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외규장각 의궤가 고국에 돌아온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반환협상의 과정을 주목한 상세한 보고서나 책은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 실무 교섭을 담당했고, 외규장각 의궤 반환의 숨은 주역으로고까지 불렸던 여성 외교관 유복렬이 협상의 경과와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집’ 떠난 조선왕실의궤의 운명은 신산(辛酸)스러웠다. 조선왕조 600년간 왕실의 의식(儀式)과 궤범(軌範)을 화려한 그림과 함께 기록한 의궤는 타고난 고귀한 신분 덕에 강화도 외규장각에 고이 잠들어 있다가 1866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것. 병인양요가 발발하면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을 불태워버렸다.
다행히 프랑스군이 녹색비단 표지와 질 좋은 종이에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된 어람용 의궤 유일본을 알아보고 배에 태워서 ‘소멸’의 위기는 피했지만, 정작 ‘고향’에서 그 존재는 완전히 잊어졌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어람용 조선왕실의궤 297권은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다음에서야 다시 빛을 봤다. 그러고도 다시 귀향하는 데 자그마치 36년이 걸렸다. 이 책은 1866년 외세에 약탈당한 뒤 145년간이나 해외를 유랑했던 조선왕실의궤 반환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 실무자였던 저자는 1999년 10월 ‘단풍이 깊게 물드는 파리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처음 만났던 기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프랑스 동양서지학자 모니크 코엔의 흰 장갑을 낀 손이 덜덜 떨면서 화려한 천연색 그림을 펼쳐 행사도를 선보였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의궤는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1991년 첫 반환 요청 이후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수빈휘경원원소도감의궤’를 전달받으면서 급물살을 탈 것 같은 협상이 프랑스 문화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 1999년 민간전문가 협상으로 전환하고 2001년 7월 프랑스 소유 어람용 의궤와 국내 분상용 의궤(약탈에 대비해 만든 예비본)를 맞교환하는 방식에 합의하지만, 국내에서 “인질로 잡혀간 장남을 구출하기 위해 차남을 대신 내주는 짓거리”라는 비판을 받고 무효화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의궤 이야기만 들으면 “지긋지긋해 신물이 난다”고 할 정도였다.
이후 협상은 저자가 튀니지 공관에서 2년간 근무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뒤인 2010년에야 재개됐다. 여전히 프랑스는 ‘의궤 대 의궤 맞교환’을 고수했지만 “대가를 받을 생각을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주고 한국 국민들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받으라”는 폭탄선언으로 정면돌파하고, 결국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결단’으로 합의에 이른다. 2011년 4월 13일 의궤 1차 반환이 시작될 때 공항에서 이를 지켜본 저자는 그 순간을 “안도감이 밀려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프랑스의 밀고 밀리는 치열한 실무 협상과정은 흥미진진하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의궤 1권을 전달할 때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 명을 거부하고 의궤를 담은 함 위에 앉아 경비원에게 떠밀려서야 물러선 뒤 ‘사표’까지 냈던 마담 상송, 프랑스측 협상대표였던 자크 살루아 협상대표의 프랑스어 ‘막말’ 공격, 적이지만 무한한 수다를 통해 상대를 존중한 프레데릭 라플랑슈 당시 프랑스 외무부 동북아과장 등의 이야기는 협상에 직접 실무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다.
국내 외교가에서는 외교전략이나 국제관계를 다루는 거시적 접근은 많지만, 실질적 협상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문화가 척박하다는 점에서 외교 사료로도 가치가 있다. 2011년 4월 의궤 환수 이후 처음 발간된 기록물인 만큼, 향후 문화재 반환 협상에서 참조할 만하다. 그래서 저자가 1999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의궤를 처음 만날 때 함께 봤던, 금속활자 최고 인쇄본인 ‘직지(直指)’도 조속히 빨리 고향에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눌와/유복렬 지음/1만3000원


  1. 공연.전시

    동양의학의 보물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 기념 특별전

    2009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은 1613년 허준이 여러 증상들과 그에 따른 처방, 의학 상식들을 총망라하여 편찬한 한국의 의학 백과전서이다. 25권으로 이루어진 이 의서는 한국과 중국의 왕실 서고의 책 500권에서 참조한, 당대에 쓰인 모든 의학 정보 또한 포함하고 있어 동양의학 ...
    Date2013.08.29 Category공연.전시
    Read More
  2. 공연.전시

