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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입맛이 서구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김치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인의 공통된 정서인 것 같다. 아무리 잘 차린 음식상을 받아도 김치가 빠지면 맥이 탁 풀리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설사 김치가 있다 해도 덜 익었거나 맛이 없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게 된다.
김치의 영양논쟁은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치의 영양에 대해 혹평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고 옹호 하는 사람들의 견해도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매스컴을 통해 '왜 신선한 배추를 굳이 썩혀서 먹느냐' 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전통 식생활의 체계를 뿌리째 흔들어 놓는 사례까지 있었다. 이러한 흑백논리는 김치의 소비자인 전 국민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식에도 절제가 필요한 법이다. 지식의 청지기라고나 할까. '경우에 맞는 말은 은쟁반에 금사과'라는 성경말씀처럼 자기 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다. 김치에 대한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김치의 영양 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논하거나 자기의 지식을 절대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이웃에 게 유익을 주는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이 땅은 영양학에 관한 불모지대이다. 의학연구에 쓰이는 돈의 십분의 일만 영양학에 투자한다해도 의료비의 상당부분이 절약될 것이다. 우선 김치에 대한 연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김치의 영양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주저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제한된 지식이나마 예방 의학적 관점에서 합리 적인 지침이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말해 신선한 채소와는 다른 차원에서 김치에는 풍부한 영양가가 있다. 문제는 제대로 담근 김치인가 김치 흉내만 낸 것인가가 문제이다.


영양은 ‘김치국물’에 밀집돼 있다


바꿔 말하면 제대로 담근 김치에는 풍부한 영양을 기대할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김치는 무용한 식탁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우선 김치는 소금에 절임으로 신선한 배추 안에 있는 영양이 밖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치 자체보다 김치 국물에 영양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치 자체에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김치 국물에는 비타민 A, B, C 등이 많다.
김치나 김치찌개, 시레기국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게 변비가 적은 것은 섬유질 때문이고 김치와 더불어 적절한 양의 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식곤증이 없는 것은 풍부한 비타민 때문이다. 우리 나라 사람에게 대장암이 적은 것은 지방질의 섭취가 적은 것과 더불어 김치의 공헌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양념으로 쓰이는 젓갈 등 어패류에 있는 칼슘은 김치의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젖산과 더불어 소화흡수율이 매우 높은 젖산 칼슘을 생성하므로 양질의 칼슘공급원이 된다. 칼슘 섭취량이 부족한 한국인들이 김치를 즐긴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발효과정에서 생겨난 유산균은 장내 유해 세균의 번식을 막아 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맛있게 담근 김치를 충분히 먹으면 튼튼한 대장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수적인 양념으로 쓰이는 마늘은 살균작용과 해독작용을 두루 갖춘 강력한 노화 방지제이고 파와 생강은 건위 작용을 가진 소화촉진제이다. 그리고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탄산가스는 김치의 상큼한 맛을 좌우하는 식욕촉진제이다.
이렇듯 김치는 백미를 주식으로 고기를 가끔 즐기는 한국인에게 부족한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을 보강해 주는 영양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한국인의 '김치에 대한 집념'이 예방 의학자인 필자의 시각으로는 생존을 위 한 몸부림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김치의 영양은 잘 담근 맛있는 김치일 경우만을 전제로 한다. 맛있는 김치란 '양념이 골고루 배합된 잘 익은 김치'를 의미한다. 익어야 맛이 있는 이유는 발효작용으로 인한 탄산가스 및 비타민의 증가에 있다.
그러나 짜고 매운 김치, 맛없는 김치, 익지 않았거나 시어진 김치는 영양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우선 맛이 없어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영양이 있다 해도 안 먹게 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김치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또는 자주 담그는 수고를 덜기 위해 짜게 담근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김치의 보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땅에 묻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여건이 안되면 큼직한 냉장고에 작은 김칫독을 넣어 시원하게 보관해야 한다.
문제는 김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김치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치를 즐겨 먹되 잘 담근 김치를 먹어야 균형 잡힌 영양의 섭취가 가능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색다른 영양식을 찾기보다 최고로 맛있는 김치로 영양보충을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하리라.
음식솜씨도 인정받고 자신을 비롯한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평범한 데 있다.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비법이라 할까. 그리고 맛있는 김치를 먹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건강한 미인이 되려면,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면 김치를 자주 담그는 수고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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