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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기획
2004.05.12 21:17

양보없는 힘겨루기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대한민국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여론도 양분된 채 참여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다수 의석으로 탄핵안 발의를 밀어붙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늘이나 내일중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 처리까지 힘으로 해치우겠다는 기세다.
그러나 야당의 탄핵안 발의는 법률적 상식적으로 정당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대다수 국민이 탄핵에 반대하고 내부에서조차 과잉 조처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대통령 탄핵 소추를 하려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로 요건이 엄격히 규정돼 있는데, 이는 무분별한 탄핵 발의로 인해 빚어지는 폐해가 너무 큰 탓이다. 대통령이 선거의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정도의 사안으로 나라와 국민을 볼모삼아 탄핵의 칼날을 마구 휘두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판단인 것이다.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할 수 밖에 없다는 야당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 뒤집어 보면 사과로 끝날 정도의 사안으로 탄핵 발의를 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이에 대해 정면 승부를 택했다.
11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잘못이 있고 그래서 국민들이 사과하라면 두 번 세 번 사과하겠다. 그러나 잘못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라는 것이라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탄핵은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한 사태로 정치적 체면 봐주기, 흥정과 거래하는 것은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결코 이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이 정도 허물이 드러나면 뭔가 책임지는게 당연한 도리”라면서 “야당은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 저도 자리를 걸고 (재신임을 약속)했으니 결단을 피할 수는 없다. 자리에 집착하거나 구차하게 잔꾀를 부리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회견을 지켜본 후 대통령의 사과를 기대했던 야당과 보수 언론들의 반응은 격앙되어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한 것은 사과의 법적 타당성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탄핵안 발의라는 극한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참고, 스스로 나서서 위기의 뇌관을 제거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런 기대를 외면하고 정면승부를 택했다.”며 노 대통령은 야당 책임론을 거론함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주장을 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위기대처 능력이 이 정도라면 불행히도 탄핵안 표결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며 반드시 탄핵안을 가결시킬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통령은 사과하고 야당은 탄핵안을 철회해 파국은 막아야 했지만,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말릴 수 없게 돼 버린 형국이다.
국민을 볼모로 한 채 한치의 양보도 없이 너죽고 나죽자 식 힘겨루기만 계속하고 있는 정치권.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또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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