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사는얘기
2014.11.19 01:50

파리는.

조회 수 1439 추천 수 4 댓글 9

그냥요 너무 심심해서요. 몇자 적어봅니다.  파리는 어떤 곳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파리는.


1. 미친 사람이 많다. 

초점잃은 시선, 목적지없이 어슬렁이는 발걸음, 현실 속 공상에 빠진 멍때리기 일 수인 사람들의 천지. 아쉬운 건 가만히 있는 이들 중 나처럼 웃음끼로 일관된 사람이 없어. 뭔가 다들 고독해보여서 아쉬움.


2. 파리지앵은 격식을 너무 차린다. 

슈퍼를 간다. 난 츄리닝 차림이다. 나만 츄리닝 차림이다.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난 츄리닝 차림이다. 정말 나만 츄리닝 차림이다. 아 맞다. 중국인들과 나지. 내가 무례한건가 그런건가.

여기 토박이 분들은 그리 잘 입는 건 아니지만, 집안과 집밖 상황에 따라 입는 옷을 정해놓는 느낌이다. 츄리닝은 운동할 때만. 


3. 이어폰이나 헤드폰 장사에 적격인 곳. 

여기 사람들 무지무지하게 음악을 사랑한다. 아마 화장실을 가도 헤드폰을 끼고 가지 않을까. 운동할때도, 출근할때도, 어디 마실 나갈때, 심지어 밥 먹을때도 끼나 몰라. 내 헤드폰은 4년 전 모델인데 불구하고 여기선 누보다. 새로나온 거. 얘, 어른 할 것 없이 헤드폰을 머리에 장착. 이어폰은 귀를 한번 돌려서 착용.


4. 비가오는데 우산이 없다. 

비 맞는 걸 좋아하나 보다. 비가 많이 온다. 우산이 없다. 그냥 다닌다. 어쩌다 보니 나도 그냥 다닌다. 여기사람들의 애매한 비에 나만 우산쓰면 따 당하는 느낌이랄까. 파리서 우산 장사하면 망한다. 


5. 거리에 개가 많다. 

1인1견이 의무인 양, 무지하게 많은 개들이 발자국을 남긴다. 제기랄, 그 때 밟은 개똥만 생각하면.. 근데 정말 신기한 건 이놈의 개들이 많아서 그런가, 살면서 길고양이 두번 봤다. 

슈퍼의 개코너에 간다. ㅋㅋㅋ 개를 미식가로 만든다. 제기랄. 내가 먹는거 보다 비싸 모든게. 아마 우리나라도 점점 더 고독사회로가면 개들이 많아질 것을 점친다.


6. 한국보다 큰 슈퍼가 겁나리 많다. 

여기도 출점제한이 필요할려나, 24시간 하는 곳은 없지만 수많은 체인의 슈퍼마켓들이 즐비하다. 이들에겐 먹을거리가 일순위, 그 수많은 슈퍼마켓들이 장사진을 이루어, 가끔 보면 한국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농업국가 아니랠까봐. 참으로 먹거리가 많다. 유제품 수십가지. 다농 요거트에 빠진 나. 맥주도 겁나 많다. 우리돈 약 천원이면 카스 100개 농축해놓은 느낌의 프랑스산 맥주를 마음 껏. 포도주는 700원짜리도 있다. 대부분 약 삼천원. 한가지 신기했던 건, 아무리 찾아봐도, 살보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를 찾을 수 없다는 점. 거의 다 그냥 빨갛다. 방목형 농장은 기본인 듯 하다. 여기서 먹거리 잘 먹고 운동하고 살면 백살은 거뜬 할 듯. 한국에서보다 유리할거야. 나트륨섭취만 줄인다면 말이야.


7. 파리엔 화장실이 많다.

처음엔 몰랐다. 방광염이 도지는지 알았다. 한국서 익히 들었던 것들.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공간의 부족 혹은 유료. 서양 어디서나 있는 일. 그러나. 파리엔 공중 화장실이 많다. 돈을 내는 곳도 있으나 머리를 잘 쓰면, 곳곳에 무료? 화장실이 있다. 카페나 밥집은 눈치보이고 돈을 내야하니 패스. 당신이 만약 파리에 왔는데 방광이 터질 것 같거나, 항문의 압이 상상을 초월한다면 주변을 들여다봐라. 우선, 무수히 많은 맥도날드가 우릴 기다린다. 화장실은 항상 맥도날드의 1층, 한국식으로 2층에 존재한다. 자신있는 눈빛으로 '나 뭐 먹으러 왔어요.'라는 표식과 함께 빠른 발걸음을 옮겨본다. 두번째, 큰 길을 가라. 블루바드. 큰 길을 가면 파리시에서 설치한 간이 화장실들이 한 두블록에 하나씩은 있다. 한 싸이클도는데 약 5분 걸리니, 줄을 서서 잠깐 참는 수 밖에. 사용법이야 대충 때려맞추면 된다. 근데 더러워. 세번째, 공원을 찾는다. 작은 공원들. 근린공원느낌의. 큰 공원은 칠백원 내야함. 근린공원을 가서 녹색 작은 집을 찾는다. 그곳은 투아일렛 퓌블릭크~!.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지 몰라. 골목 어디가서 볼일 보면 되지 하는. 음.... 파리엔 골목이 없다. 집들이 다닥다닥. 멋진친구들이 노상방뇨하는데 사실 다 보인다. 자신의 것을 자랑하는 냥 적나라하게.


