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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 손가락 - 국가기관 2012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

2012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그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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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 손가락 - 국가기관 2012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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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인물

  • 원세훈 전 국정원장
  • 김모 전 국정원 직원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 채동욱 전 검찰청장
  •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
  • 김관진 국방부 장관
  •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주요 조직연루도

국정원
경찰
검찰
국방부

국정원에서 시작된 선거개입 정황

2012년 12월 15일 제18대 대통령선거 D-4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1.6%의 지지율로 문재인 후보(48%)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국정원녀 김씨의 ‘댓글 작업’

국정원은 왜, 그리고 얼마나 인터넷과 SNS 공간에서 활동한 것인가.

국정원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불거진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의혹에 상황은 긴박해졌다. 12월12일 오후 3시50분. 민주당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스타우스 오피스텔 관할 경찰서였다.
접수 다음날인 13일 오후 2시40분쯤. 경찰과 선관위 측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이동식 저장장치를 제출할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다. 김씨는 경찰청에 컴퓨터만 건넸다. 임의제출 형식이었다.
컴퓨터를 건네기 전 김씨의 손가락은 분주했다. 이날 새벽, 김씨는 자신이 '여론 공작'을 벌인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의 아이디 등이 기록된 메모 파일을 삭제했다.
“밖에서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삭제도) 전문적인 툴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휴지통에 버린 것입니다. 무방비 상태로 공개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9월 23일 원세훈 5차 공판 증인 진술)
김씨의 증언은 거짓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은 “김씨가 일반적 복구가 불가능한 삭제 방식인 ‘오버라이트’를 썼다”고 밝혔다. 김씨는 무엇을 숨기려고 했을까.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가린 김씨가 수서경찰서에 출두했다.
다섯 시간 조사를 받은 뒤, 그는 취재진에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너무 억울합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댓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적 중립을 지켜온 저와 국정원을 왜 이렇게까지 선거에 개입시키려는지 너무 실망스럽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내 인생은 너무 황폐화됐습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김씨를 감쌌다. 16일 저녁,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김씨에 대한 동정심을 나타냈다. “2박3일동안 밥도 물도 못 먹게 감금하고 부모도 못 만나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입니다.” 그는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을 주장하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인정사정도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토론이 끝난 12월16일 밤 11시19분. TV화면에 뉴스 속보가 타전됐다.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 발견 못해”
서울경찰청 지시로 수서경찰서가 배포한 중간수사 보도자료였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보도자료에는 “하드디스크 저장 정보를 수십개의 검색어로 검색했으나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혀있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힘을 잃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당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불씨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축하의 물결 속에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3일. 불씨가 되살아났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찬·반’ 댓글 99건을 달았다.”
서울수서경찰서가 기존의 중간수사 발표를 뒤집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댓글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김씨는 말을 바꿨다. 당초 “국정원 직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그는 “댓글을 달지 않았는데 감금을 당해 억울하다”고 말을 바꾼데 이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1월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그는 “선거법이나 국정원법을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한 점의 부끄럼도 없다”고 했다.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김씨의 댓글작업은 경찰 수사결과 다음과 같이 드러났다.
그는 2012년 8월 말부터 12월10일까지 아이디 16개로 특정 사이트 게시글 269개에 288차례에 걸쳐 추천이나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 가운데 대선 관련 게시물은 94개(99차례)였다.
김씨는 자신의 활동이 북한의 선전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2012년 11월5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무상복지는 복지 포퓰리즘” “복지포퓰리즘은 북한에서 상당히 자주 이슈로 삼는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연히 북한 선전선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북한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어떤 선전선동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원세훈 5차 공판)
같은 달 20일 그는 보배드림 사이트에 “목숨 걸고 금강산 갈 수 없잖아요. 금강산 관광 중단 책임이 누구에게”라고 올렸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약한 다음 날이었다. 김씨는 “특정후보 공약에 대해 아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이 아니었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작은 확인된 것만 121만건. 조직적 활동이 아니면 불가능한 분량이다.

