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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파리로고2.jpg  


파리를 제대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워킹파리 코스


프랑스 그리고 파리에 사는 한인이라면 흔히들 외국인이라면 꼭 짚어 둘러보는 파리의 여느 곳은 어지간히도 둘러보고 알아보고 느껴보았으리라. 

그럼에도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길은 늘 낯설고, 웅장한 건물과 거리들은 이들의 문화에 대한 아련한 동경 또는 의식적으로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리는 서울의 6분의 1 크기로 쉽게 걸어 볼 만 하다고들 하지만 말과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파리가 품고 있는 문화적 힘은 우리가 파리를 작게 느끼거나 길을 잃지 않고 걸어가며 둘러 볼 용기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필자는 어느 날 우연히 무심히 지나치던 골목길 이름의 뜻과 숨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후 그 길은 더 이상 낯선 길이 아니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동행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그 길의 낯설음은 사라지고 애정까지 느끼게 된다. 

볕 좋은 노천카페에 앉아 파리의 외관을 올려다보며 구경하고 동경만 하던 지인들과 함께 이제 도시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려고 한다.

프랑스의 역사를 연구하고 건축물을 살피고 유명한 미술작품에서 골목길 벽화까지 직접 두 발로 걸어 보물을 찾듯 숨은 이야기를 찾아나선다. 

프랑스의 빛나는 매력은 파리 안에서 로마를 보고 유대인의 삶을 만나고, 파리의 빗속에서 아프리카의 태양을 식히기도 한다. 

파리의 시간과 공간 속에 살지만 아직 파리와 친구되지 못했다면, 보고만 있는 파리의 속 이야기가 이제는 듣고 싶다면, 간단히 소개한 안내 책이나 미디어의 바람잡이 소문으로만 파리를 자랑삼아 보았다면, 이제 “숨은 길 찾기” 여정을 따라 함께 걸어 보자.

길에는 구경꾼들이 흔히 걷는 길이 있고, 토박이들이 걷는 숨은 길이 있다 

분명 당신은 파리를 노래하고, 공간과 시대를 함께하며 파리에서 살아가는 파리의 친구가 될 것이다.    


글 / 김 지영 (크리스챤 기독교신문 객원기자 및 파리관광가이드로 활동중)





워킹파리로고.png 파리 도보여행, 숨은 길 찾기 연재순서


I. 파리 동쪽에서 서쪽

  ▪ 쌩 망데 (Saint- Mandé) 지하철역 ~ 바스티유 오페라

  ▪ 바스티유 오페라 ~ 생 미셸

  ▪ 생 미셸 ~ 에펠탑

  ▪ 에펠탑 ~ 불랑빌리에 (Boulainvilliers)


II. 파리 북쪽에서  남쪽

  ▪ 뽀르뜨 끌리양꾸르 (Porte Clignancourt) ~ 몽마르트 

  ▪ 몽마르트 ~ 퐁네프 다리

  ▪ 퐁네프다리 ~ 룩상브르 정원

  ▪ 룩상브르 정원 ~ 뽀르뜨 도르레앙 Porte d’Orléans


III. 파리 남쪽 가장자리

  ▪ Quai de la Gare ~ Parc de Choisy

  ▪ Parc de Choisy ~ Cité-Universitaire

  ▪ Cité-Universitaire ~ Parc Georges-Brassens

  ▪ Parc Georges-Brassens ~ Parc André-citroèn


IV. 파리 북서 가장자리

  ▪ Porte d’Auteuil ~ Porte-Dauphine

  ▪ Porte-Dauphine ~ Parc Monceau

  ▪ Parc Monceau ~ Abbesses 광장


V. 파리 북동 가장자리

  ▪ Porte de Paintin ~ 페르라셰즈 묘지

  ▪ 페르라셰즈 묘지 ~ Porte D’orée


파리도보여행1코스.jpg


먼저 지도를 펼쳐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질러 횡단하는, 첫번째 숨은 길 찾기를 시작한다. 

파리 동쪽 끝 생 망데 (Saint Mandé)에서 서쪽 끝인 블랑빌리에(Boulainvilliers)까지의 여정인데, 총 12Km의 구간으로, 성인 걸음으로 2시간40분~3시간정도 소요된다.

총 구간을 한꺼번에 걸으면 구석구석 제대로 탐험할 수 없기에 먼저 생망데에서 바스티유까지의 길을 첫 번째 구간으로 정했다.


고전주의양식의 SAMU(의료응급센터)


1.samu의료응급센터.jpg

여느 가이드 책에서도 보지 못한 낯선 길을 나서는 우리에게 파리는 오래 걸리지 않아 숨은 그림으로 반긴다. 생 망데 지하철역에 외곽순환도로(périphérique)로 다가서면 우아한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파리 SAMU(의료응급센터)로 쓰이고 있는 생 미셸 양로원이다. 

