며 선호 그룹의 성공에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는 '참여적 문화'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한국 대중문화는 인터넷의 영향만이 아닌, '콘텐츠' 덕분이라고 분석하며 콘텐츠 분야에서의 한국음악과 드라마가 지난 20년간 높은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 대중문화는 미국 또는 일본 문화가 장악한 글로벌 문화에서 한국만의 이색적인 이미지를 드러냄에도 이미 위의 두 문화를 기반으로 발전했기에 전 세계 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문화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국적인 정서는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작품과 스타, 도리처럼 여겨지는 육체미 추구, 혁신적인 시각효과 등으로 긍정·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로맨스 드라마는 복잡한 심리적 로맨스 속에서 심미성을 강조한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속 수줍음 많은 주인공이 애정 관계를 발전시키는 장면은 적어도 에피소드 10편을 기다려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은 한국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치되는 예라고 하며, 이러한 예외의 지속적인 등장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보다 관용을 원하는 젊은 층은 폭력, 허무주의, 방탕한 삶으로 얼룩진 미국 문화와는 다른, 한국 문화가 그려낸 세계에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중국이 독재 정치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한국은 여러 차례 피식민지 국가였음에도 한 번도 타국을 침략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외신에 놀라움을 안겨줬다.
기사는 두 저자가 이러한 한국의 스위트 파워(Sweet power)를 높이 평가하는 반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단시간에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에서 나타나는 출세주의, 개인주의, 가부장제, 높은 빈곤율, 인종차별주의, 외모지상주의 등은 세계 1위를 기록한 젊은 층 자살률을 일부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저서는 프랑스 내 한류 팬 74명과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해당 팬들은 한국의 어두운 이면에도 불구하고 한류가 삶을 개척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식 모델이 프랑스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전 세계 젊은이를 문화의 세계로 이끌 방안을 마련해준다고 답했다. 한국의 문화는 목표 방향을 설정해 꾸준히 나아가는 점, 인터넷의 영향력을 인지하는 점, 젊은이를 존중하며 민간 기업과 구별되는 국가만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다는 점에서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사는 이러한 모든 사항에서 프랑스가 아직 모호하거나 매우 뒤처진 상태에 있어 젊은 세대가 문화생활과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K-팝 팬덤은 청소년을 위한 문화 정책이 전통문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님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 Le Monde, 프랑스 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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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