    김창열 화백 ‘화업 50년’ 전시회

    "너절하지 않은 화가로 남았으면 한다" 참 궁금했다. 고집스러울 만큼 일관되게 평생 물방울을 그려온 여든을 넘긴 노화가에게 물방울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물방울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지겹지 않았을까. 50여년 화업을 쌓은 원로화가는 도대체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물방울 작가’로 국내외에...
    Date2013.08.29 Category공연.전시
    Read More
  3. 기타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외규장각 의궤가 고국에 돌아온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반환협상의 과정을 주목한 상세한 보고서나 책은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 실무 교섭을 담당했고, 외규장각 의궤 반환의 숨은 주역으로고까지 불렸던 여성 외교관 유복렬이 협상의 경과와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집’ 떠난 조선왕실...
    Date2013.08.29 Category기타
    Read More
  4. 포커스.기획

    사회갈등과 불신의 늪

    대한민국 사회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다. 불신의 늪에 깊이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른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해법조차 보이지 않아 더 암담하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OECD 27개국 ...
    Date2013.08.22 Category포커스.기획
    Read More
  5. 기타

    항공편 수하물 분실사고, 유럽공항이 최고

    항공여행자 누구라도 최종목적지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기 위해 빙빙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지켜보는 순간이면 긴장되기 마련이다. 위탁수하물로 보낸 여행 가방이 도난, 분실, 파손 없이 제대로 도착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감이 생겨나는 까닭이다. 항공여행 시 도착지에서 위탁수하물을 찾지 못한 여행자는 하...
    Date2013.08.22 Category기타
    Read More
  6. 한불관련

    시와 노래가 숨쉬는 동화 그림책 펴낸 고은별 작가

    프랑스 파리에 체류중인 동화작가 고은별 씨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나비야 나비야 Papillon"을 펴냈다. 프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동화를 바탕으로 비추미 인형극을 만들어 한글을 가르쳐 온 작가는 한불자녀와 동포자녀들을 위한 그림책 출판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한글과 프랑스어로 그림...
    Date2013.08.22 Category한불관련
    Read More
  7. 생활.정보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카드놀이 Tarot

    유럽에서 따로(Tarot) 카드놀이에 대한 기원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XIV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스페인과 이태리 북부에서 이 놀이가 전해졌다고 추측한다. 유럽마다 저마다 놀이방법과 규칙이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Tarot de Marseille≫가 더 유명하지만 따로 카드에 사용되는 카드는 이와 다르다. TAROT라는 어휘는 상형...
    Date2013.08.22 Category생활.정보
    Read More
  8. 생활.정보

    어른들의 구슬치기 Pétanque

    구슬치기는 세계적으로 모든 어린이들의 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어른들이 구슬치기를 즐긴다. 수염이 히끗히끗한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원에서 구슬치기(사실 구슬이라고 하기엔 크고 무겁다)하는 모습을 호기심있게 지켜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린이부터 어른, 노인들까지 ...
    Date2013.08.22 Category생활.정보
    Read More
  9. 오피니언

    항공기에 짐을 부치기 싫은 이유, 네가지

    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 짐이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집처럼 갖추어진 환경이 아니다보니, 필요한 물건들은 소지하고 떠나야 한다. 항공기를 탈 때도 이 짐이 항상 문제다. 비행기를 탈 때는 대개 짐을 화물칸으로 부친다. 기내에 들고 들어가기에는 무겁고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
    Date2013.08.22 Category오피니언
    Read More
  10. 기타

    들불처럼 번져가는 촛불시위

    한여름의 뜨거운 폭염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7차 범국민 촛불대회에는 4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해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공작을 규탄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변명과 책임...
    Date2013.08.22 Category기타
    Read More
  11. 포커스.기획

    프랑스의 거대 재벌들

    2013년 6월 기준으로, 프랑스 5백 명 재벌 재산보유량이 예년처럼 경제시사전문주간지 샬랑쥬(Challenges) 7,8월 여름특집호로 실렸다. 경제주간지가 18년째 기획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프랑스 5백대 재벌명단과 재산순위는 11%선을 육박하는 고실업률로 긴장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프랑스미디어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속...
    Date2013.08.15 Category포커스.기획
    Read More
  12. 포커스.기획