이 곳은 나폴레옹 1세 당시 미셸-자크 불라 (Michel-Jacques Boulard)라는 궁정 양탄자 제작자가 양로원을 지을 것을 유언하고 그가 남긴 유산으로 지어진 곳이다. 그는 양로원의 입실조건까지 자세히 명시하였는데  당시 12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는 파리에서 각 구마다 한 명씩, 12명의 가난한 사람을 양로원에 수용하라 명시하며 덧붙여 해마다 자신의 생일인 12월 1일에 노인들을 초대해 닭고기를 대접하는 만찬을 열도록 했다. 이러한 전통은 1960년까지 이어졌고, 1993년 양로원은 파리 SAMU로 바뀌었다.


시간과 공간여행, 토막난 기차길


2.기차길.jpg SAMU를 지나 외곽순환도로 옆을 지나면 나무와 관목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로 들어서는 입구가 보인다. 숨은 길이다! 길에 한 발 들여 놓는 순간, 시간과 공간이 바뀌는 듯 하다.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나무와 풀들... 제 계절이라면 아마 하늘을 가릴만한 나무들이 기차길 만한 폭과 주욱 뻗은 길을 사이에 두고 가지들을 늘이고 있을 것이다. 나무 사이로 토막 난 기찻길과 객차가 보인다.

1859년부터 1969년까지 운행되었던 벵센느에서 바스티유까지 달렸던 기찻길이다. 


12구 구청 청사


3.12구구청.jpg 스티유에서 바렌느 셍-모르(Varenne-Saint-Maur)까지 외곽에서 도심으로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던 기차와 기찻길은 RER A선으로 대체되면서 La Promenade plantée 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산책길로 변해 버렸다. 키 큰 가로수 사이에 이름 모를 풀들의 군락지. 오랜 시간을 말해주듯 넝쿨이 커튼되어 터널들을 가리며 힘찬 기적소리를 잠재우고 있지만 철길 옆 이정표는 그곳이 힘차게 달렸던 기찻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문득문득 터널을 달려가는 사람들의 숨소리와 뜀박질 소리에 터널은 여전히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2Km 정도 계곡을 따라 달리던 기차가 멈춰선 곳이 뤄이(Reuilly) 기차역이다. 19세기의 고풍스러운 양식으로 지어 진 이 아름다운 기차 역사는 지금은 12구 구청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늘로 통하는 정원, 하늘정원과 아름다운 교각


4.하늘정원.jpg 뤄이(Reuilly) 역사를 지나 뤄이(Reuilly) 정원에 들어서면 이제 기차가 계곡을 벗어나 도심 위를 달렸던 길로 들어선다. 기찻길은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위로, 활처럼 휜 다리를 건너 9미터 높이의 도심 교각이 되고 교각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숨었다. 숨은 길이다 ! 

교각정원은 건물 4층 이상의 높이로 올라 키 작은 하늘정원처럼 도심을 위로 아래로 그리고 멀리까지도 아낌없이 사방을 거침없이 둘러 보게 한다. 어떻게 도심 속에서도 인파와 소음에 방해 없이 차창 밖의 풍경을 보듯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에 사로잡힐 수 있을까.


항부이에-몽갈레 쇼핑 센터


5.몽갈레쇼핑센터.jpg 키 작은 하늘정원은 마치 까망베르 치즈를 잘라 놓은 듯한 두 개의 건물 사이로 스릴있게 지나가는데 건축가 미트로파노푸(Mitrofanoff)가 설계한 건물, 항부이에-몽갈레 쇼핑 센터(Centre Commercial Rambouillet-Montgallet) 다. 

1996년에 지어진 이 현대건축물은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잘라낸 치즈 사이로 슬쩍 들어서니 또 멀리 초록의 산책로가 성큼 다가선다. 

파란 대나무 숲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르며 걷다 보니 저 멀리 건장한 남자의 나체상들이 경찰서 건물 꼭대기에 보란 듯이 죽 늘어섰다. 박장대소하고 자세히 보니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들이다. 그것도 14개씩이나 !! 지상에 있었다면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을 나체상들을 바로 눈앞에서 쉬이보고 연이어 만개한 꽃들처럼 화려하고 선명한 붉은 벽돌건물들까지 팔 뻗어 잡을 듯하다.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들


6.미켈란젤로.jpg 멀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하얀 뒷자태가 보이고 정원길은 끝났다. 이전 기차의 종착역인 바스티유 역은 지금의 오페라 자리다. 

지상으로 내려와 올려다 본 교각 위의 하늘정원과 60개의 교각 아치들. 그 아치들 사이의 트랜드 가게들은 그 이전 기차가 달리던 시절부터 있었다고 한다. 

멀리 바스티유 광장 7월 혁명탑위의 자유요정이 또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려는 듯 금색으로 반짝거린다.


7.교각.jpg

기차가 다니던 교각아래에 들어선 아뜰리에와 상점들



【글 / 김지영 (stariw@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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