8. 소매치기가 많다. 

가방문을 살짝 열어놓고 한시간만 관광지를 다녀본다. 음. 확언하건데 아마 다 털려있을거야. 동유럽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있다. 이민자2세라고 해야할까. 대체로 루마니아인들. 어린 친구들이 몰려다닌다. 그러다 표적을 찾으면 쥐도 모르게 다가온다. 양쪽에선 주변의 시야를 가리고 가운데 친구가 가방에 손을 넣는다. 그 작은 속으로 가방안을 휘졌지. 나도 한번 ㅋㅋ 나한테 걸렸다. 그 여자친구가. 난 뒤통수에 눈이 달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간다. 카메라만 아니면 그냥 놔둬 보는건데. 이년의 손을. 손을 끌고 가보는 건데.


9. 걸음걸이는 빠르나, 행동은 느리다?

사람들 발걸음은 무지하게 빠르다. 출근길 보면 경보대회가 따로 없을 정도로. 직진직진. 눈은 전방으로. 주변을 볼 여유가 없나. 그러나, 그 이외의 것들은 다 느리다. 일도 느릿느릿, 밥은 한시간이 기본. 불러본다. 무언가 고칠 사람을. 안온다. 그 사람은 까먹은게 아니다. 언젠가 온다. 다만 무지하게 일들이 많으시다. 무지하게 노후화된 파리 기반시설 속 집들도 페인트칠만 잘되어있지 까보면 진품명품이다. 내가 보기엔 느린다. 그들에겐 빠른거다. 택배를 시킨다. 그냥 우체국을 간다. 배달 안 온다. 분명 인터넷엔 집까지 배달한다고 써놨는데. 아마 역시 택배기사분이 한국가면 반나절 일하고 때려칠 걸. 병원에 간다. 당일진료신청을 한다. 기다린다. 기다리다 집에가 밥을 먹고 온다. 그리고 기다린다. 졸음이 쏟아진다. 저녁이 된다. 이제야 내차례 제길. 와이파이? 인터넷? 음. 자신이 급한 한국인이라면 그냥 돈 내고 로밍해오는걸 강추한다. 난 스트레밍 예능 한시간짜리를 세시간에 나누어본다. 지하가면 안터지고, 심지어 백화점도 뭐 한칸 달랑달랑거린다. 사람 조금 많은 역가면 전화도 안돼. 뭐야 이거. 집을 짓는다. 그리 큰 집도 아니야. 주변 지인의 말이 지금까지 한 삼년걸려서 반 지었댄다. ㅋㅋ 처음엔 이게 불평이었는데 조금지나니까 깨달음이 있더라. 이들에게 시간은 정확성이다. 그래서 집들이 한번지으면 백오십년이 지나도 끄덕이 없다. 대부분. 병원의사의 하루 진료 건수가 10건 되려나?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어서이기도 하지만(EU의 압박을 받고 있긴하지만) 이들에게는 정확한 진료가 우선이다. 몇시간이 걸리던 지금 앞에 있는 환자가 우선이더라. 그게 참 본받을 점인듯. 우리나라 의사처럼 도인인 양 보고 이겁니다. 하는 경우는 없다. 


10. 파리서 운전하면 한국에서의 운전은 심심풀이. 

어디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이들, 참 신기한게 빨간불엔 잘 선다. 사람이 없어도 서고, 새벽에도 잘 선다. 심지어 자전거타신 분들도 선다. 빨간불에는 그렇게 잘 서는 이들이건만 이들에겐 차선의 구분이 없다. 차선이 그려지지 않거나 희미한 도로정비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 분은 차선 사이를 가고 있다. 좀 더 빠른 차선을 찾으시는 것 같은데 오분째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신다. 또한 3차선에서 좌회전한다. 1차선에서 우회전한다. 예비신호도 안보내고. 나는 브레이크를 잡지. 나는 놀라고 그 차의 운전자는 윙크를 한다. 오토바이가 온다. 오토바이는 도로위를 군림하는 황제. 1,2차선의 사이는 오토바이의 차선으로 준한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의 폭주족을 연상케 한다. 너무 많은 오토바이. 차사이로 막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이들. 괜히 짜증나는 손가락 모아 내보이는 이들. 어우. 그리고 여기 신호는 거의가 삼색신호등 밖에 없다. 자회전신호등이 없어 그냥 교차로서 꼴리는대로 들어가거나 도로에 점선으로 넘어갈 수 있게 표시가 되어있어, 자리를 보고 들어간다. 오는 차가 없을때 돌아가는 제도. 하긴 거의 대부분 왕복 이,삼차선에 적용하기에 효율적이긴 한듯. 또한 기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인도가 넓다.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카페안 공간보다 가페밖에 내놓은 테이블 수가 더 많다. 그런데 도로는 2차선이다. 혹은 버스차선까지해서 3차선이다. 신기하다. 사람이 우선인 나라. 적어도 차보다는. 여튼 여기서 운전 일년하면 한국가면 식은 죽 먹기일듯. 