김씨가 속한 ‘국정원 심리전단 3팀 5파트’에서 일하는 직원 이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원장의 지시 사항이 사이버 활동 주제에 포함돼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1순위다. 당연히 원장님 지시 사항이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그 내용을 주로 하는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여기서 ‘원장님의 지시강조 말씀’은 ‘이슈와 논지’라는 문서로 e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여기에 ‘조직적 개입’이라는 혐의가 있다.

이 개입은 언제부터, 어떤 배경에서 출발하는가.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을 보자. 원 전 원장은 2008년 2월부터 1년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뒤 2009년 2월 12일 제30대 국정원장에 임명돼 2013년 3월21일까지 국정원장으로 일했다.
원 전 원장이 인터넷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 공소장에는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출범 초기인 2008년 5월경부터 무려 4개월간 지속된 ‘광우병 촛불 사태’에 직면해 국정 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정부 당국은 국론분열의 획책을 목표로 국정 흔들기를 시도하는 세력들이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선전·선동을 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켰고 그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일반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원 전 원장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의 추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 전 원장은 관련 조직의 몸집을 불렸다. 2009년 3월 국정원 심리전단을 3차장 산하 독립부서로 편제를 바꾸고 사이버팀을 2개 팀으로 늘렸다. 2010년 10월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안정적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여기고는 다시 사이버팀을 3개로 다시 늘렸다. 그리고 2012년 2월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팀을 4개팀 70여명으로 확대했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발췌본)다운로드

“세종시 등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 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2010.1.22)

“좌파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문제는 한정된 재원 하에 정작 지원해주고 개선되어야 할 여타 분야를 간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포퓰리즘적 허구성을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함”(2010.1.19)

“지방 선거도 이제 있고 좌파들이 여기 자생적인 좌파도 아니고 북한 지령받고 움직이는 사람들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서…”(2010.1.22)

“8.24 주민투표와 관련,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누구나 참여하되, 각자의 의견은 투표로 보여주면 되는데 현재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허용되는 것은 매우 잘못”(2011.8.22)

“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됩니다” (2011.10.1)

“특히 우리의 경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연말 대선도 예정돼 있어 적과 종북 세력들이 남남 갈등 조장은 물론 주요 국정 성과 폄하를 위해 준동하고 있는 상황임. 이들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각 부서가 관련 현안에 대해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여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고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임”(2012.1.6)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은 당당하게 하되, 사소한 일에서 물의 야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람”(2012.11.23)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은 ‘국정원장→3차장→심리전단장→각 팀장→파트장→직원’으로 지휘 구조를 가지고 이뤄졌다. 검찰이 제시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즉 ‘이슈와 논지’라는 지시를 받아 실제 활동에 나섰다.

인터랙티브 그래픽: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도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트위터글

2013년 10월. 검찰은 국정원이 트위터에 5만여건의 글을 유포했다고 발표했는데, 11월 추가 조사를 통해 그 숫자는 121만여건으로 늘어난다. 당초보다 무려 20배 넘는 숫자가 확인된 것이다. 이같은 SNS 공작을 담당한 파트는 심리전단 5팀이다. 원 전 원장의 공판기록을 살펴보면, 5팀을 신설한 까닭은 “종북 세력의 트위터 선동 대응”이라고 한다. 이 팀의 소속 직원 22명이 2600여개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2011년 1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정치 관련 글을 유포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에서 드러났다. 이 중 대선 관련 트윗은 64만여건이었다.
대선이 가까워진 시기에 국정원 직원들은 특정 후보의 정책에 대한 비판 또는 지지를 넘어, 야권 후보들의 개인 신상에 관한 ‘찌라시성’ 허위 사실이나 인신 공격도 유포했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이들은 안철수 후보의 불륜설, 문재인 후보의 비리연루설 등을 트위터를 통해 퍼뜨렸다. 반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업적을 미화하고 대통합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국정원은 언론도 활용했다. 30여개 인터넷 언론사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특정 기사나 사설을 써달라고 청탁한 뒤 해당 언론사가 이를 올리면 트위터를 통해 퍼날랐다. 해당 언론사 대표들에게는 명절 때마다 선물 등을 보내며 챙겼다.

