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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바다에서 약 6km 떨어진 베누빌(Bénouville) 마을의 카페 공드레(Gondrée)는 날씨 좋은 날이면 고즈넉한 운하 정경이 바라보이는 테라스에서 느긋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내부는 옅은 회색빛 페가수스 브리지(Pégasus Bridge)가 보이는 창가에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탁자 몇 개가 마련되어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일반카페와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타임머신을 탄 듯 가벼운 현기증과 더불어 독특한 정서에 휘감기는 까닭이다. 

카페 공드레는 단순히 카페이기에 앞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는 순례지이요 기념관이나 다름없다.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로 역사에 각인된 1944년 6월 6일, 독일점령군으로부터 ‘제일 먼저 해방된 집’이라는 굵직한 명함을 지닌 카페이다. 이날 카페주인이 정원에 파묻어 놓았던 샴페인과 포도주를 모조리 캐내어 연합군에게 제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군사적 요새

카페 공드레는 1865년 건축된 집으로, 공드레(Gondrée) 부부가 1934년 사들여 카페를 운영해왔다. 1944년 6월 5일과 6일로 이어지는 밤, 공드레 부부는 첫 총성이 울리자 어린 딸 3명을 데리고 지하로 피신했다. 이어서 이른 아침, 숨 막힐 듯한 긴장감 끝에 영국 제 6사단 공수부대를 지휘한 존 하워드 소령과 운명적인 악수를 나누기에 이른다. 
사실 그 훨씬 이전부터 공드레 부부와 노르망디상륙작전을 치밀하게 구상해오던 영국 연합국본부는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영국은 공드레 부부에게 독일나치군 점령 하에서 지속적으로 카페를 운영해달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캉 운하(Canal de Caen)에 인접한 카페는 독일군의 움직임을 염탐하기에 절묘한 군사적 요새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페 여주인 테레즈는 독일어를, 남편 조르쥬는 영어를 구사했던지라 독일군을 염탐하여 영국에 정보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테레즈는 독일군이 카페근처 두 다리 중 하나를 폭파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시 페가수스 브리지는 단순히 베누빌 다리로 불렀다. 1935년 세워진 개폐식 철교 베누빌 다리로부터 동쪽 500m 거리에는 오른(l’Orne)강이 평행으로 흐르며, 영국해협과 주요도시 캉(Caen) 사이를 흐르는 이 강물에는 랑빌(Ranville) 다리가 놓여있다. 
테레즈 공드레의 정보는 노르망디상륙작전을 치밀하게 구상하던 영국으로 하여금 독일이 폭파하기 이전에 연합군 측이 먼저 베누빌과 랑빌 다리를 접수해야한다는 전략을 세우도록 영향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두 다리는 연합군이 내륙으로 전진하기 위해 국도 514번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 영화이야기 같은 페가수스 브리지

전쟁을 테마로 하는 고전문학이나 영화를 보자면, 적군의 진출을 막기 위해 교량을 폭파하거나 거꾸로 진격을 위한 교량건설은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서스펜스 장면이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도 교량폭파작전이 방대하게 서술된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를 보자면, 음악, 촬영, 영상부문에서 고품격 예술성을 인정받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콰이강의 다리(1957년)’는 교량건설과 폭파를 다룬 대표적인 걸작이다. 
페가수스 브리지의 경우 독일군이 폭파하기 이전에 연합군이 사수해야할 교량이었다. 따라서 D-데이 보다 조금 앞선 6월 5일 22시 56분, 고도로 훈련된 영국 엘리트공수대원을 태운 비행기 3대가 영국을 이륙, 0시 16분, 17분, 18분에 각각 페가수스 브리지 근처에 낙하산 대원들을 비밀스럽게 투하시켰다. 이들의 임무는 두 다리를 접수하여 전후방으로 독일군을 고립시키고 연합군이 내륙으로 진출하도록 길을 터주는 일이었다. 
낙하산공수부대는 0시 30분, ‘햄과 잼’이라는 암호로 두 다리를 접수했다는 신호를 노르망디 앞바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연합군에 교전했다. 이 신호탄을 계기로 스워드(Sword) 해변을 통해 177명 키페르(Kieffer) 프랑스 특공대를 선두로 연합군의 상륙작전은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존 하워드 소령이 지휘한 영국 낙하산부대가 공드레 부부의 집을 접수한 시각은 오전 7시경, 독일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키페르 특공대를 선두로 영국군이 베누빌에 도착한 것은 예상보다 늦은 시각인 오후 4시경. 사상자와 부상자들이 속출했던지라, 공드레 카페는 긴급히 임시 야전병원으로 전환되고 식당에서는 부상자들의 수술이 실시됐다. 이때 테레즈 공드레는 간호사로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부터 20일 후 베누빌 다리는 페가수스 브리지로 공식 명칭이 바꿔졌다. ‘페가수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날개달린 푸른 말의 이름으로, 존 하워드 소령이 이끈 영국 엘리트공수대원들이 착용했던 붉은 베레모에 부착된 휘장이다. 
오늘날의 페가수스 다리는 1944년 당시모습 그대로 재건된 모방품이다. 영국 붉은 베레가 사수했던 베누빌 다리는 현재 페가수스 기념관(le mémorial Pegasus)의 넓은 정원에 그대로 보관되어있다. 
페가수스 기념관은 2000년에 개관했으며, 이때 영국 찰스 황태자와 프랑스 국방부장관이 참석했다. 원조 베누빌 다리를 비롯하여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동원됐던 전차, 무기, 군복 등 소품들이 보관되어있다. 페가수스 기념관은 페가수스 브리지와 운하를 사이에 두고 카페 공드레의 맞은편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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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정부가 감사패를 증정한 역사적인 집

1945년 11월 영국정부는 카페 공드레를 프랑스의 ‘제 1순위 해방된 집’으로 공식 명칭하고, 건물현관에 ‘Pegasus Bridge Café Gondrée’라는 명판을 달았다.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몽고메리 미국 사령관 등 세계적인 스타급 장성들이 랑빌 영국참전용사 묘지를 찾았고, 공드레 부부의 카페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도 카페주인은 샴페인을 무료로 제공했다고 하는데, 이후 영국장교가 카페를 방문하면 공짜로 샴페인을 제공한다는 관례마저 생겨났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에는 샴페인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지만, 여전히 영국인 관광객들과 영국참전용사 묘지를 찾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1954년 카페 현관에 프랑스국기를 비롯한 연합국 국기들이 계양되어 있는 이곳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대사, 장성급 장교들, 정치인들이 줄지어 공식 방문했다.
1984년부터 딸 아를레트가 부모를 이어 오늘날까지 카페를 운영해오고 있다. 아를레트 공드레는 4살 때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를 두 눈으로 지켜보았던 역사의 산증인이다. 
공드레 카페는 1987년 역사유적지로 지정됐다. 카페는 기념관으로서 공드레 가족의 사진, 연합군들의 사진, 상륙작전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된다. 카페내부의 정경을 담은 기념 엽서를 발행했던 회사가 소송에 휘말린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운치 있는 운하를 따라 산책길을 걸어보고, 사연 많은 페가수스 브리지가 바라보이는 카페 공드레의 창가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깊어가는 가을을 즐겨보는 묘미일 것이다. 세계대전 참전용사들과 고인들에 대한 추념이 되살아나는 11월 문턱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를 체험해보는 역사의 현장이다.

☞ 주소/ 12 av. du Commandant Kieffer, 14970 Bénouville 
   
【한국(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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