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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2009.05.03 19:11

하루만 참으세요.

조회 수 2855 추천 수 70 댓글 4
가끔 이유없이 삶이 절망스러울 때가 있다. 학기말 시험이 한달여 밖에 안남았는데 밀린 과제물은 물론이요 학과진도 따라나가기도 벅찰때, 이러다 한해 유급하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엄습하지만 딱 잡고 헤쳐나가고 싶은 자신이 없을때, 아무리 책을 잡고 컴퓨터를 두드려도 이해가 안되고 가슴만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온 몸을 짓누를때... 아이들한테 무슨말을 해도 먹히질 않고 무시하고 못들은척 반응을 안보일때...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건만 온집이 내손 움직이기만 기다릴때... 이세상 누군가에게 아무에게도 존재감도 없고 이렇게 사라져 버려도 누구하나 가슴하나 아파하거나 아쉬워 할 사람 없겠구나 싶을때... 마치 온세상이 단합하여 나를 무시하고 투명인간으로 대하는구나 여겨졌을때...

어제가 내게 그런날이었다... 누군가에게 막 털어놓고 하소연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뭐라고 말을 꺼집어 낼지는 모르겠고... 전화기를 집어들고 여기저기 메세지를 남겼다.. <HELP.. MORALE ZERO> <TU VAS BIEN? MOI, NON> 그 누구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REPERTOIRE를 열어서 A부터 Z까지 몇번을 훑어 보았건만 딱히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하나 없었다. 그럴만한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고 나머지는 그냥 이렇게 저렇게 '알고 지내기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지 외로움이 엄습해 왔다.. '이런.. 내가 죽어가는데 손을 내밀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네... 자살하는 사람이 자살하기 직전 정말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구나... 살려주세요.. 응급구조 전화를...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순간에는 전화연결이 되는 사람이 없는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어제 그 순간을 잘 수습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다시 삶을 꾸역꾸역 되살아가고 있는건지... 오늘도 나는 아직 살아있다.. 공부는 여전히 벅차고 가슴은 무겁고... 아무에게도 나따위의 존재감은 없지만... 모두가 날 무시하는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간에 나는 아직도 살아있고...

어제 메세지를 남겼던 사람들이 오늘 전화가 온다... <괜찮은 거지? 어제 밧데리가 없었나봐... 이제야 메세지를 보았어... >< 얼굴 안본지 꽤 됐네... 한번 볼까?>.... 이런 이 사람들이 오늘 전화했을때 내가 이 세상에 이미 없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전화 못받았던 스스로를 자책할까?

이 하나만으로도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하여 어제 참고 충동을 자제하길 잘했던 것 같다...

일단 학기말 시험까지만 꾹참고 진짜 죽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자... 그리고 그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는거야...

혹시 저처럼 삶이 절망스러운 분이 계시다면 딱 하루만 참으세요...
기적처럼 그 다음날은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구요...

그냥 묵묵히 목표를 가지고 다른사람 연연하지 말고... 되도록이면 즐겁게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커피보다 차를 마셔도 마음이 좀 진정이 되네요...

순간적인 충동이 위험하지 그 순간만 지나면 또 살아지더라구요...
  • ?
    담디 2009.05.04 08:25
    자살은 개인이 겪고 있는 외로움의 극단적 표현입니다.
    특히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대개 사회에 대한 적응이 갑자기 차단 또는 왜곡돼 삶의 기준을 잃고 저지르는 아노미적 행위이며, 어느순간 갑자기 충동적으로 나타난다는데 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살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고 봅니다. 가족과 곁에 있는 이들을 황폐로 몰아넣어 심리적 공황에 이르게 할 만큼 엄청난 충격을 남겨줍니다. 자살은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저역시 글쓰신 분의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 제목처럼 하루만 참으시면, 그러한 충동 충분히 억제하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살만한 도전장입니다. 죽을 각오로 세상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도 고통과 번민에 빠져 있는 많은 분들 힘내십시오.
    여러분은 잘 하실 수 있습니다.
  • ?
    리엘로 2009.05.04 16:12
    가장 외로울 때 사람들이 전화를 안 받는 이유 - 그 외로움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 창조하는 증거들이랍니다. 외로움도, 그것의 증거들도 스스로 만들어 자신에게 반영시켜 보여줄 수 있는 힘을 우리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 짙고 깊은 절망감이나 외로움이 다가오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것은 그냥 지나쳐 가는 경험이죠.


