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아 이렇게 여러분께 조언을 부탁합니다.
전 여자이고 삼십대 중반입니다.
8년간 유학생활을 하고, 석사-박사 다 프랑스에서 마치고
작년부터 프랑스 한 지방 대학에서 연구교수 (ATER, attaché temporaire d'enseignement et de recherche)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계약이었고 그 학과 연구팀에 소속되어서 그 쪽 테마를 연구하고
콩쿠르를 거쳐 현재 있는 곳 전임강사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그 쪽 laboratoire 디렉터가 그런 조건으로 저에게 프로포즈를 했었습니다.
그말만 믿고 정말 올 한해 논문때보다 더 죽어라하고 일하고 그 디렉터는 죽어라하고 부려먹고 저는 완전히 연구에 미쳐 살았었습니다.
개인생활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지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1차 서류 심사에서부터 제외되었습니다.
불어 영어도 완벽하고, 학생들도 정말 열성적으로 가르쳤고, 연구팀 수준도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모든 것은 참작되지도 않았습니다.
학기는 다 끝났고, 내년을 준비하려고 다른 대학들에 또 ATER 신청을 했는데
(원서만 20군데 넘게 냈습니다..ㅠ.ㅠ)
아직까지 연락온 곳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하루하루를 무슨 정신으로 보내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살아있나 하는 엄한 생각까지 듭니다.
여태까지 공부 뭐하러 했나, 이젠 박사학위 한다는 사람들 있으면 정말 뒤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기술을 하나 배워두는 게 더 쉽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몇십년 동안의 공부,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투자... 오히려 제가 사회로 일찍 나가는 게 두려워 저를 학교라는 틀 속에 가둬두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이고 뭐고 일단 학위받고 직장이 안정되면 하자라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작년에 오랫동안 사귀던 프랑스 남친한테 내쳐졌습니다.
저에게는 항상 일이 1순위였으니까요.
이 남자 헤어진지 석달만에 저한테 장황한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다고 다시 시작하자고 한게
지난 11월의 일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연락은 종종 오지만 전 아직도 oui 라는 대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괘씸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제가 당장 내일 어디로 어떻게 가게 될지 몰라서요.
또 두 사람에게 상처만 남을까봐 겁나서 시작조차 못하겠습니다.
하루하루 이메일 박스만 죽어라하고 새로고침 해가면서 대학들 연락 기다리고
만일 한군데도 되지 않으면 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짐싸들고 한국으로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왜 한국으로 들어가지 않냐구요?
한번도 한국에서 일해본 적이 없고, 프랑스 사회에서 현지인들과 더 많이 어울려 살다가
아무리 모국땅이라도 어떻게 새로운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한국에서의 학연, 지연.. 저 그런 빽 없습니다.. 부모님 빼고는 아무도 기댈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함께는 아니지만, 아직도 제 예전남친 사랑합니다..
우리 두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런데.. 그 전에 우선 제 생활이 안정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1년만 체류증을 받아서 이곳 프랑스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올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여자이고 삼십대 중반입니다.
8년간 유학생활을 하고, 석사-박사 다 프랑스에서 마치고
작년부터 프랑스 한 지방 대학에서 연구교수 (ATER, attaché temporaire d'enseignement et de recherche)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계약이었고 그 학과 연구팀에 소속되어서 그 쪽 테마를 연구하고
콩쿠르를 거쳐 현재 있는 곳 전임강사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그 쪽 laboratoire 디렉터가 그런 조건으로 저에게 프로포즈를 했었습니다.
그말만 믿고 정말 올 한해 논문때보다 더 죽어라하고 일하고 그 디렉터는 죽어라하고 부려먹고 저는 완전히 연구에 미쳐 살았었습니다.
개인생활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지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1차 서류 심사에서부터 제외되었습니다.
불어 영어도 완벽하고, 학생들도 정말 열성적으로 가르쳤고, 연구팀 수준도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모든 것은 참작되지도 않았습니다.
학기는 다 끝났고, 내년을 준비하려고 다른 대학들에 또 ATER 신청을 했는데
(원서만 20군데 넘게 냈습니다..ㅠ.ㅠ)
아직까지 연락온 곳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하루하루를 무슨 정신으로 보내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살아있나 하는 엄한 생각까지 듭니다.
여태까지 공부 뭐하러 했나, 이젠 박사학위 한다는 사람들 있으면 정말 뒤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기술을 하나 배워두는 게 더 쉽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몇십년 동안의 공부,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투자... 오히려 제가 사회로 일찍 나가는 게 두려워 저를 학교라는 틀 속에 가둬두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이고 뭐고 일단 학위받고 직장이 안정되면 하자라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작년에 오랫동안 사귀던 프랑스 남친한테 내쳐졌습니다.
저에게는 항상 일이 1순위였으니까요.
이 남자 헤어진지 석달만에 저한테 장황한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다고 다시 시작하자고 한게
지난 11월의 일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연락은 종종 오지만 전 아직도 oui 라는 대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괘씸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제가 당장 내일 어디로 어떻게 가게 될지 몰라서요.
또 두 사람에게 상처만 남을까봐 겁나서 시작조차 못하겠습니다.
하루하루 이메일 박스만 죽어라하고 새로고침 해가면서 대학들 연락 기다리고
만일 한군데도 되지 않으면 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짐싸들고 한국으로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왜 한국으로 들어가지 않냐구요?
한번도 한국에서 일해본 적이 없고, 프랑스 사회에서 현지인들과 더 많이 어울려 살다가
아무리 모국땅이라도 어떻게 새로운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한국에서의 학연, 지연.. 저 그런 빽 없습니다.. 부모님 빼고는 아무도 기댈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함께는 아니지만, 아직도 제 예전남친 사랑합니다..
우리 두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런데.. 그 전에 우선 제 생활이 안정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1년만 체류증을 받아서 이곳 프랑스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올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오셨고, 본인 스스로에게도 당당한 실력을 쌓아오셨기에 현재 상황이 더욱 힘드실거라 생각합니다.
프랑스 현지 상황에 조언을 드릴 만한 입장도 아니고, noursette님께서 경험하신 것에서 얻으신 개인적인 교훈도 있으실 것이니 감히 어줍잖은 말씀을 드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noursette님 글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씁쓸하고 슬픈 생각도 들어 글 남깁니다.
전공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땅도 인간들이 사는 사회라 일종의 인맥(?)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연구직에서 전임강사로의 이동이 한 교수의 동의로 이루어지는 시스템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요... noursette님께서 그간 해 오신 연구 업적과 지난 일년의 경험이 결코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과 운의 문제 또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모순이 참 많은 사회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그래서 더욱 noursette님과 같은 능력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사회일수도 있습니다.
혹은 noursette님의 삶의 가치관을 조금 분산시켜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까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매진해왔다면, 그 사이 돌보지 못한 관계, 가치, 사물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드실 상황일 줄 압니다만...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나갈 혹은 이 힘든 상황 자체를 안고 나아갈 새로운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감히 몇 글자 남깁니다.
noursette님 힘드시겠지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여유의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고, 일단 그에 대해 심심한 박수를 보내드리고,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응원합니다...!
다른 분들께서 좋은 경험, 말씀 나눠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