작업은 비밀스럽게 이뤄졌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이슈와 논지’라는 지시를 받아들고 강남 지역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루 3~4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 목록은 상부에 제출했다. 이렇게 한 달 간 ‘손가락’을 분주하게 놀리면서 1200~1600건의 글을 올렸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이들은 작업장소인 카페를 일주일 단위로 옮겨 다녔다. 카페에 들어가서는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도 일주일 단위로 지웠다.

이는 명백하게 국정원법을 위반한 활동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독재자의 입맛대로 1960~70년대 공작정치를 주도하며 악명을 떨쳤고, 국가안전기획부는 1980~90년대에 광범위하게 국정에 관여하며 여러 문제를 낳았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표적 정보기관이 국가안보 기능에만 충실하도록 규정한 건 이 같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기본권 보장과 의회주의 및 책임행정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반성에서 나온 개혁이었다.
법에 따라 국정원은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제공 및 안보 범죄 수사로 활동 범위가 명확하게 제한돼왔다. 정치관여죄도 명문화했다.
국정원이 정당 활동이나 정치적 여론 조성, 정치자금 모집, 선거운동 등에 관여할 경우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도록 했다.
그런 국정원이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했다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민주주의 시계가 1990년대 훨씬 이전으로 역행한 사건인 셈이다.

2013년 9월 23일 ‘원세훈 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 김씨에게 판사는 묻는다.
“증인이 올린 글을 보면, 상당히 친정부적이고 야당에 반대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비록 내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또는 국정 성과를 폄훼하는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상 이런 활동을 할지라도, 절대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그런 지침도 많이 내려왔는데 일관되게 이렇게 정부 정책이 옳다, 국가가 잘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했나.”
김씨는 답했다.
“업무에 따라서 정치적 고려는 없었고 북한이 선전선동하는 것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응했습니다.”
원 전 원장의 변호를 맡은 이동명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나온 증인 중에서 김씨가 제일 똑똑하다”라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그래픽 : 국가정보원의 5대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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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강화

경찰, 수사방해

오피스텔 607호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대치를 벌이던 2012년 12월 12일 오후

2012년 12월 14일. 제18대 대통령선거 D-5

2012년 12월 15일. 대선 D-4

오피스텔 앞에서 진치고 있는 민주당 당원들

수사를 담당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피스텔 607호 사건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마세요.”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었다. 김 청장이 말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내사사건이라는 점과 검찰에서 영장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었다.
권 과장은 이후 재판 증언에서 “2005년 경찰에 입문한 후 7년동안 수사과장 업무를 수행하며 지방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신청 내지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지시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영장을 신청하지 못했다.

13일 오후 2시40분쯤. 수사팀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정원 직원 김씨로부터 컴퓨터를 건네받았다. 당초 경찰과 선관위가 요구했던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는 받지 못했다.
그나마 받은 컴퓨터에서도 핵심 정보들이 지워진 상태였다. 김씨가 '여론 공작'을 벌인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오늘의 유머'의 아이디 등이 기록된 메모 파일을 삭제한 것이다.
김씨는 “전문적인 툴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휴지통에 버린 것”(2013년 9월 23일 원세훈 5차 공판 증인 진술)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김씨가 한 삭제방식은 일반적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복구프로그램 ‘인케이스’는 서울지방경찰청만 갖고 있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 컴퓨터를 맡겼다. 삭제파일을 복구하고, 인터넷 접속기록을 확인하고, 저장정보를 검색하는 디지털증거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수서경찰서는 분석이 끝나는 대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ID와 닉네임 자료 등 자료 일체를 보내줄 것도 요청했다.
서울청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권은희 과장은 이때 만 해도 알지 못했다.

