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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저녁, 떼아뜨르 샹젤리제에서 펼쳐진 백건우 씨와 3명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회를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어섰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다.
내년 대선 관련 뉴스 채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중 하나, 우연히 백건우 씨의 쇼팽 야상곡이 떴다. 필자가 방금 그의 연주를 듣고 온 것을 유튜브 알고리즘이 알아챈 것일까? 천천히 그가 두드리는 피아노 소리가 쇼팽이 되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한참 듣다가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꿈결에서도 소나기처럼, 폭풍처럼, 울려 퍼졌던 백건우와 3명의 젊은 친구들의 연주가 귓전을 맴돌았다.
 
 
 
연주회 시작 시간이 저녁 8시, 동행한 가족과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파리의 12월은 우기, 겨울비가 내렸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샹젤리제와 몽테뉴 거리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빛나고 있었다. 
 
 
7시 반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일찍 와서 기다리는 예약자들은 대개 한국인이 많았고, 느긋한 프랑스인들은 대개 시작 10여 분 전에 도착했다.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관객들은 고급 와인 빛깔로 물들인듯한 화려한 콘서트장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무대 위에는 웅장한 그랜드 피아노 4대가 설치되어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드디어 연주회가 시작되자, 백건우씨를 비롯한 젊은 피아니스트 3명이 함께 무대에 나타났다. 정중한 관객들의 잔잔한 박수에 이어 연주가 시작되고, 이내 환상적인 피아노의 향연이 펼쳐졌다. 
 
1부 연주동안, 4명의 피아니스트들은 극장 천장을 깨뜨릴 듯 시원하게 건반을 두드리며 관객들을 음악 속으로 몰입시켰다. 4명의 피아니스트, 8개의 손, 40개의 손가락이 사정없이, 무대 위, 천장, 극장안을 때렸다. 4대의 피아노가 마치 4개의 오케스트라인 듯 폭풍처럼 울려 퍼지며 관객들의 심장을 들었다놓곤 했다. 
 
 
1부 연주가 끝나고, 로비에 나가 샴페인 한 잔을 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대부분의 관객들 역시 샴페인 한 잔으로 방금의 감동을 되새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시 2부 연주가 시작되고 (감동의 느낌을 다시 표현한 길이 없어 생략)
 
연주회가 끝났을 때, 동행한 가족이 말했다.
"젊은 피아니스트들은 노트북 악보를 보며 치는데, 백건우씨는 안경을 끼고 종이 악보를 보는게 재밌네요."
 
그랬다. 4명의 피아니스트 중 당연한 일이지만 백건우씨는 흰 머리가 너플너플해 보였다. 역시 올해 75세의 백건우 씨와 30대 안팎의 젊은이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달랐다. 3명의 피아니스트들은 열정적인 연주였고, 백씨는 마치 지휘자인 듯, 차분하고 기품있는 연주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녁 8시 15분에 시작된 연주회가 2시간 후인 밤 10시 15분에 막을 내리자, 프랑스의 유서깊은 음악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샹젤리제 극장 안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수 천명 관객의 박수가 무대 위로 날라가서는 되돌아와 함께 자리 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뭉클하게 꽂히는 듯 했다. 
 
네 명의 연주자들은 무대 위로 나와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가, 이어지는 박수소리에 두 번, 세 번, 네 번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동안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뜨거운 박수세례를 보내고 있었다. 
이번 음악회를 기획한 에코드라꼬레 이미아 대표가 합류, 5명이 무대에서 감동의 인사를 전했고 10여분의 박수세례가 끝난 후에야 사람들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파리의 전설이 되다시피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그리고 이들 3명의 젊은 연주자들이 없었다면, 이 힘겨운 코로나 시국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세모에, 지금 느끼는 것처럼 충만한 행복감과 감동을 가질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저녁시간을 선물해 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선사해 준, 백건우 씨,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참고로,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는 1974년부터 파리에 살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을 돌며 75세의 나이(1946년생)에도 불구하고 쉼없는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음악비평가-애호가들은 그에게 '가장 프랑스적인 한국인 피아니스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0살 때 한국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기록을 세운 후, 15살 때 세계 최고의 음악 사관학교인 쥴리어드 Julliard에 진학했다. 평생 베를린 필-런던 심포니-피츠버그 심포니-프랑스 국립 교향악단-쌩 피터스버그 오케스트라와의 연주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회사 RCA-SONY, DECCA, DEUTCH GRAMMAPHONE 등과 수많은 음반 작업을 가졌으며, 2000년에는 프랑스 문화성으로부터 예술인 최고의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1995-2016 프랑스 북동부 브르타뉴 지방  디나르 Dinard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함께 공연한 3명의 피아니스트 김홍기(30)-김동현(27)-박진형(25)은 음악 신동으로 불리며, 금호 음악 영재 재단 콩쿠르 등에서 어린 나이에 선발되었고, 미국-독일 등에서 공부를 마친 후 세계각국의 콩쿨에서 입상했다. 
현재는 미주-유럽-러시아-중국-홍콩-일본 등을 돌며 연주하고 있다.
 
이번 연주곡은 모챠르트-베르리오즈-라벨 등의 4중주-3중주-2중주 등으로 이뤄졌다.
 
* 음악회를 도운 사람들 : 한국전 참전 유엔군 산하 프랑스 대대 친목회, 한국 해외동포재단, 피아노 임대회사 Juste un Piano, 파리 개선문 옆 Napoleon 호텔, 아시아계 패션회사 blue bell,  ARSHEXA, 한식당 SOON GRILL 샹젤리제 등이 후원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신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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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Ella hy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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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Ella hy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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