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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던가.
언어라는 도구로 매우 공들여 지은 집이라고 표현될만한 문학, 그것은 그 언어권의 정체성과 문화를 알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장르인 것은 분명하다. '한 권의 소설'은 그저 종이에 든 정보의 다발이 아니라 소설가 개인과 그가 속한 언어권의 얼과 역사, 사상이 집약된 '존재의 집'인 것이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이유는 문학이 이미지를 동반한 다른 문화 매체보다 더 적극적인 '읽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의 언어로 한국 문학작품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한국문학은 제대로 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듯 하다.
번역가 Georges ZIEGELMEYER씨는 이에 대해 "한국문학을 알리기 위한 재불 한인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재불 교민, 유학생, 입양인 등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먼저 불어로 된 한국문학작품을 사 보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리랑과 사슴벌레 사이
그는 지난 95년 김초혜씨의 시 '어머니'(불어판 제목 : Mere)를 시작으로 정지영의 '향수'(nostalgie), 한말숙의 소설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구제목 : 아름다운 영가, Le chant melodieux des ames) 등 다수의 한국문학을 변정원씨와 공동으로 번역해 왔다. 특히 지난 96년부터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Arirang) 12권을 전역(全譯)했고 최근에는 신세대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윤대녕의 '코카콜라 애인'(Les amants du coca-cola club)과 '사슴벌레여자'(voleur d'oeufs)를 번역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장장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아리랑은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원래 12권이라는 분량이 너무 많아 요약본을 펴 낼 생각이었으나 한 부분 한 부분에 중요한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기 때문에 전역본을 출간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면서 시간이 지연됐다. 또한  Harmattan 출판사에서 불역본 출판을 결정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저에게는 아리랑이 참 중요해요. 이것은 단지 한국 사람에게 뿐 아니라 전 인류적인 의미에서지요. 2차 세계대전 중의 나치 행각이나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은 단지 당사자 뿐 아니라 전 인류가 관심을 가지고 잊지 말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식민지 시절에 일제가 한국에서 자행했던 일들에 대해 아직까지 프랑스나 서구인들은 많이 모르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리랑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이 작품은 소설이지만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그 당시 고통받았던 한국 사람들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리랑이 "문학적인 의미에서는 물론이고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의미에서도 높이 평가받을 작품"이라며 프랑스에서도 이 작품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 최근 번역한 윤대녕의 작품과 같은 신세대 작가들의 문학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윤대녕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이런 이미지는 단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이지요. 개인화된 사람들, 자신의 사사로운 취미들이 중요해지고 전통적인 가치들이 점차 잊혀져 가는 모습들... 윤대녕씨는 이런 것들을 보여주면서 현대인들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요컨대 다양한 소재, 다양한 시대를 다룬 한국문학이 소개될 때 어느 한 쪽에 치우친 모습이 아닌 한국의 입체적인 모습을 소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언젠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일단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말숙의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는 한국 본토에서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영, 독, 불, 폴란드, 첵코, 중국, 이태리어등 7개국어로 출판 되어 있고, 스웨덴, 스페인, 일본어는 번역이 완료되어 현지에서 출판사와 출판 교섭 중이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권으로 번역되고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는 것이 한국 문학이 세계화하는데 가장 필요한 일이다.

"한국의 장점과 단점, 애정을 가지고 보고 싶다"
번역가로써 경력을 쌓기 전부터 ZIEGELMEYER씨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과 인연을 쌓아왔다.
그와 한국과의 인연은 지난 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상도 산골인 문경 지방에서 선교사 활동을 했던 그는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억눌려 있었던 한국의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그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던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7년의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프랑스에 돌아와  파리7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의 한국에 대한 열정은 퇴임 후에도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을 잘 아는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과 질책도 서슴치 않는다. "지금의 한국은 '황금 만능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해묵은 지역 갈등,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 전통과의 단절 등 다른 여러 가지 문제점도 많지요. 어떤 사람은 서울 근교에 가득 찬 러브호텔을 보고 그것만 비판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사실이지만, 그런 모습만 부각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의 활발한 모습, 가족간의 화목한 명절 문화 등 한국엔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있지요."
자신이 사랑하는 나라 한국을 위해 무언가 많이 해주고 싶었지만 항상 부족하기만 했다며 아쉬워하는 ZIEGELMEYER씨는 재불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곳 프랑스 땅에서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문화를 알리고 프랑스인들과 교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서로 잘 뭉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나는 잘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열려 있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인교회에서도 특별하게 날을 정해 교인들을 프랑스교회로 가게 해서 교류하게 하면 어떨까요? 프랑스인들과 처음 사귀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그 얼음을 깨고 나면 그 다음부턴 쉽습니다."
그는 "한국인들의 웃음을 사랑한다"며 정 많고 따뜻한 한국인들이 프랑스에서 좀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문화의 메신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선뜻 사기엔 조금 망설여지는 책이지만 담배 몇 갑 덜 피우는 대신 우리의 얼이 담긴 '존재의 집'을 사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말과 불어의 차이도 이해하고 다 읽은 후엔 프랑스 친구에게 선물도 해보자. 먼저 우리가 한국문학에 애정을 갖고 읽을 때 조정래나 윤대녕을 아는 프랑스인도 늘어날 것이다.
[김희선/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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