국정원녀 양쪽 형사 끼고 조사받는 모습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이 단서를 포착하는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노트북 내 삭제 파일을 복구하자 문서 파일 1개가 나타났다.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커뮤니티의 운영방식, 베스트 게시물의 선정을 지원하거나 저지하는 방법, 그리고 3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기록돼 있었다.
이들 아이디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 작성, 찬반 클릭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의 인터넷 주소도 적혀 있었다.

분석팀은 이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인터넷 게시글들을 확인하고, 이와 연계된 아이디와 닉네임 10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를 통해 국정원 직원 김씨가 오유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에 수만 차례 접속한 사실도 확인했다.

증거분석이 속속 이뤄지던 12월14일 오후 4시. 서울청에서는 증거물인 컴퓨터의 분석 범위를 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 날은 예외적으로 김병찬 서울청 수사2계장도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 직원은 ‘10월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 글에 한정한다’는 조건으로 컴퓨터를 제출했으니, 이걸 초과해서 분석하면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장과 분석팀장은 의견을 수용했다.

새벽. 디지털분석조사실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ID, 닉네임 등이 속속 발견되자 분석관들은 “이제 분석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박수를 쳤다. “고기를 사달라”며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도 있었다. 분석관들이 확인한 정치-선거 자료 출력물은 분석종료 시점에는 100여 페이지에 육박했다.

이날 오전,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디지털증거분석팀의 수사결과 내용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김 청장은 수사부장, 수사과장, 수사2계장에게 “수서서에 분석 결과를 넘겨주거나 알려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보안’이 이유였다. 김 청장은 “국정원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발표 방안을 강구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보고된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며 보고서를 손으로 작성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2012년 12월 16일. 대선 D-3일

김용판 청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서울청은 그 뒤 청장의 지침에 따라 수사결과 브리핑 준비에 착수했다.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ID와 닉네임에 대해서는 여러 개가 발견된 것을 밝히지 않고, ‘국정원 직원의 것인지 모른다’는 내용으로 대응키로 입장을 정했다. 수사 단서가 되는 검색어도 대폭 줄였다. 당초 증거분석을 의뢰한 수서서는 ‘대선토론’, ‘단일화’, ‘이정희’, ‘안철수’, ‘종북’, ‘통합진보당’ 등 총 100개의 키워드를 검색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서울청은 키워드를 4개로 제한했다. 범위를 초과한 내용은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새벽 1시.
서울청 디지털분석조사실은 어두운 분위기였다. 힘껏 열어 제낀 상자가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판도라의 상자’라는 사실을 안 분석관들은 걱정했다. 전날의 들떴던 분위기는 오간 데 없었다.
“북한 로켓 관련 글들…이것은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겁니다.”
“나갔다가는 국정원이 큰일 날 거예요.”

2012년 12월 17일~18일, 대선 임박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1.6%의 지지율로 문재인 후보(48%)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2013년 1월 31일

사흘 뒤. 2013년 2월 3일

이튿날. 2013년 4월 19일

이날 오후, 김용판 서울청장은 수서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건다.
“곧 디지털증거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바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의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직후, 뉴스속보가 타전됐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의 일이지만, 검찰은 이 보도자료를 “허위 보도자료”라고 김용판 전 청장의 공소장에 명시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해” 만든 자료로, “정치운동 금지규정을 위반하고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수사공보를 하게 함으로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청은 수서서에 수사자료를 주지 않았다. 수서서는 중간발표에서 빠진 40개의 ID, 닉네임과 함께 일체의 분석 결과물을 보내달라고 서울청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증거 분석 내용이 노출되고 국가안보에 위해가 초래된다” “사회의 혼란이 커진다” 등의 이유였다.

