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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
2014.01.23 12:48

행복을 세우는 건축가, 윤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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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뻗은 처마에 글을 새기고, 타르동공을 통해 흐르는 빛의 흐름에 따라 호랑이가 몸을 드러내며, 청솔은 홀로 말 없이 고고한 자태를 연못 속 그림자로 표현하고 있는 솔섬정원.

처마 끝에 윤동주의 시가 흐르고, 한국민화 속에 잠들어있던 호랑이를 깨워 프랑스로 몰고 오면서, 150㎡의 아담한 ‘옥탑정원’을 만들어낸 주인공 YOONSEUXarchitectes 건축회사 대표 윤경란씨를 만났다. 

일반인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솔섬정원처럼, 윤건축가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서 그녀의 건축가 활동은 활발하기 그지없다. 프랑스 건축전문잡지가 선정한 최근 3년간의 주목받을 건축물에 그녀가 탄생시킨 결과물 2개가 후보에 올랐다. 

그녀를 통해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한국에서보다 프랑스에서의 활동이 더 활발하고, 더 유명(!)하신 분을 이렇게 만나니 참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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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OONSEUXarchitectes 건축가 윤경란입니다. 지면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94년 유럽배낭여행을 왔다가 파리의 BERCY공원을 방문했어요. 공원을 따라 계획되어진 공동주택들에 대한 인상이 깊었어요. 당시 한국에서 공동주거라 하면 아파트만을 떠올리게 될 때니까요. 복사해 놓은 듯 똑같이 생긴 단지들, 구분되는 거라곤 거대하게 써진 단지와 동번호…  

BERCY지구 집합주택의 인간적 스케일뿐만 아니라 건물들의 기본적 구성은 동일하되 각자 조형적 개성, 게다가 중정, 발코니 등 사적공간과 공공간을 잇는 중개적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 참 흥미로웠죠. 

한국의 아파트 탄생은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이 갑작스런 모던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이지요. 한 사회의 주거방식은 그 사회가 거쳐 온 모습을 집대성한 건물 형식이라 봅니다. 우리와 다른 주거방식을 지닌 프랑스의 모더니즘은 어떠했나가 궁금해졌어요. 시간을 두고 경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차곡차곡 이루어진 그들의 근대화 과정이 알고 싶었고, 그들의 건축문화를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유학을 시작한겁니다. 프랑스근대건축이해와 그 연장선에서의 공간미학 습득이 유학의 목적이었지요. 

1996년 어학연수를 거쳐 1997년을 시작으로 파리, 벨빌 건축대에서 근대건축의 근원과 이념을 수학하게 되었구요. 동시에 시리아니 교수님 스튜디오를 통해 빛과 그림자, 기둥과 벽과 볼륨의 조합 등 공간을 모색해내는 작업을 익히게 되었지요.


▶ 건축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정확한 단원제목은 기억 안나구요. 전통한옥을 묘사하며 « 한국의 미, 전통의 미, 곡선의 미 » 라는 표현들이 있었어요. ‘건물’이라는 것이 의식주 중 하나인, 기본권리를 보호하는 도구적 의미 이상의 어떤 것, 미가 될 수도 있다는 거, 이건 뭐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건축과 건물을 구분 못했던 거죠. 그때 처음으로 ‘건축’이 알고 싶어졌어요. 그 호기심이 지금 전공의 길로 이끈거죠.


▶ 프랑스는 건축분야에 있어도 한국과 여러가지 차이가 있을 듯해요.


