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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트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을 읽었거나, 동명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톰 티크베어 감독의 영화 “향수”를 본 사람들은 금방 떠올릴 마을이 그라스(Grasse)일 것이다. 그라스는 “향수”의 소설 배경마을이자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이다.

소설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파리에서 향을 가두는 법을 배우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가 만족할 향을 가두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모든 향기의 로마’라 불리는 향의 고장 그라스로 떠난다. 이곳에서 그는 완벽한 향을 얻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며, 향의 광기에 사로잡혀 탐닉한다. 그리고 쥐스킨트는 엑 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장미, 라벤더, 재스민 등의 꽃에서 에센스 한 방울을 축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18세기의 향수 제조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소설에서 그라스는 소녀들의 죽임이 있는 음산한 곳이지만  현실의 그라스는 라벤다, 재스민, 장미 등의 꽃향기가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휘돌고, 오렌지색의 건물들이 남쪽의 태양 아래 반짝반짝 빛을 내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로, 갓 세수한 맑고 고운 처녀의 향과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향수의 메카, 그라스


향수와 와인은 프랑스의 상징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와인은 부르고뉴, 보르도, 알자스 지방 등이 유명하다면 향수하면 그라스로 이곳에서 프랑스 향수 원액의 2/3가 생산 될 정도로 가장 유명한 향료 생산지이다.

그라스는 지중해에 자리한 칸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져있고, 해발 350m 위치에 지중해의 온화한 날씨와 직접적인 해풍을 피한 내륙에 자리해 꽃들이 자라기 쉽고 향을 체취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또한 1860년에 운하가 건설되어 물도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다.  

그라스는 원래 가죽 가공으로 유명하던 마을로 가죽 특유의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 향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향이 발달했다는 설과 헨리 2세 국왕의 왕비였던 캐서린 드 메디치의 가죽장갑을 제작할 때 가죽냄새 대신 좋은 향을 내기 위해 이탈리아 향료를 뿌리기 시작하면서 향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설이 존재한다. 엇비슷한 두 가지의 설처럼 그라스는 가죽과 관련해 향수 마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라스의 향수산업은 18세기에 큰 번성을 이루며 마을에 부와 명성을 가져왔고, 마을은 성당과 대주교 저택을 중심으로 새로이 형성되었다. 지금의 그라스는 그 시대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중세시대에 멈춘 듯, 시간이 멈춘 듯 언덕 위에 고풍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가게에서 풍겨오는 향들은 향수, 향비누, 섬유유연제, 향초 등으로  길을 걷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며, 특히 다양한 향수병들이 뛰어난 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향료는 세계 굴지의 향수회사인 샤넬, 크리스챤 디올, 니나리찌에 향수 원료로 공급되며  마를린 먼로의 상징인 ‘샤넬 No.5’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또한 프랑스 전통 향수 회사로 가문대대로 이어져 경영을 하고 있는 ‘프라고나르(Fragonard), 몰리나르(Molinard), 갈리마드(Galimard)사의 본사와 제조공장이 이곳에 있다.  ‘프라고나르(Fragonard)’는 그라스 출신의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Jean-Honoré Fragonard, 1732 ~ 1806)’ 이름을 따서 지은 명칭이다. 화가 프라고나르를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과 동상도 그라스에 있다.

‘몰리나르’와 ‘갈리마르’은 1780년 대에 세워진 향수 제조사로 새로운 향수 비법을 개발한 조향사들의 이름을 딴 회사들이다. 


그라스의 대표적인 향수박물관


843-8a.jpg 국제 향수 박물관 (Le Musée international de la Parfumerie)은 그라스의 대표적인 향수 박물관이다. 향수를 제조하는 기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기기들 옆에는  기기 사용법을 담은 비디오 영상이 설치되어 있다. 박물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고대 이집트부터 오늘날까지의 향수 제조 기술 또한 볼 수 있는 향수 견학을 위한 좋은 방문지이다. 유리로 된 전시실에는 전세기에 걸친, 세계 각국의, 각 회사들의 향수병들이 전시되어 있다. 향수병들은 예술 작품이라 불리만큼 오색찬란하니 아름답다. 옥상에 있는 온실에서는 향수의 원료가 되는 달콤한 꽃의 향을 맡을 수 있고, 외양간 냄새, 가죽냄새, 아기 냄새 등 세상에 존재하는 냄새를 맡을 기회도 주어진다. 

프라고나르 향수 공장 및 프로방스 의복•보석 박물관 (Le Musée du Costume et du Bijou provençal / Parfumerie Fragonard) 은 1926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향수 회사 중 하나인 프나고나르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프로방스 의상 박물관도 함께하는 곳이다. 박물관에는 향수 제조에 쓰이는 기기와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곳에서 프라고나르 향수를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의상과 그 시대의 유행복식과 장신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몰리나르과 갈리마르 박물관은 소설 ‘향수’에 묘사된 기구들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로, 향수 제조에 관련된 18세기 기기부터 현대적인 기기까지 전시해 놓고 있다. 이곳에서는 향수 만들기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나만의 향수를 90가지의 에센스 중 자유로이 선택해 조향사를 따라 50ml  향수를 만들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과정을 수료하면 조향 과정 인증서도 준다. 갈리마르는 편안한 휴식을 위한 아로마테라피의 일종인 향유를 전문으로 하는 향수 회사이다.

그라스에서는 향수는 물론 비누, 올리브유도 제조 되는 곳으로 매년 5월에 장미축제와 8월에는 재스민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라스를 찾아가는 방법은 니스에서 500번 버스를 타거나 칸에서 600번이나 610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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