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코레디시(여기에 한국이 있다)’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있는 남영호 예술감독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한편 남영호 예술감독의 언니인 남정호 교수가 2월 17일,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오며 국내 검색어 1위가 되기도 했다. 집안의 겹경사를 축하하며 페스티벌 준비로 파리에 올라온 남영호 예술감독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 축하드립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큰상을 받으셨는데요...
감사할 따름이죠.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국 문화를 국외에 널리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해외문화홍보 유공자 12명을 선정하여 포상을 했는데 저도 포함이 되어 수상했습니다.
무용만 하던 제가 한국문화를 알리겠다고 좌충우돌하며 시작한 페스티발이 올해로 6회째를 맞았네요. 자리를 잡는 10회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제 손으로 직접해보자고 다독이면서 행정, 실무에 대한 경험부족도 있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이어 왔는데, 그 절반인 제5회 페스티발을 끝내고 받은 상이라 제게 의미가 커요.
페스티발을 준비하면서는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다시는 하지 말자 싶다가도 페스티발이 끝나면 좋은 반응과 결과들에 또 용기를 내면서 왔는데요. 그에 대한 보상처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라고 힘을 북돋아 주듯이, 여러 의미가 담긴 뜻 깊은 수상입니다.
● 언니인 남정호 교수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네, 언니가 3년 임기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 감독으로 임명되었어요. 1980년 프랑스에서 장-고당 무용단(Cie Jean-Gaudin) 단원으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돌아가 부산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이 설립되었 때 창작과 교수로 옮겨 2018년 정년퇴임을 했어요. 언니는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현대무용단 줌(Zoom)을 창단해 창작 현대무용을 선보이며 활동도 했구요. 오랜 현장경험과 인재양성을 해 온 언니의 삶의 행로가 인정받아 국립 현대무용단 예술 감독으로 임명된 듯해요.
● 언니, 오빠와 함께 세 남매를 ‘트리오 남’이라고 들었는데요?
오빠 남긍호는 프랑스 마르셀 마르소 마임학교를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마임리스트로 활동 중이세요. 한국에서 셋이 공연한 적도 있고, 오빠는 ‘코레 디시’ 페스티발 마임 콜라보 공연에 참여도 하셨죠.
한국에서 저희 삼남매가 처음 공연할 때 저희는 ’트리오 남‘이라 불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금도 트리오 남이라고 불려요.
저희는 사남매로 제일 큰 언니가 국비 장학생으로 프랑스 오게 되어 가족들이 프랑스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어요. 언니는 불문학을 공부하고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과 대한항공에서 일을 하셨어요. 남매들의 기둥인 큰언니가 프랑스에 있으니 나머지 동생들이 프랑스로 자연스럽게 오게 된 거죠. 언니와 저는 한국에서 무용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무용수로 활동을 하고 오빠는 마임을 공부하고 마임리스트로 활동을 하다 언니와 오빠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전 몽펠리에서 무용단으로 활동을 하게 된거죠. 올해 저희 삼남매가 모여 한국에서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3년 동안 예술감독으로 일하게 되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일이 많아질 언니일 테니까요.
● 몽펠리에서 ‘코레디시’페스티발을 시작한 계기는?
1990년에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언니처럼 프랑스로 왔죠. 파리 5대학에서 공부를 2년 하고는 1992년 몽펠리에 시립무용단 무용수로 활동하고, 1999년 ‘몸짓댄스무용단’을 창립해 안무가로, 2007년부터 ‘꼬레그라피(한국을 그리다)무용단’을 운영하며 공연도 하고 안무도 하며 지냈습니다.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몽펠리에서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와 협업을 하는 공연을 했는데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을 때는 제 춤만 선보이는 1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때 만해도 몽펠리에 시에는 한류 바람이 불어오기 전이기도 했던 때로 몽펠리에시는 한국을 모르고, 한국은 몽페리에 시를 몰라, 한국 문화와 예술을 알리며 양국 간의 문화를 알리면 좋겠다 싶어 여러 장르의 한불 협업으로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3년부터 준비를 해서 페스티발을 하겠다고 했을 때 시에서는 놀랐죠. 26년 넘게 무용가로만 알던 시에서는 제가 준비해간 한국 문화. 예술축제 제안서와 프로그램을 보고는 일관성이 있다면서 무엇을 도와줄지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승인을 해주고는 페스티발 개최를 할 수 있게 장소를 무료대관 해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 보람이 크시겠어요?
민간주도형 한국문화페스티벌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한국어 보급까지 확장되었어요. 중학교 두 곳에서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채택하고 올 가을부터는 고등학교에서도 시작될 예정이에요.
이처럼 매년 열리는 축제를 통해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 전통예술에 관심을 표현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정말 보람이 커요.
몽펠리에는 프랑스의 제2의 문화 도시로서 지적 호기심도 높고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고 젊은 층의 인구가 많은 열린 도시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설득이 조금 더 쉬었고, 그만큼 또 질 높은 페스티발을 준비해야 했어요.
첫 페스티발에서 수준 높은 공연으로 인정을 받으며 시에서는 저를 신뢰하기 시작한 거죠. 페스티발을 계속 유지하려면 계속적인 노력으로 신뢰성을 지켜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아쉬운 점은 예산이 부족해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그들에게 계속 무료로 봉사해달라는 것도 무리구요. 그래서 프랑스의 25세 이하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보수를 주는 “service civique (프랑스의 시민자원봉사)”제도를 페스티발에서 활용해 지원 받기 위해 검토 중이에요. 시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젊은이들은 보수를 받으며 일도 할 수 있는 제도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준비 중입니다.
● 그외에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작년에 만화, 음악, 비디오 영상의 콜라보 공연이 오페라극장에서 있었는데 저도 이번에는 춤으로 함께 참여하려고 합니다. 페스티발을 시작하면서 개인 작업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커서 이제는 제 작업도 시도하려고요. 지난 12월에는 한국에서 춤 워크샵 요청이 있어 하고 왔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도 다녀올 예정이에요.
그리고 2월 19일 수요일 저녁에 몽펠리에 시 한 카페에서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소통하는 만남이 처음으로 열려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과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2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한 시간은 한국어로만, 한 시간은 프랑스어만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몽펠리에시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과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프랑스어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카페에서 시작하지만 한국 문화. 예술을 보여 줄 수 있는 전시와 한국말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페스티발은 1년에 한번 열려 일 년 내내 한국 문화와 예술이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어 얼마 전에 몽펠리에 부시장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불가능하지 않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정부의 지원을 위해서도 애쓰는 중입니다. 몽페리에에 ‘메종 드 코레’가 들어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희망을 갖고 행복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남영호 예술감독은 자신의 무용작업을 준비하고, 한국의 문화.예술 복합공간 마련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올 11월에 있을 제 6회 ‘코레디시’페스티발 주제인 `정체성과 뉴테크놀로지`로 프랑스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입양아를 초청할 계획도 있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열정에 놀랐다.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과 신뢰를 통해 이루어내는 성과들에 박수를 보내며, 계획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