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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2005.10.15 23:17

빠리의 지뢰와 폭탄이 준 계시

조회 수 6425 추천 수 791 댓글 2

프랑스 빠리에서 살다 보면 가끔 황당한 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황당하다는 그런 일을 다시 도리켜 생각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킬킬 웃어버리고 말 때도 있습니다.
그런 자신의 변화를 보며 낯 설고 물설은 이국 땅에서 나도 점차 적응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빠리는 소문난 그대로 예술의 도시이고 낭만의 도시입니다.
영화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래서 빠리에 와 보지 못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온통 예쁜 이미지로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빠리에 오셔서 거리바닥에 나딩구는 담배꽁초나 맥주통 그리고 광고지들을 보고 눈살을 찌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용인합니다.

빠리의 거리를 거닐며 주위를 살피면 참 멋지고 아름답고 또 흥미롭습니다. 헌데 그런 것들에 눈을 주고 다니다 보면 예기치 않게 "지뢰"를 밟거나 "폭탄" 세례를 받게 됩니다.

이 "지뢰"를 밟거나 "폭탄"에 맞으면 죽지도 않습니다. 물론 몸도 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무슨 "지뢰"이고 "폭탄"인가 하고 깔보지 마십시요. 죽지도 않고 몸도 상하지 않지만 마음은 정말 상합니다.

님들은 마음 상해보았습니까?

거리에 나갔다가 개똥을 밟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것만큼 체면이 없어지고 기분이 상하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 개똥이 바로 낭만 빠리의 "지뢰"입니다.

거리에 나갔다가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무게를 느끼는 그 무엇이 님의 머리에 혹은 어깨에 뚝 떨어졌습니다. 무엇인가 하고 손으로 만져보니 물컹합니다. 비둘기똥입니다. 이 비둘기똥이 바로 예술의 도시 빠리의 "폭탄"입니다.

빠리에서 6년 넘게 산 나는 이런 "지뢰"와 "폭탄"의 세례를 다 맛보았습니다.
그 때는 똥과 함께 말 그대로 기분이 더럽습니다.

하지만 어디가 해 볼 때가 없습니다. 또 내가 외국인이라서 당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길을 걸으며 좀만 땅을 내려다 보거나 머리를 들어 올려보아도 그런 봉변을 적게 당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뢰"를 밟고 "폭탄"의 공격을 받는다구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당해야 하겠죠.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정말 받지 말아야지요. 상처를 받으면 자기만 손해이니깐요. "지뢰"를 밟고 "폭탄"에 맞았는데 어떻게 상처를 받지 않을 수가 있는가 하고 주먹을 휘휘 흔들며 항의하지 말아요. 그건 바보짓거리예요.

저 길 봐요, 프랑스사람도 개똥을 밟았잖아요. ㅋㅋㅋ 웃음이 나지요. 자기가 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당하니 킬킬 거리는 꼴을 보니 좀 그렇기도 합니다.

헌데 그 프랑스 사람은 아무런 일도 없는듯 길가에 흐르는 물에 신바닥을 씻고는 태연하게 자기의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행동, 그 모습이 참 매너가 있었습니다.

아차, 눈을 딴 곳에 팔다가 나도 그 만 개똥을 밟았네.
나도 프랑스인처럼 길가에 흐르는 물에 신바닥을 쓱쓱 문질렀습니다. 생각보다 신바닥은 흐르는 물에 아주 빨리 깨긋해졌는데 어쩐지 내 마음도 개운해졌습니다.

프랑스사람들은 참 멋지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멋지게 살 줄 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나도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면서 살아야 겠습니다. 그러자면 마음도 더 넓게 먹어야 하고 그 만큼 마음도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모니터만큼의 마음 크기보다 하늘의 천체를 담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한 번 올은 일이고 자기 직장을 사랑하는 것은 열 번 올은 일이고 자기 고향을 사랑하는 것은 백 번 올은 일이고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천 번 올은 일이고 자기 민족을 사랑하는 것은 만 번 올은 일이고 지구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참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이놈의  인간세상이 참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고 또 주위에 기분 나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빠리의 개똥을 밟은 그런 기분이기는 하였지만 웬지 지금은 모든 것을 그냥 슬적 웃고 지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나름대로 좀씩 터득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오늘의 빠리는 한결 아름다워 보입니다.

여러 분 모두 행복해지세요.

  • ?
    낭만자객 2005.10.15 23:51
    진짜...글 멋지게 쓰셨네요^^
    지뢰와 폭탄...ㅋㅋㅋ...
    정말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두 빠리에 온지 6년 됐는지라 님표현에 정말 공감하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빠리라는 도시라서 개똥과 새똥도 낭만이 되는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평범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게 해주셔서...
  • ?
    지영 2005.10.16 15:14
    ㅎㅎㅎ.
    나두 어제 폭탄 맞았는데...
    다행히도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는...
    그렇다고 늘상 하늘 쳐다보고 다닐 수도 없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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