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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2011.12.22 03:15

고갱의 숨결이 머무는 곳, 퐁타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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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향해 흐르는 아벤(Aven)강물이 바닷물과 합류하는 곳에서 내륙으로 약 1km 지점에 퐁타벤(Pont-Aven) 항구가 자리잡고 있다. 아벤 강물을 따라 걷다보면 누구나 마을정경에 매혹되기 마련이다. 퐁타벤(Pont-Aven)은 ‘브르타뉴의 베니스’라고도 일컫는다.
브르타뉴태생 작가 캉브리(Cambry, 1749-1807년)는 ‘퐁타벤과 그 주변을 에워싸는 정경은 100개 예술적 영감을 일시에 떠오르게 한다’고 칭송했다. 이로부터 약 1세기 후, 폴 고갱(1848-1903년)을 중심으로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퐁타벤파’가 탄생된다. 
지리상으로 브르타뉴는 프랑스의 육각형 모형에서 북서쪽 모서리를 차지하며, 대서양 바닷물과 가장 먼저 접하는 서쪽 귀퉁이는 피니스테르(Finistère)라는 행정도(道)가 차지한다. ‘피니스테르’는 곧 ‘땅의 끝’이라는 뜻이다. 이 ‘땅 끝’과 바닷물이 접하는 해변지대는 원초적인 자연비경을 자랑한다.
피니스테르 도청소제지 겡페르(Quimper)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지점, 퐁타벤은 1860년경부터 미국, 영국인 화가들을 포함한 외지 예술가들을 맞이했다. 이는 퐁타벤이 지니는 독특한 정서와도 연관된다. 지금도 브르타뉴 토박이들은 완고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로 간주되는데, 19세기만 해도 이들은 그들만의 토속어와 토속의상을 고집하며 이방인들에게 폐쇄적이었다. 반면 퐁타벤 주민들은 불어로 외지 방문객들을 친절하게 맞이했다고 한다. 퐁타벤을 ‘브르타뉴의 베니스’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된다. 참고로 ‘퐁타벤’ 마을이름은 브르타뉴 토속어에 속한다.
 
▶ ‘글로아넥 하숙집’

퐁타벤의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려면 아벤 강물에 걸려있는 다리를 건너야한다. 작은 화강암 다리를 건너 광장에 이르면 ‘글로아넥 하숙집(Pension Gloanec)’이라는 커다란 간판과 더불어 이곳에 체류했던 예술가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이 눈에 뜨인다. 바로 1888년 퐁타벤파가 결성된 온상지이다. 현재는 신문, 잡지를 파는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태생 마리-쟌느 르 글로아넥(1839-1915년) 부인이 1860년부터 운영했던 하숙집으로, 1870년경부터는 외지에서 찾아든 화가들의 본거지가 되었다. 1881년 프랑스 대중매체에서도 글로아넥 하숙집을 ‘바르비종을 방불케 하는 곳으로 40여명 영국, 미국인 화가들이 열기 띤 대화를 나누는 장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폴 고갱은 1886년 퐁타벤에 도착하자 글로아넥 하숙집에 여장을 풀며, 반 고흐와 합류하러 1888년 10월 남불 아를르로 떠날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이 하숙집에서 고갱은 젊은 에밀 베르나르(1868-1941년)를 만나 예술적으로 ‘동침’하며, 2년 후에 퐁타벤파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퐁타벤파는 고갱과 베르나르를 중심으로 폴 세루지에, 샤를르 라발, 아르노 세갱, 앙리 모레 등 약 10명 화가로 구성된다. 원색적인 강렬한 색채, 단순화된 형상, 원초적인 색감의 대조를 바탕으로 작가의 감성, 느낌, 상상력을 표현하는 상징주의 혹은 종합주의(Synthétisme) 미술사조이다. 훗날 나비파와 야수파의 모체가 된다.