수서서는 초조했다. 대선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거듭된 요구에 서울청은 18일 오후 7시쯤에야 분석 결과 일부를 보내왔다. 자료를 받아든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은 ‘깡통’이라고 말했다.(권은희 과장 증언)
19일 0시. 수서서 수사팀은 서울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요청했던 ID와 닉네임 자료 등을 건네받은 것은 대선 당일에서였다. 진상을 밝히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권은희 당시 수사과장은 이 때를 “잃어버린 5일”이라고 말했다. 당초 서울청 분석팀이 확인한 정치인-정당 관련 게시글 및 찬반 클릭 자료는 분석종료 시점에 100여 쪽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16일 밤 모두 폐기돼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았다.(검찰 수사결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3년 1월 3일.
서울수서경찰서는 기존의 발표를 뒤집는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찬·반’ 댓글 99건을 달았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댓글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는 정부 출범의 분위기에 휩싸여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국정원 직원 ‘한 명’의 ‘일탈’은 대선 결과를 움직이기에는 가벼워보였다.

한 매체의 보도가 전환점을 찍는다. “‘오늘의 유머’ 웹사이트에서 사용된 김씨의 아이디 11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이들 아이디로 91건의 게시글이 작성됐고, 다른 사람이 쓴 글에 244회에 걸쳐 찬반 표시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었다. 대선 토론 직후의 경찰 발표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논란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지휘서를 작성했다. 국정원이 18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충분히 의심된다고 적시했다. 김씨 등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에서 66개의 아이디로 작성한 384건의 글 중 선거 관련 글이 60개에 달하고, 14건은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 등 야당 후보와 야권 등을 직접 반대하는 글이었으며, 댓글 및 게시글에 대한 찬반 클릭행위도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이었다.

권은희 과장은 수서경찰서에서 송파경찰서로 발령이 났다. 서울청은 경정·경감급 정기 인사이며 인사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석연찮았다.

우려대로 권 과장의 수사지휘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가 송파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후 후속 수사팀은 수사지휘서를 묵살하고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국정원 직원들이 게시한 글이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수사 축소를 위한 전보 조치”이며 “국정원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권 과장을 찍어낸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경찰은 4월 18일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활동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법상 정치중립의 의무를 위반했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내부고발을 감행한다.

“서울지방경찰청 뿐 아니라 경찰청으로부터도 (압력) 전화를 받았다.”
“경찰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김○○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
“수사 내내 서울청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 (경향신문 인터뷰 중)

경찰의 수사축소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기에 터져나온 ‘양심 발언’이었다. 권 과장은 “경찰청에서 전화가 와 언론에 난 수사 관련 기사에 대해 추궁 받았다”며 “서울청의 의도적 수사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19일.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청문회.
권은희 수사과장은 당당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국정조사에서 사상초유로 ‘증인선서’를 거부하며 비겁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거짓말 했다.”
“(서울청의 12월 16일 수사결과 축소 발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권 과장에게 단순히 ‘격려전화’를 했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에 대해 권 과장은 거침없이 반박했다.
“거짓말입니다.”
같은 날 경찰이 댓글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적인 목적이었음이 분명하다. 불충분, 객관적이지 못하게 공직선거법 혐의 자료를 모조리 빼고, 은폐하고 축소해서 발표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부고발을 감행함으로써 국정원 대선개입의 혐의를 공론화한 권은희 과장은 2014년 1월 총경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원 사건의 진실 폭로를 겨냥한 치졸한 보복이자 탄압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경향신문 2014년 1월 11일자 사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검찰

2013년 4월 18일

2013년 6월 14일

2013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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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 관련 17~18일 검찰상황

채동욱 검찰총장 마이크 앞에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석달 째인 2013년 4월 4일. 채동욱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새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검찰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한 상태였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정치적 수사, 사상 최악의 검란으로 인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일선 검사들의 뇌물과 성추문 스캔들까지.
신임 채 총장은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전력을 다했다. 성역은 없었다. 그의 진두지휘 하에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추징 완수, 이명박 정권과 연계된 원전비리 수사, 4대강 담합의혹수사, CJ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 수사 등이 착착 진행됐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혐의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최고 통수권자 권력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있는 사안임에도 ‘채동욱 검찰’은 ‘원칙’을 견지했다.

