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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60개 언론사는 지난 9월 17일 ‘정보의 역학조사를 위한 서약’에 공동 서명했다. 주요 골자는 기사의 출처를 밝히고 링크를 달아, 독자들이 정보의 근원지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원과 전파경로를 파악하여 0번 감염자를 추적하는 역학조사와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서약에 서명한 60개 프레스의 오너는 바이야르, 피가로 등 30개 그룹사이다. 이들 30개 오너 그룹명단도 프레스협회 Apig(l'Alliance pour la presse d'information générale)를 통해 발표됐다. Apig는 중앙지, 지역신문, 각종 정치, 경제전문지들을 총망라하여 300개 프레스들이 가입되어 있다.
 
 
▶ 정보 발굴에 거대한 투자가 필요
 
최근 국제적 핫이슈로 떠오르는 또 다른 뜨거운 감자가 있다면, 아프리카 콩고 코발트 광산의 실태이다. 4,5세 어린이들이 막노동에 동원되어 험악한 광산에서 돌을 깨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황금알을 낳는 신종 거위로 간주되는 코발트는 차세대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에 필수불가결한 금속자원이다. 
 
이렇듯 이제 막 젖을 뗀 꼬마들마저 광산으로 투입되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굶주림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코발트 광산 실태가 이슈화된 저변에는 물론 현장에 투입하여 촬영한 취재기자의 역할이 한몫 차지한다. 
광산에서 금을 캐내듯이, 정보를 발굴하는 작업역시 많은 노동력과 시간, 노력이 투자된다. 취재, 사진 혹은 비디오 촬영, 편집 등 많은 일손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좋은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만큼 자금력도 투입돼야 한다. 여기에서 정보의 가치성을 지닌다.
 
문제는 정통 프레스가 재정난에 흔들리고 있다는데 있다. 땀을 흘려 발굴한 속보 혹은 단독취재의 생명력은 고작 24시간 지속될 뿐이다. 인터넷에서의 평균 생존기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뉴스를 발굴해내는 프레스들은 치열한 정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인터넷판과 정보창고의 지적소유권으로 재정손실을 보충하고 있는 실정이다.
 
▶ ‘복사-붙이기’ 클릭과 정보의 홍수
 
오늘날 더 심각한 문제는 팩트 체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복사-붙이기’ 클릭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이다. 정보의 출처마저 불분명하다. 
경제학자 쥘리아 카제가 2017년 발표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2013년의 경우 온라인을 장식한 정보들 64%는 ‘복사-붙이기’ 클릭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족보’있는 뉴스는 고작 21%에 불과했다.
 
프랑스 언론사들의 ‘정보 역학조사를 위한 조약(Charte de la traçabilité de l’information)’ 체결은 그동안 언론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부의 반성에 뒤따른 결실이라고 Apig 측에서 밝혔다. 20년 전부터 뉴스 근원지를 명백하게 밝히도록 거론되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자체 평가이다. 출처를 밝혔다 해도 감추듯 불분명하게 명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프레스들이 조약을 맺은 첫 원칙은 속보 혹은 단독취재 뉴스의 출처를 기사의 상단, 눈에 가장 잘 뜨이는 곳에 명백하게 밝힌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출처 명시뿐만 아니라, 정보 소비자들이 해당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하도록 링크를 달아놓는다는 방침이다. 즉 각 뉴스, 비디오영상, 자료사진, 음향의 출처를 명백하게 밝혀 정보소비자들이 오리지널 매체에 접속하도록 유도하며, 필요할 경우 지적소유권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하도록 권장한다는 취지이다. 
 
첨단 기기들을 이용한 무차별적 복사는 땀 흘려 정보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언론매체들을 망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프레스협회 측에서 지적했다. 
아울러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인맥구축에 유난히 민감한 정치, 경제계의 주요 인사들 혹은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특별히 전달된 메시지는 이렇다. 언론사가 제공한 사진과 영상 혹은 관련된 기사들을 무단 복사하여 웹사이트 계정에 올려놓지 말고, 출처를 밝히고 링크를 달아 팬들이 오리지널 제작매체에 접속할 수 있도록 유도해달라는 당부이다. 지적소유권을 인정할 때 더 좋은 정보가 만들어지고 공급될 것이라는 원칙이다.
 
▶ 정보에도 DNA가 필요하다
 
매스미디어가 발굴해내는 정보들의 지적소유권은 갈수록 중요시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읽고, 보고, 듣는 정보가 임의로 변형되지 않은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나마 종이 문서는 작성자, 서명, 날짜, 주석, 참조문서 등이 표기되어 팩트 검증이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료들이 몇 차례 변형되고 왜곡되었는지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다.
친자소송에서 DNA가 필요하듯, 지적소유권에 관련된 자료들의 법정소송에서도 ‘족보’ 입증은 불가피해진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라는 네 요소를 통해 정보의 ‘족보’를 추적해낼 수 있다. 
 
‘정보의 역학조사’는 하나의 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본다는 또 다른 취지를 갖는다. 이 서약에는 프레스협회 회원사들 상호간에 내부에서 팩트 체크나 추가사항 문의를 위해 관련자 이름과 연락처를 서로 공유한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여기에 동참하는 60개 프레스들 가운데는 피가로, 리베라시옹, 라크르와(La Croix), 웨스트프랑스, 라브와 뒤노르(La Voix du Nord), 쉬드웨스트(Sud Ouest) 등 유력지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사태에서 어느 때보다 검증된 정보들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재정난을 겪는 언론사의 자금줄을 어둠의세력이 움켜쥐고 여론의 향방을 설계한다는 음모론도 갈수록 팽배해진 분위기이다. 
현대인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가짜뉴스 바이러스는 신종코로나보다 더 가공스러울 수 있다. 페이크뉴스 바이러스의 자가 면역체는 보고, 듣고, 읽는 정보들이 누가, 어디에서, 무슨 목적으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소비하는 일이다. 
 
정통 언론사들이 정보시장에서 살아남는 하나의 방책은 바로 안심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질 좋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프랑스 프레스협회에서 피력했다. 
‘정보의 역학조사를 위한 서약’ 체결은 스타트로 일단 60개 프레스가 서명했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언론사들은 추가적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 참조 alliancepresse.fr)
 
 
【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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