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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013 한-불문화상을 수상한 나윤선,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멋진 축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수요일, 파리의 한 카페에서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와는 달리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 아름다운 나윤선씨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유학을 기점으로 째즈 보컬리스트로서 살아온 20여년의 삶, 그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진정한 뮤지션 나윤선을 만나보자.


프랑스 유학생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프랑스와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요?


저와 프랑스의 첫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살에 프랑스 대사관 주최 샹송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한 달간 아비뇽으로 어학연수를 올 기회가 주어졌어요. 결국 리용에서 6개월간 머물게 되었는데, 함께 상을 수상했던 언니들과 작은 집에 모여 살면서 알콩달콩 살았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 이미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으나 절대로 재즈 보컬의 삶을 살게 될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샹송을 좋아했기 때문에 불어로 된 노래들도 흥얼거리곤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 가수 모란(maurane) 혹은 프랑스의 프랑시스 카브렐과 브라쌍스의 노래들 또한 즐겨 불렀습니다.


세계적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린 시절부터 꿈꿔 왔던 나윤선씨의 모습인가요?


음악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대학교 졸업 후 까지도 음악으로 진로를 발전시킬 의향이 없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일이 즐거웠으나 저의 직업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류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존경스럽게 열심히 일하시는 대리님이 계셨는데, 그분을 보면서 나는 따라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며 제 길이 아님을 깨닫고 8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친구가 당시에 “지하철 1호선”이라는 뮤지컬의 캐스팅에 저의 데모 테이프를 보냈고 영광스럽게도 주인공 역할에 발탁되었습니다. 하지만 왜 제가 그런 중요한 자리에 뽑힐 수 있었는지 지금까지도 의아합니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프랑스 재즈 유학 결심과 계기가 있다면?


음악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으며 처음부터 차근히 단계를 밟아가며 새롭게 음악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친구를 통해 유럽 재즈가 탄생한 프랑스 학교에 대한 소문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불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로 무작정 프랑스에 와서 말로만 듣던 CIM 재즈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 사실 유학 오기 전까지도 재즈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았습니다. 제 목소리도 재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교수님을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너무 좋은 교수님들께서 유럽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보컬을 들려주시며 누구든 할 수 있다는 희망 어린 메시지를 주시곤 하셨어요. 

재즈 학교는 굉장히 독특한 곳이었어요.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서 많은 것들을 주고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재즈는 근원 적으로, 사회적으로 마이너에 속하던 사람들이 만든 음악이기에 그 정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프랑스에서 다국적 뮤지션들을 만났으며 덕분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좋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소강당이나 작은 자리에서 바로 즉흥적으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유학 생활 동안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생겨 동시에 네 곳의 학교를 다니기도 했어요. 꽁세르바투아와 클래식 음악 그리고 문화 센터와 개인 교습을 덧붙여 병행했죠. 

4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교수님께서 학교 후배들에게 수업을 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프랑스에 올 때까지만 해도 재즈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저로서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당혹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그 때 하신 한마디는 “네가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상태부터 지금에까지 오게 된 과정과 삶을 얘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라고 말씀하셨죠. 


결국 5년 유학 생활 후, 한국에 다시 오셨는데...


네, 재밌게도 그때에는 보컬리스트로서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놀았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다시 한국에 와서 살던 중 교회 오빠를 통해서 강사직에 초청 받게 되었어요. 그 와중에 프랑스에서 만난 친구들의 해외 공연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잦은 해외 공연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5년 가량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에 교수직 제의도 들어왔으나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가르침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2005년 부터 공연 기회를 쌓기 시작하고, 2008년에 독일 계약이 성사되며 유럽과 한국에 앨범을 내면서 저만의 음악세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웨덴 기타리스트 바케니우스씨를 만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세계적인 스타이시기에 굉장히 치밀한 전략과 포부로 지금까지 오셨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현재를 즐기는 긍정의 힘으로 살아오셨군요!  


저는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큰 계획을 꾸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매일 매일 하고 싶은 일을 하하 사는 것,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고 현실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꿈이 있는 것은 굉장히 행복하지만 너무 높은 목표를 두고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재즈와 저의 공통점도 이와 같아요, 자유로움이죠. 틀에 박히지 않은 순간을 즐기는 매력이 있는 즉흥적인 음악이에요. 세 손가락으로도 너무 멋진 음악을 연주하던 기타리스트와 같이 행복감은 주어진 환경이나 유명세가 다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재즈를 선택하길 너무 잘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지금의 삶은 어떤가요? 한국과 프랑스를 병행하는 삶을 사시겠죠?


반년 이상을 유럽과 미국에서 순회 공연을 합니다. 하루에 비행기를 세 번 타기도 하며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잦은 이동 시간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매번 좋은 공연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쁨에 즐겁습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 공연을 합니다. 올 연말에도 한국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한국 재즈 페스티벌은 많지 않고 재즈 뮤지션이 공연할 자리가 많지도 않지만 자라섬 페스티벌과 같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규모 행사들이 생겨나고 있어 참으로 기쁩니다. 가르쳐 본 경험을 토대로 말씀 드리자면 한국인은 음악을 굉장히 빨리 받아들이는 민족이기에 앞으로도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음식도 편식하지 않고 다양하게 접해봐야 알 수 있듯이 만약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시도 해 보기를 권합니다. 절대적으로 강압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지는 않으나 한번쯤은 호기심을 갖고 들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2월에 동계 올림픽 폐막식에서 멋진 공연을 보았습니다. 한국에 계신 팬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제 생애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도 기쁜 것은 물론 무대 앞에서 너무나도 떨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행사에 참여했다는 영광스러운 자리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연주하는 친구들은 오래 되셨나요?


네 7년 이상 함께 하면서 많은 시도들을 해 왔으며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나윤선씨에게 특별한 나라일 것 같습니다. 나윤선씨에게 프랑스란 어떤 곳인가요?


프랑스는 저에게 고마운 나라입니다. 20대 시절 유학 생활을 프랑스에서 한 이유도 하지만 제게 너무나도 큰 기회들을 선사한 땅이며,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나라이기도 합니다. 

1995년부터 5년간 유학 생활을 했는데, 그 때 당시의 한국은 외국인이 절대 이름을 알릴 수 없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내가 한국 사람이고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 과거, 스펙 등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한 아티스트로서 존중 해 주었습니다. 

재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저에게 깊은 음악적 지식과 가르침 그리고 기회들을 준 곳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프랑스가 양성한 아티스트라는 시각을 갖기도 합니다. 과거에 한 프랑스 기자가 “나윤선을 돌려달라”라는 문구를 넣은 기사를 쓰기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언제까지나 뚜렷한 한국인의 정체성 위에 프랑스에서 배운 재즈가 덧입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재즈를 배우기 이전의 한국에서 살아오며 배운 정서와 경험들을 토대로 유럽 재즈 음악을 융합시킨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 모습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위클리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할 수 없다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실과 가까운 미래에 충실하고 즐기고 살다 보면 각자의 때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저 또한 지금 제가 있는 자리에 오를거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재 주어진 것을 발전시켜가며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세상에 안 될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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