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애도하는 물결은 한국의 모든 매스컴은 물론, 멀리 워싱턴 포스트까지에 이르렀다. '세계 최고령 TV 프로 진행자'로 기네스북(Oldest TV talent show host)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운 그의 일생을 되짚어 보자.
- 최장수 MC 송해 (본명 송복희, 1927년 생)
- 1950년 23살 나이 때 6.25로 고향 황해도를 떠나 월남, 피난 당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다고 회고
- 28살 때(1955년) 악극단 단원으로 데뷔, 지난 66년간 (2022년까지) 코미디언과 방송인으로 활동
- 초기에는 잠깐 등장하는 단역이나 악극단 허드렛 일 등으로 고생. 이때 남산에 가서 투신 자살을 시도했는데, 나무에 걸려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
- 1960년대 MBC-TV에 등장한 코메디 프로 '웃으면 복이와요' 등에 역시 보조 코메디언으로 출연
- 환갑 나이 때인 1988년부터 '전국 노래자랑' 프로를 진행하며 당대 스타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
- 이후 2022년까지 지난 34년간 이 프로를 이끌며 최고 인기 스타 연예인으로 등극
- 2022년 6월 8일 95살 나이로 별세
희곡을 써 보면, 희극을 쓰는 것이 비극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관객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더 힘든 것은 웃음을 선사하는 일이다.
연기자는 더 할 것이다. 징징 우는 연기는 쉬울지 못라도 남을 웃기는 연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뜻이다.
TV도 마찬가지. 방청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진행처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송해 씨는 지난 34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시청자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선물하는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코메디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짧고 굵게 살다 간, 한국과 프랑스 유명 코미디언들이 인생을 추억해 본다.
* 한국 :
- 고 배삼용(1926~2010) : 송해와 같은 세대의 코미디언이자 배우. '비실이'라는 별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송해 처럼 가극단 단역 활동으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다. 1969년 mbc-TV '웃으면 복이 와요'로 폭발적 인기 스타로 등극, TV-방송국들이 그를 출연시키기 위한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그러나 1980년대 군사정권이 코미디를 저질로 몰아 세우면서 방송 출연 금지처분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했다.
이에 개인사업 등을 벌였지만 실패했고, 이어 세번의 결혼 사별 등으로 추락, 미국에 건너가서 새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지만, 이 역시 실패하여 귀국 후 병환으로 병원 생활을 했는데 입원 치료비를 못 내는 등 가난 속에서 살다가 눈을 감았다.
- 고 이기동(1935~1987) : 땅딸이라는 예명으로 197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또한 송해, 배삼용처럼 가극단 출신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인기를 등에 업고 사업에 진출했으나, 큰 실패로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사업 빚을 못 갚아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는 등 추락을 거듭했다. 엎친데 덮친 격, 건강악화로 53살의 나이로 비극적인 인생을 마쳤다.
- 유재석, 강호동, 최양락 등 : 현재 티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스타 방송인들이다. 대선배 송해의 장례식에서 장례위원을 맡았다. 이들은 구세대 코미디언들과는 달리 한 해 수십억~수백억의 개런티를 받으며 인기 가도를 달리는 신세대 코미미언들로 티비-방송계를 주름잡고 있다.
* 프랑스 :
- 띠에리 르 루롱(Thierry Le Luron) : 1952년 생, 한창 인기를 누리던 1986년 3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동성애 연애 때문에 발병한 AIDS. 그는 1970년 18살 나이로 노래자랑 대회에서 우승하며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의 장기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 흉내 내기. 포복절도할 수준으로 프랑스 대통령들을 직격해서 일약 프랑스 최고의 코메디언으로 우뚝 섰다. 특히 그는 남의 목소리 흉내내기의 천재여서, 당시 지스까르 대통령이 깜박 속을 정도였다고.
그의 '대통령-유력 정치인 놀려먹기'는 계속 이어져 시락-미테랑 등을 넘나 들었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전혀 그를 비판하지 않은 점이 과거 한국의 코미디언-개그맨 대접과 차이가 많이 났다.
인기에 버금갈 만큼 돈도 많이 벌었다. 사치스럽고 화려하고 방만한 사생활의 끝은 치명적인 AIDS 합병증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을 콩코드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끄리옹(Crillon)호텔' 스위트 룸에서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떠오르는 새벽 해를 보며 눈을 감았다고 전해진다.
- 패트릭 세바스티안(Patrick Sebastien) : 현존하는 프랑스 인기 코미디언. 송해가 한국에서 누리고 있는 인기와 같은 수준의 티비 진행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953년생으로 올해 69세. 21살 때인 1974년에 연극-방송계에 데뷔했다. 이후 TV프로 사회자로, '띠에리 르 루롱'처럼 유명인의 제스추어나 목소리를 흉내내는 재주로 인기를 끌었다.
스타에 버금갈 만큼 돈도 많이 벌었고, TV사회자를 계속하는 동안 영화 제작-프로 럭비 팀 구단주 등으로 무대 밖에서의 활약도 분주하다.
아마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지만 말년엔 불행하게 살다간, 여느 코메디언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한국의 송해와 같은 프랑스 코미디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파리)】 신근수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