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에서 싹 튼 기생충, 미국 오스카에서 꽃 피우다.
설마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됐다.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수상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호명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를 새로이 쓰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기생충’은 이외에도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기생충’은 영화의 탄생지인 프랑스에 이어 오늘날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서까지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세계 영화사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젠 K-무비까지... 도대체 한류의 끝은 어디인가?”
이와 더불어,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 대한민국 한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기생충, 당장 가서 보라"…전 세계적인 신드롬
주요 외신들은 ‘기생충’의 수상에 대해 “세계 영화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오스카의 새 분수령이자 세계의 승리”라고 표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선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며 “헐리우드 전체에 포용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보도했다.
"기생충이 오스카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랑스는 4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빈손이었다" 영화 강국을 자임하는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의 낙담’이라는 표현을 쓰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유력 일간지들도 "봉준호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위대한 승자"라거나, "영화의 역사를 뒤엎은 봉준호 현상은 우리도 못 했던 대단한 성취"라며 찬사를 퍼부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기생충을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며 "기생충 현상이 생겨났다"고 보도했고 미 국무부 대변인도 "기생충은 오스카상 네 개를 충분히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한류가 찾아온 것이 확실하다"며 세계적인 한류 현상을 인정했다.
‘기생충’ 신기록 대행진... 상영극장 다시 대폭 늘어나
‘기생충’은 한국에서 개봉 50여 일 만에 1천만 관객 고지를 밟았으며, 한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스위스·호주·북미·독일·일본·영국 등 67개국에서 개봉했다. 미국에서는 역대 개봉한 모든 외국어 영화의 매출 기록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웠고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지며 상영관이 1,060개까지 늘어났다.
더욱이 이번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의 북미 흥행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의 기록이지만, 정상권을 향해 다시 힘차게 치솟고 있다.
기생충을 상영하는 해외 극장들도 다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현재 상영관 수를 2배 이상 늘려 2천 개가 넘는 곳에서 영화를 틀 계획이다. 영국 배급사 '커존'도 지금보다 4배 이상 많은 400여 곳의 상영관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영했던 50여 개의 국가에서도 상영관을 늘리거나 재상영을 하는 등 ‘기생충’ 신드롬은 더욱 확산되고 있어, 벌어들일 수입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 이제 K-무비까지 수출길 뚫린 한류 콘텐츠 물줄기
K-무비는 K-팝과 K-드라마에 비해 수출 콘텐츠로는 미약했던 게 사실이다. 음악은 언어를 몰라도 정서와 감성을 이해할 수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문화적 정서와 이해가 없다면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안방에서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에 비해 특히 영화가 해외로 수출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돈을 내고 극장에 가 봐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류상품으로서 상품적 가치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그 때문에 K-무비의 한류상품으로서의 합류는 한국문화 콘텐츠의 저변을 한층 더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층에 의해 소비되는 음악이나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훨씬 더 대중적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기록 경신으로 미주에서 K-팝에 대한 관심이 커졌듯이, ‘기생충‘의 선전으로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K-무비가 재평가되어, 미국과 유럽, 전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한류 콘텐츠 수출의 물줄기를 터뜨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열풍 가속화, 문화강국으로 우뚝 서는 대한민국
한류의 확산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한인사회도 기쁨과 감동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BTS로 대변되는 K-팝의 인기와 더불어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한류의 세계적인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과 위상도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생충의 수상은 한류의 열기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소수민족, 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서구사회에서 한류 열풍은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돼주고 있는데, 이는 정치나 경제, 그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강한 무형의 힘 '문화'가 보수적인 서구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한국문화의 위상이 더욱 커지면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기를 원한다.”
그의 바램대로, 세계문화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세계문화 강국으로 우뚝 설 그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에 가슴 벅찬 오늘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