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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는 1970년대, 중동과 김포공항을 오갈 때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꼭 이용했다.
그때 비행기 안에서 한국인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드를 만날 때의 반가움과 가슴 설레임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대한항공 비행기의 태극 마크를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 프랑스에서 와서 살게 되면서, 파리-서울의 경우는 항공 일정 등 때문에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를 섞어서 타게 되었다.
파리-서울간의 대한항공을 탈 때, 풀어지지 않는 미스테리가 하나 있었다.
"왜 대한항공은 꼭 포도주를 스튜어드나 스튜어디스로 하여금 한잔씩 또 한잔씩 따라 주도록 하는가?"
그 의문은 프랑스인 탑승객들 경우도 마찬가지.
한국인들 또한 포도주 미식가들은 물랭지기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으나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어제 기내식 운영부의 한 임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속이 시원했다.
그러나 결론은 '현재와 같은 찔끔이 포도주 서비스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였다.
물랭지기로서는 낙심천만이었다.
최고 경영층의 새로운 인식, 또는 결단이 없는 한, 전 세계를 도는 대한항공에서는 계속해서 한잔씩 한잔씩 승무원이 따라주는 포도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물랭지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에어 프랑스, 또는 외국 국적 항공사처럼 반병 짜리 포도주를 공급하지 않는가?
-한 잔씩 따라 줄 경우, 탑승객은 단 한잔 밖에 못 먹는 결과이다.
-일일이 한잔씩 승무원에게 포도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정상이 아니다.
-특히 파리-서울행 대한항공은 점보기여서 한가운데 자리인 5인석 중간자리에 앉게 되면 포도주 서비스를 승무원으로부터 서브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포도주를 음료수로 마시는 프랑스인들의 경우는 불편이 더 하다.
-프랑스 승객을 더 유치하려면 현재와 같은 포도주 서비스가 바뀌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실무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 대한항공은 포도주 보관상의 문제 때문에 콜크 마개가 있는 포도주만 공급한다. 결과적으로 반병 짜리 포도주는 공급하지 않는다.
 ▲포도주의 품질상 콜크 마개 포도주가 알미늄 마개 포도주보다 상급이다. 그러므로, 대한항공은 상등품 포도주를 공급한다고 자부한다.(물랭지기와 또 다른 분의 의견은 이와 달랐지만...)
 ▲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의 포도주 저장창고가 4만병 정도로 제한되어 있어 현재는 반병 짜리 보관 능력이 없다.
 ▲ 콜크 마개 큰 병 포도주를 승객들에게 서브한 후 남는 포도주는 모두 모아 기내식 주방으로 배달되어 음식 제조의 재료로 재활용되고 있는 장점이 있다.
▲ 대한항공은 포도주 재배, 제조업자들로부터 입도선매의 포도주 구입 정책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산 포도주를 이미 주문하여 놓은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대한항공은 이런저런 장점 때문에 장차 현재와 같은 포도주 공급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랭지기의 입장에서 볼 때, 위 설명을 근거로 내린 잠정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실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비, 즉 돈이다.
-현재 시스템이 가장 경비절약에 합당한 제도인 것으로 경영진이 이해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 지금과 같은 제도가 정착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장차 대한항공식의 독특한 포도주 공급 시스템이 바뀌기는 아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너무 오래 지금 시스템으로 정착되었으므로)
-대한항공 경영진(특히 실무부서)은 아직 (대한항공 시각으로 볼 때) 일부 탑승객만이 기내 공급 포도주에 대해서 느끼는 중요성을 (자의이던, 타의이던...) 주장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어쨌거나, 대한항공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인 탑승객들의 포도주 문화 이해가 아직 프랑스 수준까지 되기에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 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대한항공 경영진은 판단하고 있다.
-고로, 적어도 10년안에 파리-서울간의 대한항공 기내에서 좋은 포도주를 병채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억울하면 에어 프랑스를 타면 될 것이다.)
물랭지기의 입장에서 볼 때는, 섭섭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것이 현실인걸…   

[글: 신근수 물랭호텔 대표, http://hotelmoul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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