▶ ‘아무르 숲’과 ‘트레말로 예배당’

아벤 강물을 따라 길게 누워있는 ‘아무르 숲(le Bois d'Amour)’과 숲 언저리의 ‘트레말로 예배당(La chapelle de Trémalo)’은 퐁타벤파 화가들을 매료시켰던 주요장소이다.
울창한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숲 사이로 고요히 흐르는 강물, 그 맑은 강물에 반사되는 나무들의 자태, 구름, 햇살... 웬만한 재능 있는 화가도 숲이 지니는 독특한 정서와 매력을 화폭에 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차라리 튜브에서 바로 짜낸 원색의 보라, 주홍, 초록, 푸른색을 선택하도록 어떤 원초적인 본능에 이끌리게 하는 장소라고 해야할까. 
다음은 이 숲에서 고갱이 훗날 나비파에 합류하는 세루지에게 전했다는 유명한 충고이다 : “저 나무를 어떻게 보십니까? 분명 초록빛이지요. 당신의 녹색 물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색을 칠하도록 하세요. 그림자는 푸른빛을 발하고 있지요? 푸른색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가능하면 가장 강렬한 푸른색을 칠하세요.”
퐁타벤파의 배턴을 1920년대까지 잇는 마지막 주자 에밀 쥬르당(1860-1931년)은 고갱 못지 않게 트레말로 예배당에 깊은 애착심을 갖았다. 그의 화폭 ‘트레말로 예배당’은 차가운 겨울햇살 속에서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강렬한 녹색이 주요색감을 이루며, 성당건물은 보랏빛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갱이 퐁타벤에서 표현하려 했던 현실과 꿈의 세계, 신비스러움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화폭이다.
트레말로 예배당은 평소 문이 닫혀 있지만 혹시 이 안에 들어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수상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갱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꼽는 ‘황색의 그리스도(Le Christ Jaune)’을 비롯하여 여러 종교적인 화폭의 창작모티브가 된다. 16세기 고딕양식의 트레말로 예배당은, 반 고흐의 오베르-쉬르-오와즈 성당처럼, 고갱에 의해 불멸의 성지가 되었다.

▶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거위’

반 고흐와 결별하고 남불 아를르에서 1889년 브르타뉴로 다시 돌아온 고갱은 퐁타벤에서 약 20km 떨어진 작은 해변마을 르풀뒤(le Pouldu)에서 1890년 1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체류하며 왕성하게 그림작업에 몰두했다.
고갱은 1888년부터 1890년 사이에 100여 작품을 완성하는데, 1891년 남태평양 타히티 섬으로 떠나기 전 프랑스에서 보내는 가장 왕성한 창작기간이다. 이 무렵 대표작들 ‘황색의 그리스도’,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바닷가의 브르타뉴 여인들’ 등은 르풀뒤에서 완성했다.
특히 고갱이 르풀뒤의 마리 앙리 부인이 운영했던 여관에 체류하며 식당의 석회질 벽에 그린 유화 ‘거위’가 뒤늦게 화제를 낳고있다. 제작된 지 거의 1세기만에 햇볕을 보게된 걸작이기 때문이다. 르풀뒤의 여관주인 마리 앙리는 당시 고갱의 예술세계를 이해했던 후원자이며, 화가는 숙식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대신 식당을 장식해준 것으로 추측된다. 이 벽화작품은 하마터면 소멸될 뻔했다가 1999년 3월 겡페르 보자르 박물관에 소장되는데, 이때까지 ‘거위’는 고갱 못지 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보내야했다.
명암이나 입체감의 표현 없이 단순한 색채와 선으로 그려진 ‘거위’는 첫눈에는 단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화가의 강렬한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긴 예사롭지 않는 거위임을 곧 느낄 수 있다. 거위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쳐들고 주인의 숨결이 서려있는 브르타뉴의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대지를 향해 앙증맞게 발걸음을 떼어놓을 것 같다
고갱은 1894년 4월에서 11월까지 퐁타벤의 글로아넥 하숙집에서 다시 머무르는데, 남태평양 마르키즈 군도 이바오아(Hiva Oa) 섬에서 생을 마치기 전 퐁타벤에서의 마지막 체류가 된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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