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얘기

먹는게 약혼자보다 더 좋다......?

by 알렉스미안 posted Jan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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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날씨도 춥고 심심한 파리 생활에 조금이라도 웃음을 나누고싶은 마음에 제 경험담을 적어봅니다.

저는 7년째 파리에서 공부하는 여 유학생이고, 프랑스친구와 약혼중입니다....



한 3개월 전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여느 유학생처럼, 집에서 정성스레 싸준 마른반찬이며, 별에 별 김치랑 김이랑 먹을것만 40킬로를 가지고 왔었어요 ㅋ
그래서 하루에 한끼씩 꼭 시골 할머니 속치마에서 비상금 꺼내듯 아껴아껴 먹죠..

문제는...... 저 혼자면 얼마나 올래먹을 것을 저랑 같이 사는 알렉스가 한국음식을 유난히 좋아한다는거죠...
제가 아무꺼나 해줘도 고추장 들어가고 좀 매우면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는 알렉스가 너무 고마우면서도 저번만큼은 배가 너무 아픈데요 ㅋㄷㅋㄷ

얼마전 일이었어요.
시장도 보지 않아서 마땅히 먹을 것도 없고 그래서 알렉스에게 괜히 좀 미안한 마음으로 그냥 흰 밥에 있는 마른반찬은 다 꺼내서 저녁 준비를 했죠.
깻입이랑 배추김치, 오징어젓갈, 마른 김, 오징어 무침, 등등 다 꺼내놔 보니 꽤 많더라구요?!

일을 하는 알렉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미안.....하면서 그냥 이거로 밥 먹자...라고 했죠.
그랬더니..어...난 상관없어 하면서 젓가락으로 흰밥을 막 먹으려는데 너무 이쁜거에요.

아... 그런데..
' 나 밥 안먹을래' 저는 먹을게 너무 없어 싫은가보다..... 하며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번 젓가락 질에 제가 한 10번은 먹을 양의 김치를 입안에 쏙 넣는겁니다!
순간... 머리가 좀 멍....해지더라구요?! 그러더니 막 정신없이, 젓갈에, 무침에, 제게 그 소중한 반찬만 무슨 라면 먹듯 후루룩, 왕창 입에 집어 넣는거에요!!!!
차마 그만 먹으라는 말은 못하고...... 한 5분후에....제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죠..
??알렉스... 반찬은 밥먹으면서 밥 잘 넘어가라고 있는거야..밥 줄까???/
그랬더니 아니...됐어. 하며 계속 마구 먹는거에요.
순간 김치 그릇을 봤더니 김치는 밑바닥을 보이고, 오징어 무침도 없는겁니다.
머리카락이 팍 스는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뭐라고 하겟어요.. 다 같이 먹는건데....
그래서 그때부터 그나마 남은거라도 좀 구하게?? 머리를 좀 굴려봤죠..

알렉스.. 김치는 소화기능에 조금 먹으면 좋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 난데... 나 봐, 나 항상 조금씩 밥이랑 먹잖아[당연 아까워서 인데. ㅋㅋㅋㅋ] 거기다 무침도 너무 매워. 또 배탈난다? 정말 몸에 안좋아... 그니깐 밥 이랑 같이 먹어....

아... 여전히 듣는척 마는척... 김치 한장? 남겨놓고...

이거 남은거 너 먹어...아... 맛있다!!!! 그러며 자기야 고마워!!! 하는거에요....
으..........................내 맛있는 엄마의 김치가.....하며 나머지 김치를 젓가락 쪽쪽 빨며 초라하게 끝냇죠.

저녁식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밥알만 먹다가 끝났습니다.

그날 저녁...

알렉스가 저녁 12시 쯤에 과자를 먹고싶다는거에요.
근데 시장을 안봐서 과자든, 케이크던 디져트든 단게 아무것도 없는거에요.

그냥 자자....

했는데... 갑자기 부엌에 가서는 뭘 가져오는거에요.
뭔가 했더니.... 돌 김 !!!!!!!!!

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한장씩도 아니고 막 몇장씩 집어 먹는거에요..

아... 이거 정말 맛있어... 마약이야 마약!! 너도 먹을래??? 라며 너무 맛있게.....

그러하여 저의 김 양식도 그렇게 허무하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ㅠㅠ

그런데... 갑자기.... 제 얼굴이 빨게 지더니 눈덩이 만 한 눈물이 한방울씩 뚝 뚝 떨어지는 거에요.
돌김을 먹던 알렉스의 눈이 똥그래 지며??절 쳐다보는거에요...자기 왜그래??.. 어???

여러분 이 심정 아시겠어요?
괜히 서럽고 그래서 눈물은 막 나는데 김치랑 김이 아까와서 운다고 차마 말은 못하겠고..... 그렇게 한 10분은 누가 죽은듯 서럽게 울었습니다.
울면서도 정말 기가막혀 웃다가 울다가.... 황당했습니다.

결국 서러움이 좀 가신 후, 이유를 꼭 알아야겠다는 듯 알렉스가 계속 묻습니다... 결국... 사실을 말 할 수 밖에 없었죠.

갑자기 알렉스가 땅을 치구 웃더니, 미안하다고 하는데.... 제가 더 미안하더군요.

사랑한다고, 모든것을 나누자고 할때는 언제고 치사하게 먹을 것 때문에 이 쇼를 하다니.... 정말 제가 원망스럽고 창피해서 잠자리를 설쳤습니다.

그 뒷날, 일어나자 마자 알렉스랑 손 잡고 다정하게 한국식품점에 가서 맘껏, 사고싶은거 다 샀습니다 ^^;;

그 후로 저의 부엌의 큰 벽에는 아주 크게 욕심을 버리자.... 라고 써져있답니다^^



말재주가 별로 없지만 그나마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