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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패 얼쑤 - fete de la musique 후기

by leventdansant posted Jun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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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 프랑스의 여름은 바로 이 ‘축제’라는 말로 대변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여름이 시작되는 날… 역시 축제로 그 문을 열지요. 이름하여 FËTE de la MUSIQUE ! 그러나, 올해 그날, 한 동안 이상하리만치 기새등등 하던 태양은 여름 선언이 무색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고, 어려운 프랑스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 듯 당연 술렁거려야  마땅한 거리 분위기도 맹숭맹숭….
그러나, 긴 시간 그날을 기다리며 남 모를 고통( ?)을 이겨내며 연습 해 왔던 우리 얼쑤에게서는. 또 그 기운을 나누고자  자리를  함께 한 이들에게서는  그 누구도 ‘축제’를 빼앗아 갈 수 없었지요. 금방이라도 쏟아져 버릴 듯, 키 작게 내려 앉은 하늘도,  5시를 넘어서면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오색빛 치복패들에게는 팔을 활짝 벌려 공간을 내 주었고… 광장엔  벌써부터 기대와 호기심에 찬 사람들이 몰려 들어 둥근 띠를 이루고 있었지요.
 마침내… 힘찬 북들의 점고를 시작으로, 패거리는  선반으로 광장을 장악해 터를 닦고,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 웃다리와  술렁술렁 흥겨운 맛의 영남 농악을 이어갔답니다. 판이 이어져 나가는 동안  공연패를 둘러싼 동그라미는  함께 큰 숨을 쉬듯 넝실 거리고, 마지막 커다란   판굿이 벌어질 때쯤엔  함께 소리도 지르고, 어깨도 덩실거리면서 모두가 큰 판의 묻혀 버리고 말았답니다.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다음 판을 기대하는 관객들로 하여 여유있게 숨도 돌리지 못하고  어찌나  빨리 내달렸던지, 놀이판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렸고,  아직 흥이 가시지 않은 관객들은 ‘더 놀아봐라’하 듯 여전히 놀이패  주변을 떠나지 않았고, 우리는 그야말로 ‘encore를 해야 하나’를 고민하던 차……
 정말  이 날을 축제의 날로 굳히고야 말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답니다. 공연 도중 자연스럽게 관객들 사이에 스며들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한복바지 차림에 사물악기를 들고  나타난 다인종 집단이 있었으니…
아, 그 이름도 찬란한 Théâtre du Soleil 의 사물놀이패였습니다.  수 년전 연극작품을 위해 익혔던 사물놀이를 지금까지 연마하고 있는, 현재는 독립적인 음악그룹처럼 활동하면서 한국에서의 사물놀이 경연대회를 휩쓴,  명실공히 한국인 제외, 세계 최고의 사물놀이패지요. 그. 들. 이 선전포고도 없이 등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다짜고짜로 붙어보자니, 서로가 가진 레파토리의 형식이 조금씩 다르고….
전세도 가다듬을 겸(상대의 전술을 파악함이 더 큰 목적이었지요) 그쪽에 먼저 놀아볼 것을 제안하였지요. 태양극단 팀이 악기를 잡고 자리를 잡고, 얼쑤팀은 그 맞은편에 관객이 되어 앉았습니다.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지요. 아직 분위기 파악 못한 관객들은 여전히 치복단장한 우리팀만 열심히 사진에 담으며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은 이곳 여건상, 대부분의 멤버가 경력이 길지 않은  우리팀에 비해 이미 수년간 단일팀으로 이어 온 태양극단 사물놀이패는 너무나 능숙한 솜씨로 판을 벌려 나갔습니다. 여유있게 장단을 가지고 놀며, 그 맛을 온 몸으로 즐기기 까지. 탄성과 함께 은근히 겁을 먹어가고 있는 우리팀을 향해, 영남농악 한 판을 마친 그들이 회심의 미소를 보내는 순간, 하늘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그 무거운 몸을 풀어 버렸고, 두 팀 모두는 일단 악기 챙겨 비를 피하는 것이 급해졌지요. 뽕삐두 센터 처마( ?) 밑으로 스며 든 우리들…
뭔가 다 하지 못한 아쉬움에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기어이 의상을 모두 갈아입고,  준비해 온 김밥과 떡볶이로 본격적인 뒷풀이의 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두 패거리에, 내둥 자리를 지켜 온 가족같은 손님들까지 제법 큰 무리가  어둑해진 저녁, 비를 피하며 음식을 나누는 기분은, 내내 태양이 작열하던 작년 축제에서의 그 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지요. 그러나, 음식은 바닥 났어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무엇!   예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었고 그나마도 비로  완전히 가라앉은 듯한 그 축제의 빈터에, 우리는 기어이 다시 자리를 펴고야  말았습니다. 무대도 그저 뽕삐두 처마 한켠이고, 의상도 다 벗었지만, 두 패거리는 서로 끼여앉아, 조율도 없이 장단을  섞어가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한쪽에서 하는 것을 눈치껏 따라가 보는 것이었지만 차츰 모두는 하나의 흐름에 익숙해져 갔고, 서로가 새로운 멤버를 맞이한 듯한 신선함에 각자의 장단에 흥이 실려 갔습니다.  그야말로 완전히 Feel 받은 것이지요. 이제 어두워 모두가 돌아간 줄 알았는데, 그 좁은 우리만의 무대 주변으로 다시 사람들이 몰려 들기 시작하고,  이젠 함께 장단을 치지 못하는 것이 억울한 관객들이 패거리 가운데로 뛰어들어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레파토리가 바닥나면 처음으로 돌아가고, 끝낼까 하다가도 관객들이 소리치면 누군가 다시 장단을 치기 시작하고….  
공연이 아닌 우리의 연주는  밤이 늦도록 이어졌지요. 연습이었으면 도저히 감당 못했을 긴 시간 동안, 지침도 없이 두 패거리와 구경꾼들은  하나가 되어 두드리고 소리치고 춤추면서 그 축축한 밤을 지펴갔고,  그 열기를 정리할 때쯤 우린 모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겐 진정한 축제가 있었노라고.

***** fzhelp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 +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6-06-29 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