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얘기

우리에게 일요일 돌려줘요!

by aiwoderen posted Jul 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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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늦잠을  잘 수 있고, 한 주일의 피로를 풀 수 있고, 한 주일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글로 옮길 수 있고, 또  날씨가 좋으면 공원이나 빠리의 센느 강을 따라 산책할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일요일은 나에게 있어서 더 없이 소중하다. 지난 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또 새 주일을 위해 재충전하는 일요일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부두요 항구다.




어제 안면이 있는 한 분이 전화를 해왔다. 우리 집으로 놀러오겠단다. 평상시 일이 바빠 서로 만나는 기회도 많지 않았던지라 지난 주에 몸이 좀 많이 피곤했던 나였지만 그래도 약속을 받고 차이나타운에 가서 장을 보기도 했다. 손님이 오는데 찬물을 대접할 수는 없지 않는 가.




오늘 아침은 어느 때 보다 일찍이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잘 수 있는 것도 나에게 있어서 작은 행복이기도 하다.) 집도 청소하고 이것저것 준비도 하고...




약속 시간은 오후 2시, 헌데 3시가 되어도 소식이 없다. 혹 중간에 차를 잘 못 탓는 가?


나는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했다.




" 지금 어디세요?"




"아, 까박 잊어 먹었네. 내 지금 일하고 있는데..."




"그래요? 일 있으면 일해야지"




"다음에 갈게요"




"... ..."




쩝, 세상에!  남은 전 날부터 준비했는데 잊어 먹다니.




이 때의 시간은 오후 3시 33분. 하루가 다 지나간 거나 다름없다.




아내는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지쳤는지 침대에 누워 있는다. 아내도 오늘 약속이 있다. 약속은 금요일에 받았는데 일요일 즉 오늘 오후 1~2시, 장소 역시 우리 집이다. 아내도 원래 이번 일요일에 다른 스케줄이 있었는데 오랫만에 친구가 놀러온다기에 자기의 스케줄을 취소하고 친구와의 만남을 약속한 것이다.




헌데 아내의 그 친구는 아직도 오지 않았고 전화 한통도 없다. 아내는 나의 약속이 취소되자 그의 약속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예감했는지 툴툴댄다.  ...




약속이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일종 인간과 인간사이의 계약이기도 하다. 그 계약은 서로가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비록 사소한 계약(약속)일지라도 말이다.





지금 글로벌 시대 우리는 단지 한 고향사람, 한 마을 사람, 동창생, 소굽시절 친구, 친척 등 익숙히 알고 있는 사람들만 사귀는 것이 아니다. 국적도 다르고, 민족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이념조차도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방인으로 빠리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약속은 그 무엇 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 번 일요일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또한 약속이 취소되었음에도 전화 한통마저 없는 매너없는 그 분들로 인해 우리 부부의 일요일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처참하게... 




다음에 그들의 약속을 어떻게 받아들일 가?



나도, 아내도 지금 생각중이다...


"정말 미워요, 우리의 일요일 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