작년 한국 건축계에서 논란이었던 «설계/감리 분리»를 말씀드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국내법으로 규정하는 건축 실무자들의 역할이라 각 나라마다 다른 건 당연하지요. 여기선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설계자가 감리를 해요. 건물이란 지어지지 않으면 그냥 도면으로 남겨지는 거예요. 그저 그림이거든요. 개인적으론 설계초기 의도와 컨셉이 마지막까지 살려 지어진다는 건 건축 작품의 완성도를 이루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물론 설계자와 감리자가 분리된 가운데에서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하시면 별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수정된 태아를 뱃속에서 키워가는 건 숙고와 확인을 통해 그려가는 설계과정이라 한다면 사지를 비틀며 출산하는 거야말로 건물을 땅에 쏟아나게 하는 시공과정이라고 말이지요. 잉태와 출산, 다른 사람이 나눠서 할 수 없잖아요. 현장에서 감리를 하다보면, 시공업체들을 이끌고 고객을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지만, 현실적 조건과의 타협 속에서 초심의 설계의도가 흔들리기가 일쑤죠. 하물며 설계자와 감리자가 분리될 경우엔 작품의 완성도 이전에 시공현장의 최소비용과 공기단축만이 유일한 승자가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 한국의 경우 외국 건축가를 많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시나요?


어쩔 수 없는 시장논리라고 봐요. 잘 팔리는 상품광고엔 꼭 간판스타가 있지요. 보다 효과적인 광고효과를 볼려면 대중들에게 호소력있는 얼굴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부산 시네마테크 등 최대한 수많은 방문객들을 유치하는 것이 그 건축의 존재방식이다 보니 국제적 스타건축가와 인연 맺기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듯해요. 물론 스타덤에 계신 건축가분들이 껍데기 스타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연륜과 실력이 세계적 수준이지요. 다시 말해 광고효과가 요구되는 프로젝트엔 국제적 스타건축가들 개입이 있는 반면에 다행히도 주거공간 내지 학교 등  일상적 프로젝트에는 실력있고 유망한 국내건축가들이 한국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7대학 옥상에 솔섬공원을 건축했는데, 솔섬공원은 왜 건축되었나요?


2011년 그랑뮬랑 GRAND MOULIN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파리 7대학의 본관 옥상에 한국정원이 설치되었습니다. 한국식 정원을 대학 내 만들자는 생각은 마틴 프로스트 교수를 비롯한 한국학과 교수들의 발상이었다고 합니다. 마침 그 무렵 외규장각 도서 반환 촉구가 한창이던 2006년 즈음이었죠. 

2009년 대학 측의 최종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파리 7대학교의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 프로스트 교수는 한국과 프랑스 각계 각층의 후원자를 섭외하셨다 합니다. 이렇게  ‘한국 정원 후원자 모임’이라는 민간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엔 한국 정부의 지원과 주불대사관, 한국문화재단의 협력이 이어지면서 프로젝트 진행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태는 소유권과 관리권이 전적으로 파리7대학에 있으니만큼 교직원과 학생들에 의해 잘 운영되고 있겠지라고 여기고 있지요. 아쉬운 점은 회의실과 도서관으로 둘러싸인 옥상중정이라 직접진입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교내에서도 한국정원이 대학 옥상에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예요.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즐기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음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데요, 그렇게 꽁꽁 숨겨진 솔섬정원이 프랑스에 제대로 소개되어질 기회가 생겼답니다. !! ADC 어워드 문화시설부문에 경쟁작으로 솔섬정원이 선정되었습니다. 

쟁쟁한 프랑스 건축가들 작품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만도 뿌듯합니다만, 기왕에 우수작으로 선정이 된다면 솔섬 정원이 제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될테니… 이번 한위클리 기사를 통해 독자님들 응원이 이어지길 부탁드립니다. 


