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얘기

흐뭇한 시간들

by 연미혜 posted Sep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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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퍼에 갔는데 어떤 남루한 프랑스 할머니가 장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상품마다 무엇인가를 유심히 들여다 보고는 도로 제 자리에 같다놓고 하는 것 이었다.

그래 나는 할머니가 유효기간을 정성스러이 들여다 보는줄로 생각하고, 맞다 식품을 구입할 때 에는 유효기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 해 냈다.

물품 계산대 로 향한 나는 이미 와서 줄을 서 있는 바로 조금 전 남루한 할머니가 서 있는 줄이 가장 유리한것 으로 생각되어 그 뒤에서 기다리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연세가 드신 분들은 빠를 수가 없다는것을 이해 하면서도, 빠를 것으로 생각했던 내가 선택한 줄은 내가 책을 한권 펴 들지 않으면 짜증이 날지도 모를 정도로 지체 되고 있었다.  물건 담기서 부터 계산 할 때 까지.

마지막으로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동전이었는데 할머니는 지갑을 통째로 비운 후 일 쌍띰 부터 세고 있었다.
80대 정도의 연세에 아주 불편한 자세로 일 쌍띰을 세고 있는 할머니에게 드디어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케시에 에게 물었다. 도대체 얼마가 모자라는지요 ? 케시에는 내게 ‘일 유로요’
10 쌍띰도 아닌 일 유로를 일 쌍띰짜리로 천천히 세고 계시는 할머니.
나는 일유로를 주머니에서 꺼내 기꺼이 쾌척했다.
할머니는 연신 감사하다고 하며 국적까지 물어보고, 말을 거는데 나는 빨리 빨리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한국인이다.

할머니는 떠나고 내가 계산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물론 할머니보다는 동전 세는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돈을세고, 계산을 하려하니  아니… 딱 정확하게 일유로가 모자라는것이 아닌가 ? 카드도 없고 다른방법으로 계산을 할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뒤에 지켜 보고있던 총각이 내게 ‘돈은 돌고 도는것이에요’ 하면서 케시어에게 일유로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
내가 할머니 한테 일유로를 할애한 것을 그 총각이 본것 같다.

이 사회를 공존하는 사람들의 상부상조.
우리가 공존하는 세계를 즐겁게, 행복하게, 복잡하지 않게 할 수있는 아주 작은 제스추어에도 우리의 하루가 흐뭇할 수 있다는것을 느낀 날이다.
오늘은 정말 흐뭇한 저녁이다.
일유로를 내게 선사한 그 프랑스 총각은 내게 흐뭇한 시간까지도 선사했다.
일유로를 선사 받은 그 할머니도 오늘 밤은 흐뭇할 것을 믿는다.
작은 성의가 돌고 돌아 오늘밤은 적어도 세 사람이 흐뭇한 저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