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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열매들 The Fruits of Thought

posted Nov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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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나래를 펼쳐 써낸 판타지 소설책이 무려 4억 부 이상이 팔려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부자 순위 552위에 올라 영국 여왕보다도 더 큰 부자가 된 사람,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다. 

알려진 대로, 이 작가는 해리포터를 쓰기 전에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으로 기초 수급자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하고 일약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가 쓴 새로운 책이 나오는 날이면, 독자들은 날씨에 상관없이 서점이 열 때까지 기다리는 줄로 장사진을 이루고, 해리포터 책이 판매 시작되는 날이면 교통이 마비되고, 서점은 늦게까지 문을 열었다고 미디어들은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도 각광을 받는 책이 되었다. 

이 책과 그 내용을 통해 제작된 영화들이 그토록 많은 독자들과 관람자들을 끌어들인 것은 이전까지는 경험하거나 보지 못했던 마법의 세계, 현실 세계에서는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놀랍고 경이로운 마법 속으로 독자를 흡입하는 상상의 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당시의 열풍은 사라지고 잠잠한 물처럼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 책의 광풍 그 이후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사람들이 마법의 몽환에서 풀려나면서 현실세계로 귀환했을 때 그 허망함, 그리고 현실세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마법이란 허구, 그런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만이 남아 마치 춘몽에서 깨어난 사람의 허탈한 모습을 남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만화가가 되기로 했던 한 소년은 낮에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며 지내던 어느 날, 자신의 방 벽의 구멍으로 드나드는 생쥐들을 보고 그 쥐를 모델로 쥐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고 그 후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그림이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키마우스이다. 월트 디즈니 이야기이다. 그는 미키마우스를 만든 다음, 메리 포핀스, 신데렐라, 피노키오, 피터팬 등과 같은 만화영화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고, 특히 대공황이 휘몰아치던 1933년, 늑대에 대항해 벽돌집을 짓는 돼지의 모험을 그린 ‘세마리의 작은 돼지’라는 영화를 제작, 당시 암울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던져주기도 했다. 

그가 영화 업계와 세계 오락 산업에 미친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방대하게 남아있으며 여전히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미디어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이너이자 가장 유명한 비정치적 공인’이라고 일컬었다. 

오늘날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 곳곳에 세워져 수많은 어린이들을 꿈 꾸게 하고 있다. 가난했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며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디즈니의 상상력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업자이며 애니메이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거장 중 한 명으로 기록되었으며. 전 세계 대중문화 예술의 상징 중 한 명이자 미국 문화의 전설로 평가 받고 있다. 상상력이 현실이 되어 거대 기업을 만든 하나의 예라 하겠다.


위의 경우와는 달리, 생각이 사회 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탐구하는 사회과학 분야로 뻗치면 그것은 곧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낳게 된다. 

인간의 삶 속에서 사상과 이념은 대단히 중요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드는 요체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사상과 이념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인간의 신념은 결국 다양한 사상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상들이 인류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공화주의부터 오늘날의 자본주의까지 보다 나은 ‘사상’으로 ‘세상’을 건설하고자 했지만 토마스 모어가 꿈꾸던 유토피아는 온데간데 없고, 불변의 진리인 듯 했던 이념들은 역사 속으로 소멸되어 갔다. 이러한 사상들은 세계를 둘로 갈라놓는 결과를 낳기에 이르렀다.


생각이 맺은 열매는 많다. 상상과 공상, 망상, 환상, 허상, 가상 등이 그 열매들이다. 상상想像이란 머리 속에 그리며 생각하는 것으로 과거의 경험으로 얻어진 심상心像을 새로운 형태로 제구성하는 정신작용이고, 공상空想이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려 보는 것이며, 망상忘想은 병적으로 생긴 잘못된 판단이나 확신이다. 현실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일이 환상幻想이다. 종잡을 수 없는 생각, 이것이 곧 공상이고 망상이다. 망상은 인간을 어둠 속으로 몰고 가 피폐하게 만든다.

다원성과 우연성과 차이와 해체 등을 주장해온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이러한 사상과 생각들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아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철학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그곳에 열매가 매달릴 것이다.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그 방향으로 사상은 굳어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 파리팡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