    프랑스인들이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자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 명품브랜드 LVMH 그룹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는 프랑스 경제시사주간지가 매긴 갑부순위 1위 자리를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후문도 있다. 지난해 9월 그가 벨기에 국적취득 ...
    Date2013.08.15 Category포커스.기획
    Read More
  13. 한불관련

    한-불 건축가 부부가 설계한 아틀라스 스포츠센터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한-불 건축가 부부가 1300m2 규모의 파리 19구 아틀라스 스포츠센터를 건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리시의 발주로 윤스아키텍스(Yoonseux Architectes)가 설계/감리한 아틀라스 스포츠센터는 1970년대 지어진 노후된 스포츠시설을 보다 쾌적하고 모던한 시민공간으로 재생시키는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Date2013.08.15 Category한불관련
    Read More
  14. 한불관련

    앙상블 유니송, 예술의전당에서 초청 연주회

    파리 유학파 출신의 앙상블 유니송 콘서트가 7월 31일(수) 저녁 8시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300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황리에 열린 이번 연주회는 Julien Vanhoutte가 지휘했고 소프라노 이현 씨가 협연했다. 파리의 음악단체 "앙상블 유니송"은 1997년도 당시 파리국립고등음악원 한인 재학생...
    Date2013.08.15 Category한불관련
    Read More
  15. 여행정보

    파리 시테 섬의 다리들

    ▪ Pont Neuf 영화 Pont Neuf로 유명한 이 다리는, 파리에서 처음 세워진 근대적인 다리로도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의 종결을 의미하는 이 다리의 기본 개념은, 다리 상부에 건물을 건축하지 않는 것으로서, Seine 강이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때까지 파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조였다. 왕...
    Date2013.08.15 Category여행정보
    Read More
  16. 여행정보

    세느강의 좌안과 우안의 교차점, 시테섬

    파리는 세느(Seine) 강을 중심으로 그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L’Ile de la CITE를 중심으로 부족마을이 형성, 도시로 발전되었으며 그 주변으로 확대되었다. 오랫동안 파리의 심장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금도 법원, 경찰청 등 주요 관공서가 위치해있는 파리의 중심부, L’Ile de la CITE로 ...
    Date2013.08.15 Category여행정보
    Read More
  17. 여행정보

    강을 따라 걷다보면 도시와 만난다

    서울, 도쿄, 뉴욕, 런던, 파리, 뮌헨… 세계 주요도시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크든 작든 항상 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옛날의 역사책을 뒤적여도 마찬가지다. 나일 강 유역의 이집트문명, 티그리스 강,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 강 유역의 인더스문명...
    Date2013.08.15 Category여행정보
    Read More
  18. 여행정보

    한반도 국토대장정과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벨기에의 오이코텐 협회는 교도소나 수용시설에서 생활한 청소년들이 낯선 나라를 도보로 여행하는 일종의 선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소년 두 명과 인솔자 한 명이 함께 2,000∼2,500km를 라디오나 MP3플레이어 없이 3개월간 걷는다. 여행 기간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힘으로 숙식을 해결해야 하고,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함...
    Date2013.08.15 Category여행정보
    Read More
  19. 포커스.기획

    파리, 안전여행을 위하여

    휴가를 맞아 아내와 함께 파리에 여행 온 K씨는 루브르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개선문으로 가던 중이었다. 객차 안이 혼잡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겨우 출입문 쪽에 서있었는데, 콩코드 역에 정차하여 문이 열리는 순간, 열차 밖에 서있던 소매치기범이 지갑과 휴대폰이 든 가방을 순식간에 절취한 후 도주했다. 경찰...
    Date2013.07.25 Category포커스.기획
    Read More
  20. 여행정보

    프로방스의 숨겨진 여행지들

    니스, 칸느, 모나코... 여름만 되면 세계최고의 휴양지가 집결해 있는 남프랑스의 지중해로 몰려든다. 때문에 남불을 가기 전에 무심코 지나치는 프로방스 지역에 숨겨진 명소가 즐비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 로마 시대의 종속주 '프로방키아'에서 유래된 프로방스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풍부한 문화유산, 아름다운 ...
    Date2013.07.25 Category여행정보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0 191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 377 Next
/ 377
[플러스광고] 업체단체 알바구인/매물/광고 [포토뉴스] Photo News



Copyright 2000-2018 FranceZone.com Inc. All rights reserved.

Hesd office : 4 VILLA DES IRIS 92220 BAGNEUX FRANCE
TEL: 33(6) 4502 9535    E-mail : francezone@gmail.co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