▶ 건축 설계 시 한국인이라는 정서가 도움을 주기도 하는지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 한 사람 자체가 벌써 한국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솔섬정원’의 디자인 역시 찬찬히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설계자의 지극히 개인적 경험과 기억에서 유발된 감상적 선택들이 프로젝트 설계의 시발점이거든요. 물론 건축화 되어 가는 과정중에  프랑스의 전문적 지식과 여러 업체와의 협력이 동반되어진 작업임에 굳이 « 한국 것 »이라고 규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서나 특히 한국인으로서 제가 지니고 있는 기억들은 저희 작업의 기본틀 중 하나라 봅니다. 그 틀이 여기 현지인이 가지지 못한 « 행운 »이 될지 단순히 다르기만 한 « 차이 »가 될지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 굴레 »가 되는지는 제가 어떻게 프로젝트를  현실로  풀어가느냐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 프랑스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참가한 경험이 많으신데, 특별한 노하우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까요. 따로 사적 설계의뢰가 없으니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공건축 설계 콩크르부터 시작했지요. 그 시작이 지금까지 연속되고 있는 거구요. 일이 일을 부르는 거잖아요. 일단 학교를 소규모나마 하고 나면 이게 경력이고 고객에겐 신뢰를 주는 카드로 또 다른 학교프로젝트를 따내는 거죠. 특별한 노하우란 그저 뚜벅뚜벅 제 갈길을 계속가는 것이구요. ㅎㅎ


▶ 현재 작업 중인 건축물과 앞으로 계획은


MORET-SUR-LOING이라는 도시의 시립도서관을 맡게 되었어요. 전형적 중세 마을로 곳곳에 역사의 흔적들이 발견되는 운치있는 도시예요.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상파 화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며,  중세 지하창고를 포함한 대지에 지어지는 도서관이라 참 흥미롭고 기대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예전엔 계획이 참 많았어요. 이것도 성취하고 저것도 쟁취하고… 일종의 소유 욕, 뭔가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마음이 많았던 거 같아요. 근데 소유욕에 휩싸이면 바로 남들과 부딪치게 되더라구요. 남도 내가 가질려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할테니까요. 남이 먼저 차지하면 난 그걸 가질 수 없으니 상대를 밀쳐 낼 수밖에 없죠. 근데 소유가 아닌 성장의 욕구로 일에 임하면 상황이 달라지더라구요.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 해서 남에게 방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요.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고픈 마음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가던 길을 계속 갈 생각입니다.


▶ 건축가의 길을 가고 있는 후배에게 한 말씀...


건축전공한 사람들이 다방면에 지식이 많다고들 해요. 공부하는 과목들이 광범위하고 다양거든요. 건축학도들의 하는 일이 형태적 해답을 찾기 이전의 사색적, 이론적, 학문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역사, 문화, 예술, 과학 그리고 설계실습 등등…  한번쯤 열정을 불태워 해 볼만한 분야지요. 견뎌내고 습득해야할 실습훈련 뿐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파고들만한 연구거리도 많고… 

머뭇거리지 말고 뛰어들어 열정을 다해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젊은 시기에 건축학도로써 마음껏 살아온 친구들은 졸업 후 굳이 전공 아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잘 살더라구요. 건축학도로서의 성실한 연단이 행복한 삶을 사는 기본자세를 익히도록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감사합니다.


YOONSEUX architectes

9,rue Emile Durkheim 75013 PARIS

T. 0954440436 / F. 0959440436 



“여러분의 힘을 실어 주세요” 

현재 프랑스 ADC 어워드에서 윤정란 건축가의 작품 두 개가 후보에 올라 인터넷 투표가 진행중에 있다. (아래링크 참조)


한국정원 투표장 

Jardin Coréen-YOONSEUXarchitectes 

http://enquetes.archidesignclub.com/index.php?sid=25413&lang=fr


아틀라스 수영장 투표장

Centre sportif Atlas,Paris-YOONSEUXarchitectes

http://enquetes.archidesignclub.com/index.php?sid=52548&lang=fr


위와 같은 투표 절차를 거쳐 선정되는 건축물의 경우, 주최사가 건축물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으며, 건축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해주게 된다. 

애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미아 / 에코드라코레 대표 : mia.lee2010@gmail.com】



[관련사진] 고고한 자태의 파리7대학, 한국정원을 아시나요?

http://www.francezone.com/xe/photonews/304338#0


[관련기사]

http://www.francezone.com/xe/index.php?mid=hanweeklynews&document_srl=50277&listStyle=vie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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