    반면에 면역체계가 약한 경우 - 자신에게 해가 되는 신념들(나는 역시 안 되나봐,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나는 가치가 없어) 같은 것들로 구성된 신념체계 - 어떤 경험들은 그 사람을 주저앉힙니다. 물론 그 경험들도 자신이 불러온 것이겠지만요.


    삶이 절망스럽다는 것은 실제가 그런 상태인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해석하는 것 뿐입니다. 어떤 경험에다 자신이 제일 민감해 하는 이름표를 달아 버리고 그것을 두려워하고 저항하게 되는 거죠. 즉, 실제로 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그 경험이 아니라 자신이 습관적으로 내리게 되는 판단 그것인 것입니다.


    그러니 습관적으로 어떤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면 거기에 그 패턴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세요.


    경험의 원인이 되는 어떤 신념들(ex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이 먼저 그 경험을 끌어옵니다.
    (ex 누군가가 나에게 불친절한 것 같은 경험. 그러면 그것에 저항을 하게 되는데 똑같이 불친절하거나 지나치게 비굴한 태도를 보여 그 사람이 외면하게 만듬)


    그리고 나면 그 경험은 그 신념을 더욱 강화합니다(ex 거봐 여기 증거가 있잖아). 그렇게 해서 각자의 현실이 생겨납니다.


    죽었다 생각하고, 죽을 각오로 라는 표현은 바로 그 현실을 경험하는 에고에 대한 것입니다. 에고가 너무 민감하게 느낀다면 바로 그런 방식으로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에고는 순간순간 깨어서 삶을 누려야 할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환경에 내가 현실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음을(자신의 신념을 투사해서 경험함) 항상 알아야 하고, 눈 앞에 펼쳐지고 생겨나는 모든 일들이 나와 관련이 있는, 즉 가르침의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자 죽자..... 이것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죽을 것이 아니라 내가 혼돈과 고통의 경험을 하고 있구나, 무엇이 이렇게 만들까하고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여유조차 없는 분들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에고, 즉 일체성(Unity 혹은 좀 쉽게 남들) 과 떨어져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욕망과 저항이 빚어내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에고를 달래는 방법은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고, 에고가 만족하면 남들에게 그 사랑을 더욱 많이 나누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많이 나눌 수록 에고는 안전함을 느끼는데 그것은 에고가 나를 넘어 우리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많은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몇 가지 덧붙이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먼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육체, 정신, 영적으로 모두 자신을 돌보시기 바랍니다. 목욕을 하고, 좋은 글(수많은 영적인 글들이 있습니다. 아니면 삶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의도적으로 읽어보세요. 생각을 쉬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어떠한 기대도 가지지 말고 남을 도와보세요. 그 때 느낄 보람의 순간이 바로 우리가 삶에 온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이고, 잊었던 목적을 다시 자각하게 해 줄 것입니다. 삶의 목적은 남과 나누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아기를 안고 구걸하는 사람에게 동전을 미리 준비해뒀다가 밝은 표정으로 건네주세요. 어떤 면에서든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고통을 덜어주세요.


    그래서 뭔가 느끼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살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자기 중심적인)이라는 일이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죽지 마세요.
  • ?
    TOAN 2009.05.05 10:56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핸드폰 리스트에 저렇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전화 걸 사람이 딱히 없을 때의 그 기분이란... 또 말동무가 필요해서 전화를 걸면 왜 다들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인지...?
    또 외로울 때는 주변 지인들의 시큰둥한 반응이 왜 그렇게 신경쓰이는 걸까요? 평소엔 아무렇지 않았던 태도인데...
    어쨌든 마음 먹기에 달린 거 같습니다. 우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네요. 어디든 작은 행복이란 존재하는 거니까..
  • ?
    이연〃 2009.05.29 21:04
    외로워하지말되, 외로워 하라. 외롭다고 하지않아도 외로운걸 알고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더이상 외로운건 아니겠죠. 친구들에게 서운할 수록 먼저 한번 다가가보세요. 혹시 아나요. 그 친구들도 혹시 안보이는곳에서 외로워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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