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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가 미래의 삶을 보장하는 것일까?

posted Nov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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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nsee의 보고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가구소득이 한 달에 882유로 미만인 빈민층은 7백9십만 명에 이른다. 2004년에 비하여 약 1백만 명이 늘어난 숫자이다. 이들 중 3백4십만 명은 노동인구에 속하는데, 그만큼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업률을 보자면 지난 8월 이후 15년만의 최고기록을 세우고 있다. 자동차산업, 요식업, 건축업 분야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고용시장에서는 파트타임, 임시직, 단기계약직(CDD), 하급노동자, 단순사무직이 실직위협을 받고 있다.
실업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는 요즘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어느 학위와 학과가 미래의 삶을 보장하는 것일까?  불확실한 시대에도 실직위협을 받지 않는 분야가 있으며, 직종에 따라 실업률도 좌우되는 까닭이다.
고용시장에서 학위와 학과의 역할을 가늠케 하는 그래프로서 Céreq 직업양성연구기관의 앙케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2004년에 학업을 마치고 노동시장으로 진출한 7십만 졸업생들 중 6만5천 명을 선정하여 3년이 흐른 시점인 2007년에 펼친 조사이다. 실업률, 안정된 장기고용계약직(CDI), 공무원으로 진출된 비율, 초봉과 3년 후의 실수령액 비교 등 4단계가 집중적으로 조사, 분석된 앙케트이다.
2004년 졸업생들을 보자면, 17%가 아무런 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났다. 17%는 CAP 혹은 BEP 기능직자격증을, 20%는 바칼로레아(BAC)를 취득한 후 노동시장으로 진출했다. 소위 고학력자들로 일컫는 대학졸업생들은 40%이상에 이른다. 이들 중 엔지니어, 상경계 그랑제꼴 출신은 3%, 박사학위자는 2%를 차지했다. 2001년 세대와 비교하여 고학력자들이 늘어난 추세이다.
노동인구의 학력이 높아짐에 따라 고용시장에서 자연스레 학력 인플레이션을 보였다. 일반 노동직의 28%, 단순사무직의 46% 가량은 학사출신들이 차지했다.
3년 후의 시점에서 2004년 졸업생의 평균실업률은 14%에 이른다. 평균월급 실수령액은 2001년 세대가 1,220유로였던 것에 비해 2004년 세대는 1,300유로로 올랐다. 물가상승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보면 결코 오른 액수는 아니다.
엔지니어, 상경계 그랑제꼴 출신들이 실업률이 적고 월급액수는 높다는 일반통념도 재확인되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고소득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마찬가지이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층은 바로 무학위자들이다. 이들의 실업률은 32%에 이른다. 반면 기술, 상경계 그랑제꼴 출신은 4%로 가장 낮았으며, 박사학위자들은 8%의 실업률을 보였다.  평균월급 실수령액은 무학위자들이 1,130유로이나, 그랑제꼴 출신은 2,200유로, 박사학위자는 2,100유로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업을 연장한다 해서 확실한 직업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바칼로레아이후 2년 전문과정을 더 밟은 출신들의 평균실업률은 7%로 오히려 박사학위자들보다 1포인트가 낮았다. 산업기술계 바칼로레아 출신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노동시장에 진출했으며, 3년 후에는 78%가 안정된 장기고용계약직(CDI)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반대학 학사출신보다 16포인트가 더 높은 비율이다.
그렇다면 고용시장에서 어느 학위, 학과가 인기 없는 것일까?  한국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무학위자들 다음으로 인문사회, 예능계 일반대학 2년 과정(DEUG), 학사, 석사 출신이 취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실업률은 평균치보다 5내지 9포인트가 더 높았다.
특히 일반대학 학사들의 실업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초봉 역시 최저임금(SMIC)인 경우가 보통이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반절 가량이 여전히 학위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한 심리학 학사의 실수령액은 SMIC에서 약간 웃도는 1,100유로에 불과했다. 일반대학이 전문인력이 아닌 학위자들을 해마다 무더기로 배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교육제도에 위기감마저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페크레스 고등교육부장관은 지난해에 ‘학사 성공법(réussite licence)’이라는 작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반대학 출신들을 BTS나 DUT 고등기술전문과정이나 기술전문학사과정(Licence professionnelle) 쪽으로 재 유도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2년 기술전문대에 해당되는 BTS와 DUT 단기고등직업훈련 교육과정이 오늘날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고 프레데릭 미쇼(Micheau) Ifop연구소 소장이 최근 L'Express지를 통해 밝혔다. 전문인력 양성과정인 BTS, DUT가 일반대학 석사졸업장보다 고용시장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실패한 학사’ 출신 44%는 BTS나 DUT 기술전문대과정을 다시 밟고 있다.
결국 노동시장에서 꿈과 포부가 실리주의에 밀리고 있다는 결론이다. 문학, 예술, 인문분야, 순수자연과학 박사학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도 안정된 직업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화학전공 박사의 경우 16%가 실직상태였다. 명확한 구직계획이나 진로 없이 막연하게 취향에 이끌려 학문에만 심취한 경우로 분석된다. 고용주들도 전공과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여 박사학위와 노동시장 사이에 마찰이 빚어질 때도 있다고 한다. 꿈과 현실의 괴리를 엿보게 하는 일면이다.
반면 의학박사의 실업률은 거의 전무이다. 치과의사의 경우는 학업을 마친 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고소득에 이르는 케이스로 꼽는다. 노동시장에서 보건의료업계가 가장 활기를 띠며 실업률도 가장 낮은 편인데,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보건전문학과 출신들의 실업률은  1%에 불과하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은행원도 안정된 직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문 고객투자 상담원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29살의 한 상경계 그랑제꼴 출신의 경우 연봉 6만 유로를 받고 있다. 2004년 입사했을 당시 연봉은 3만7천 유로였다고 한다. 엘리트 은행사원으로서 4년 사이에 월급이 현저하게 오른 케이스에 속한다고 Céreq 연구기관이 밝혔다.
장차 장래가 유망한 분야는 첨단과학기술, 에너지, 기후환경 분야가 될 것이라고 줄리엥 칼망(Calmand) Céreq연구원이 최근 L'Express지를 통해 밝혔다.
한편 고용시장의 법칙이 평등주의와 능력주의라고 하지만, 성별, 집안배경 혹은 부모의 출신에 따라 취업률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칼망 연구원이 피력했다. 2004년 세대를 보더라도, 전체적으로 34% 가량이 인맥관계를 통해 직장을 얻은 것으로 통계된다.
따라서 이민자 자녀들의 경우, 학위가 낮거나 무학위자, 무자격증일 경우 그만큼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고 칼망 연구원이 덧붙였다. 2004년 졸업생들을 보자면, 부모양쪽이 프랑스인 경우 실업률이 평균치보다 낮은 13%에 이른다. 반면 북아프리카출신 이민자 자녀들은 30%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학력은 다른 계층의 자녀들에 비하여 낮은 편이고, 임시직이나 불확실한 직종에 종사하는 비율도 가장 높았다.
사회진출 첫걸음에서 성공여부가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학위가 일단은 고용시장의 관문을 통과하는 패스포트가 되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