검찰은 수서서에서 넘겨받은 사건의 허점을 정공법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수사팀장으로 12명의 검사, 14명의 수사관, 27명의 디지털감식요원이 투입된 수사팀이 구성됐다. 4월 30일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서울지방경찰청 및 주요 인터넷 사이트 14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27명을 출국금지하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집는다. 국정원이 심리전단을 이용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벌인 혐의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채동욱 검찰’의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외압’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검찰이 원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진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는 사실상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2주일을 버텼다. 그렇게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6월19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국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되 공직선거법 혐의를 적용 기소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이 때부터 채 전 총장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이 정가에 공공연하게 돌았다. 여권 실세의 이름이 등장했고, 이들이 “채동욱을 찍어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원세훈과 김용판에 대해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야권에 장외투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도 들렸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
조선일보는 1면 톱 뉴스로 “채 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의혹’도 아니고 ‘알려졌다’도 아닌, 확인된 사실을 전하는 단호한 문장이 정국을 흔들었다. 그가 10여년 간 한 여성과 혼외관계를 유지하면서 아들까지 얻은 사실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2013년 9월 13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사상초유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규명’ 지시를 내렸다.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게 이유였다. 감찰지시 발표 후 30분 만에 채 전 총장은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지난 주부터 청와대로부터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인사권자의 뜻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나가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채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검 간부들에게 한 말은 청와대의 ‘찍어내기’설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게다가 9월 27일 법무부가 내놓은 ‘진상규명’은 정황과 전언일 뿐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채 전 총장을 망신시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명분 쌓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2013년 9월 30일. 채 전 총장은 퇴임하면서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서울 서초구청에 부탁한 조모 청와대 행정관의 배후를 캐고 있다. 관련 수사는 2014년 1월 현재 진행 중이다.

2013년 10월 17일 오전 7시.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3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트위터에 정치와 대통령선거 관련 글을 올렸던 심리전단 5팀 소속 직원들이었다. 직원 1명은 현장에서 도주했다.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알지 못하게 극비리에 이뤄진 수사였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6시 10분. 윤석열 팀장이 직무에서 배제됐다. 검찰 수뇌부의 결정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거대한 추가의혹이 드러나는 찰나, 수사를 이끌어온 팀장이 잘린 것이다.
검찰은 상부에 사전보고 없이 체포,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체포 절차도 위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은 수사팀장 찍어내기가 함께 이뤄지면서 검찰 안팎에 많은 충격을 던졌다.
같은 날 오후 9시. 체포됐던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의 이의제기로 차례로 석방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수사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튿날인 18일 오전, 국정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글 5만5689건을 트위터로 유포한 혐의를 추가해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국정원의 온라인 선거개입 내용으로 알려졌던 게시글 1970개, 찬반클릭 1711회와 비교할 때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의혹이 강력한 혐의로 굳어질 만한 수치였다.

이처럼 윤석열 지청장이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검찰 상부의 미적지근한 태도 때문이었다. 윤 지청장은 시간을 끌면 수사상황이 유출돼 외압이 들어오거나 수사가 무산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검찰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2013년 10월 20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작심한 듯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할 때부터 외압이 있었다. (17일) 국정원 직원 체포, 압수수색에 앞서 15일 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집으로 수사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들고 가 보고했다. 조 지검장이 격노하며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내가 사표를 쓰거든 수사하라’고 말했다. 지검장을 모시고는 더 이상 수사를 끌고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전보고 없이 압수수색과 체포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수사를 책임져야 할 분이 보고를 받고도 전혀 못 받은 것처럼 언론플레이 하는 것은 법원에 제기된 공소를 취소시키기 위한 과정이 아니냐.”

“체포된 국정원 직원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들이 ‘진술하지 마라. 진술하면 (국정원법 위반으로) 고발될 수도 있다’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지시를 반복 주입했다.”

“(외압이 황장관과 관련있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 공직선거법 의율하는 것과 관련해 법무부에 보고서를 내고 설명하는 과정이 2주 이상 걸렸고 그 기간 수사팀은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수사팀을 힘들게 했다. 수사하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당하거나 합당하지 않고 도가 지나쳤다고 느낀다면 외압이라고 느낀다.”

