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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악마처럼 도시를 작열하는 여름이면 나무가 울창한 숲이나 산, 혹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이 그리워진다. 다행히 파리엔 블로뉴 숲과 뱅센느 숲이라는 커다란 숲이 동서에 나누어 있어 파리의 허파역할을 하고 각 동네마다 크고 작은 정원이 심심찮게 깔려있어 초록공간이 그리 아쉬운 편은 아니다.

  빠르게 진행되었던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명목으로 파리시내에 대형건축물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게 된 게 1950년대라면 이 삭막한 도시화에 식상한 파리지앵들이 도시 구석구석마다 녹색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한 게 1980년대이다. 

이번에 소개할 La promenade plantee도 그중의 하나로 건축가인 Philippe Mathieux와 조형가인 Jacques Vergely에 의해 88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파리에 있는 수많은 정원 중에서 가장 독특한 정원이라 불리 울 수 있는 이 산책로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한 구역에만 위치해 있는 게 아니라 파리 12구 전체를 통과하는 총길이 4,5킬로미터에 해당하는 보기 드물게 긴 산책로이다. 그 이유는 이 산책로가 이전에 이용되었던 철로를 따라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1969년까지 사용되었던 이 철로는 바스티유 광장과 Varenne-St-Maur를 잇던 노선이었는데 버려진 이 철로를 산책로로 만들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다. 


바스티유 광장에서 시작 뱅센느 숲까지...


 843-3a.jpg 현재 이 산책로는 Avenue Daumesnil에서 시작하여 Reuilly 역, rue du Sahel과 avenue Emile Laurent을 거쳐 peripherique 아래로 해서 St-Mande까지 이어지고, 지하철 Porte Doree 쪽의 벵센느 숲까지 연결되어 총 6.5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한다.

  파리지앵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이 산책로는 여러 개의 입구가 있어 중간 중간 원하는 곳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처음의 시작은 바스티유 광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오페라 바스티유가 위치한 la rue de Lyon을 지나 avenue Daumesnil 입구에 위치한 계단을 오르면 이전에 철도로 이용되었던 육교가 나오는데 여름철 주말이면 마치 모든 파리지앵들이 이곳에 산책이라도 나온 게 아닐까 싶게 많은 인파로 붐빈다. 

 다행히 산책로 중간 중간에 놓여있는 수많은 벤치로 인해 쉬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쉬었다 갈 수 있게끔 배려를 해놓았다.

조금 가다보면 왼쪽으로 la rue Traversiere가 나오는데 바로 여기에 1898년까지 Mazas 감옥이 위치해있다. 1900년 파리세계박람회를 기회로 이 감옥은 철거되었는데 당시 리용역으로 도착하는 외국 손님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미 그때부터 관광국으로서의 이미지에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조금 더 가다보면 왼쪽으로 계단이 나오고 계단 밑으로 두개의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는 Hector Malot 정원이 나온다. 이 정원은 이 산책로에 딸린 4개의 정원 중에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정원으로 히말라야 소나무, 멕시코의 오렌지 나무와 라벤더등 타 지역의 희귀식물이 심어져있는데 특히 날씨가 좋은 날이면 라벤더향이 내뿜는 강한 향이 온 주위를 감싼다고 한다. 

제 1 테라스 위에는 캐나다 단풍이 24개나 심어져있어 가을이면 그 현란한 붉은 빛이 바닥의 붉은 벽돌색과 잘 어울려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발코니에서 나오는 분수의 물이 두 번째 테라스 위로 폭포처럼 흘러 더운 여름날 땀을 삭히기에도 좋다.

  다시 계단을 올라 육교로 되돌아오자. Boulevard Diderot를 지나 작은 다리를 통과하면 l'avenue Daumesnil이 나오는데 경찰서로 쓰이는 6층 건물에 주목해보자. 5-6층이 테라스로 되어진 이 건물의 유리창을 통해 송진으로 만들어진 똑같은 크기의 男像柱 14개가 전시되어 있는 게 보인다. Michel Ange의 죽어가는 노예의 복사품인 이 작품은 산책객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La rue Rambouillet의 모퉁이에 다다르면 육교로 된 이 산책로의 여정이 끝을 맺게 된다. 입구에 대형 해시계가 놓여있는 제 2의 정원인 jardin de Reuilly를 오른쪽으로 끼고 계속 나아가면 l'allee Vivaldi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산책객들은 처음으로 정상의 지면위치를 찾게 된다. 바로 여기서부터 시클리스트들도 도보의 산책객들과 합류되어질 수 있다.

  19세기 말엽 파리 인근지대에 수없이 존재했던 驛舍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Reuilly의 구역사를 지나면 이전에 기차가 드나들었던 제1 터널이 나오는데 이 터널을 지나면 지면이 갑자기 7미터 지하로 내려가게 된다. 조약돌과 흐르는 물 등 자연적 동굴을 연상시키게끔 꾸며놓은 이곳에 들어오면 과연 여기가 파리인가 의심케 될 만큼 환경의 변화가 커진다. 

마치 시골에라도 온 듯한 착각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belvedere(전망대)가 나오는데 갑자기 한 눈에 가득 들어오는 파리 시내의 전망과 만나게 된다. 

이곳엔 야생식물이 여기저기 밀집해서 자라고 있는데 초기 산책로 조성 때 원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그대로 두었다고 하는데 당시에 주변에 보충해서 심었던 몇몇 식물들과 지금은 아주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제 2, 3 터널을 지나 150미터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다시 계단이 나오는데 여기를 올라가면 네번째 마지막 정원인 jardin Charles Peguy가 나온다. 정원의 끝이 이전에 파리외곽을 돌던 petite ceinture 철로와 닿는 이 정원은 울창한 초목들로 인해 한 여름철에는 마치 숲 속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파리의 더운 여름철, 책 한권 손에 들고 이 promenade plantee로 찾아와 보리수나무와 버찌나무, 그 외 온갖 희귀한 식물들을 벗 삼으며 긴 산책을 끝낸 후 마지막 여정인 이 Charles Peguy 정원의 숲 속에 자그마한 자리 하나 찾아내어 조용하고 차분한 독서삼매에 빠져 여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la rue Marie Laurencin 쪽으로 정원을 빠져나와 peripherique까지 나오면 이 긴 산책로의 끝이 나는데 아직도 더 걸을 여력이 있는 사람이나 혹은 혼자 더 홀로이고 싶은 사람은 뱅센느 숲 속까지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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