11. 파리는 지하가 모두 뚫려있다. 

마치 땅을 파서 지하공간을 확보한 후 그 위에 도시 기반 시설을 지은 느낌이랄까. 서울 6분의 1크기의 파리 지하기 모두 연결되어있다. 다 뚫려 있다. 음. 나는 지금 항상 비어있는 지하공간 위를 걷고 있다. 심지어 공원에서 조자, 내 발 아래는 모두 흙이 아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시민들의 시야확보, 조망권이라고 해야하나, 여긴 전봇대가 없다. 모든 부류의 전선들은 모두 지하로 연결된다. 좁은 길 거주지를 가도 마찬가지, 한국식의 그 전선이 모여 이르는 검은 색 거미줄 더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참 본받을만 함. 다만 공원조차 무지하게 많이 손댄 흔적이 보이니, 이놈의 백년 된 나무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해. 살짝 구역질 나기도 하고, 내가 걷는 이길이 진짜가 아니네. 하는 생각에. 적어도 서울에선 산올라가면 진짜긴 하잖아. 그게 아쉽다. 효율성에 기댄 인위적 행동의 결과물이 파리라는게.


또 뭐가 있을까요. 잠도 안오고 심심하고, 생각 정리하니 시간은 빨리 가네요. 

  • ?
    shambhu 2014.11.25 19:02
    저도 심심해서 들어왔다가 장문의 글.잘 읽고가요.ㅋ 잼있네요
  • ?
    jour 2014.11.26 09:26
    글 톡톡 재미 있습니다, 님은 심심한데 다른사람은 즐겁네요
  • ?
    박몽구 2014.12.06 10:0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공감 많이 돼요
  • ?
    셀리맨 2014.12.07 18:55
    잘 읽었습니다
    사신지 꽤 되셨나봐요...
  • ?
    SunnyJung 2014.12.08 10:46
    재미있게 읽었어요 공감되네요
  • ?
    2ssosso 2015.05.18 18:32
    파리 가기 전인데 많이 도움되는 글이에요 ㅎㅎ
  • profile
    dulcier 2015.11.02 02:24
    이야. 이 글도 아직도 있네요. 화이팅입니다. 파리는 진리입니다.
  • ?
    Sunbi 2015.05.24 17:36
    곧 파리로 가는데, 재미있으면서도 기억해 둘만한 정보들이 많네요 특히 화장실 ㅎㅎ
  • profile
    dulcier 2015.11.02 02:24
    이야. 이 글도 아직도 있네요. 가셨겠죠. 화이팅입니다. 파리는 진리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1 기타 프랑스의 청년 주거에 관해 취재를 하... kimmethis 2014.12.23 755
880 음악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준비한 캐롤 피아... PianoParis 2014.12.22 651
879 음악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준비한 캐롤 피아... PianoParis 2014.12.22 396
878 사는얘기 서울 방문시 원룸 체류하기 추천 ( 레... 쾌남아 2014.12.22 403
877 사는얘기 중성화 수술 안된 수컷 고양이 기르시... Brody 2014.12.21 1330
876 사는얘기 사람을 찾습니다.. 2 매덕스31 2014.12.15 1121
875 사는얘기 안녕하세요! 강수강수 2014.12.14 1204
874 사는얘기 프랑스 외각 조용한 마을에서살고싶어요 4 승탱 2014.12.09 1476
873 사는얘기 안녕하세요 김신현 2014.12.04 454
872 좋은글 삶의 깊이 외 은솔 2014.11.21 392
» 사는얘기 파리는. 9 dulcier 2014.11.19 1439
870 기타 꼴로까시옹에 관해 aaaaaadd 2014.11.04 962
869 기타 법률 자문을 찾고 있어요 3 SueMarcin 2014.08.23 1176
868 좋은글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1 file 룰루랄라 2014.08.23 921
867 사는얘기 한국어에 관심있는 외국인이나 교포 아... 한국어교사 2014.08.18 1165
866 기타 사람을 찾습니다.. 매덕스31 2014.08.14 968
865 사는얘기 가이드 알바? 기덜이 2014.07.22 1633
864 사는얘기 프랑스에서 삼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 1 derreisende 2014.07.18 1257
863 기타 저렴한맛집추천해주세요! 오늘저녁 파리지이앵 2014.07.14 985
862 칭찬.격려.감사 한국문화원 공연소식(Jazz & Fusion Cl... file DiorSa 2014.07.09 9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79 Next
/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