2013년 11월 15일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지청장 보고는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겠다고 언급했을 뿐 재가하지 않았다”며 윤 지청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그를 수사팀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윤 지청장의 보고는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 지청장에게 ‘사실상 항명’이라며 징계를 청구했다. (2013년 12월 19일 그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에 이어 윤석열 특별수사팀장까지 찍혀나간 상황에서도 ‘특별수사팀’의 국정원 대선개입 파헤치기는 멈추지 않았다.

수사팀은 국정원 트위터 선거개입 글 121만여건을 추가해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수사보완을 요구하며 승인을 미뤘지만 수사팀 검사 전원이 “그럴 경우 집단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끝에 공소장 변경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4년 1월 10일 서울중앙지검 부장급 검사들을 한꺼번에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팀을 모두 교체했다. 윤석열 전 팀장(여주지청장)은 대구고검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부팀장을 맡아온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도 대전고검으로 밀려났다. 수사를 접으라는 노골적인 신호로 읽을 만한 인사였다. 법무부가 ‘검사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가기관과 수구세력의 총체적 대선개입

국군 ‘키보드 부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작업

사이버사 국정원 지원 특수활동비 증감 내역

국군 사이버사령부 활동 경과

새누리당이 이 모든 선거운동의 핵이었나

사이버사령관 옥도경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경찰 수뇌부가 관련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 수뇌부가 관련 기소를 방해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한국 민주주의 태엽을 1970년대로 되감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 하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불법행위의 수혜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의 정당성을 침해한 권력기관들의 불법 행위에 분노하지도, 사건 실체의 명명백백한 규명을 지시하지도 않고 있다.

대통령의 침묵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숨어있던 또 다른 불법행위의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바로 국군이다. 적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야하는 그들이 대한민국 사이버공간에서 유권자를 상대로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군이 자체수사를 벌였지만 의문만 커졌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방 사이버전을 위해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이 부대는 총원 400여명 가운데 200여명이 심리전단 소속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심리전단 70여명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국방부는 여론에 밀려 66일간 ‘셀프 수사’를 하지만 2013년 12월 사건 실체를 밝혀내기는 커녕 드러난 사실조차 부인하거나 축소한 ‘꼬리 자르기 수사’로 끝났다. 사이버사 소속 요원들이 대선 당시 ‘정치글’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라는 것이다. 군은 사이버심리전 이모 단장과 요원 10명 등 11명을 형사입건하는 데 그쳤다.

3년 9개월간 계속된 불법행위를 사이버사령관이 몰랐다는 게 정말 가능한가. 증언들은 국방부 수사결과와 배치된다. 전직 사이버사령부 고위간부는 심리전단 활동이 사이버사령관과 국방부장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까지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또 2010년 표창을 받은 사이버사 운영대장 박모씨의 공적조서에는 “일일동향을 종합하고, 장관님 등 상부보고를 전담함으로써 국방정책 홍보에 기여함”이라고 적혀있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군은 공식 수사결과에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28만6000여건의 글을 게시했고, 이중 정치관련 글은 1만5000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이버사 요원 한 명의 공적조서에 나온 ‘계획 2000만회, 성과 2300만회’보다 턱없이 적다. 이들이 올린 글은 정치관여 성격이 명백했다.
“나는 꼼수다, 스마일 촛불 등 앱은 종북 앱이다. 삭제 홍보.”
“안철수의 뿌리는? 홍어냄새가 난당게.”
이들은 야당 정치인과 진보적 인사를 매도하는 글 다수를 올렸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 요원들은 ‘작전폰’까지 지급받았다.

사이버사가 국정원과 손을 잡은 정황도 제기된다.
사이버사는 사업비로 2012년 45억원, 2013년 57억원을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았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두 기관이 각종 회의를 열었고 20여건의 공문서를 주고받으면서 심리전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연대했다고 주장했다. 작전 내용도 공유했다.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들은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10개 트위터 계정의 글 20여건을 리트윗 했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은 2011년 국정원에서 심리전 교육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각동맹

대선 직전 발각된 SNS 불법선거운동 조직인 ‘십알단’(십자가알바단) 단장 윤정훈 목사는 2013년 10월 28일자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는 새누리당이 위의 모든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선 때 박 후보 캠프의 SNS 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나는 이름만 SNS본부장이었을 뿐, 정작 새누리당 공식 SNS 선거는 다른 인사가 다 했다. 나는 오히려 (캠프에서) 배척당했다”면서 “그 사람이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와 연계가 됐다면 그건 진짜 새누리당과 연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김현 의원은 “연일 터져 나오는 새누리당과 국가기관의 연루설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SNS 전략 관련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과연 국가기관과의 연루가 있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법적 대선운동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던 ‘십알단’은 지난해 10월 다시 주요한 ‘조직’으로 이름을 내밀었다. 검찰의 국정원 수사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수사팀장이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윤 전 수사팀장은 “윤정훈 목사의 ‘십알단’ 계정과 국정원 연관 10개 계정을 구글링한 결과 같은 글을 놓고 리트윗한 정황을 발견했느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불법 선거활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십알단’과 국정원이 같은 글을 리트윗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 직원의 글을 리트윗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군 사이버사-십알단’의 ‘삼각 동맹’, 그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민주제도의 근간을 흔든 이번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의 인식은 안일하다. 대선 1년을 맞아 거리에는 새누리당 명의로 ‘대선 1년, 이제는 승복할 때’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1월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선거개입이라든지 정치개입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때때로 일어났던 일”이라면서 “제발 먹고 사는 문제로 여야가 다투고 국민들도 거기에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양파껍질’이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내용과 새로운 국가조직들, 보수 세력의 광범위하고 유기적 개입의 실체가 드러난다.
국정원이 2012년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 당시 보수후보에 유리한 글들을 무더기로 올린 것으로 확인되는가 하면, 2014년 1월 초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정원이 지방선거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 모든 실체를 밝히는 건 현재 검찰과 언론, 시민사회의 몫이다. 보수와 진보, 그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이다.
지금에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선거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제 입맛대로 정권이 주무르는 ‘껍데기’만 남게 되고, 대선 결과 불복의 사회적 혼란은 국가의 기반을 흔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문자료 목록

  • 원세훈 및 김용판 검찰 수사결과 발표 (2013년 6월 14일)다운로드
  •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소장다운로드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강조 말씀 목록다운로드
  •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특정 후보 찬성·반대 클릭 선거운동 범죄일람표다운로드
  •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특정 정당·정치인 지지·비방 글 작성 선거운동 범죄일람표다운로드
  • 원세훈 추가 공소장 변경 신청서 (2013년 10월 18일) - 국정원 트위터 개입 정황다운로드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공소장다운로드
  •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영상 - 경찰 수사은폐 증거다운로드
  • 경찰 중간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2년 12월 16일)다운로드
  • 경찰 최종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3년 4월 18일)다운로드
  •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중간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3년 12월 19일)다운로드
  • 검찰 ‘댓글사건 보고누락’ 감찰 결과 보도자료 (2013년 11월 11일)다운로드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 미디어기획팀 최민영 기자, 이영경 기자, 김향미 기자
  • 여론독자부 박용하 기자
  • 정치부 구교형 기자
  • 사회부 박홍두 기자
  • 디자인팀 윤여경 아트디렉터
  • 콘텐츠운영팀 차현정 기획자
  • 기술개발팀 박광수 팀장, 이익형 디자이너
Comment '2'
  • ?
    도용환 2014.01.27 15:12
    등장인물을 보니 어떤 사진은 광채가 나는데 어떤 사진은..
    모두가 다 사람 얼굴인데 왜 그런 생각이 들까..
  • ?
    Soji 2014.04.08 14:48
    잘 봤습니다. 다음 아고라 더 열심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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