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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깊이 각인될 신종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00년 전 지구촌을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 새로이 회자되고 있다. 신종코로나가 스페인 독감보다 더 심각하다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피력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가네!’ 라고 노래한 아폴리네르는 바로 1세기 전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났다. 폴란드 출신 시인은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1915년 자원입대했고, 이듬해 전장에서 포탄의 파편을 맞아 부상당했다. 병가 휴가를 보내던 시인은 인류의 또 다른 대재앙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어 세계대전이 종전되기 직전인 1918년 11월 9일 사망했다.  
 
 
▶ 1세기 전의 팬데믹, 스페인 독감
 
스페인 독감은 1918년 3월~1921년 7월에 걸쳐 세 차례 집단감염 물결이 일어나면서 약 5천만, 최근 연구보고에 의하면 1억의 생명을 앗아갔다. 당시 세계인구의 2.5~5%에 이른다. 치사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인도로 인구의 6%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는 0.5%에 해당하는 230만이 목숨을 잃었다. 
1세기 전의 전염병 확산속도는 오늘날에 비해 느렸던 것은 당연하다. 전염성은 인구밀도, 산업화와 도시화, 세계교류의 활성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신종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지구촌을 감염시키자 세계화의 부정적 이면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1세기 전에도 축소판 세계화 조짐은 있었다. 바로 1차 세계대전이다. 군인들과 포로들의 이동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을 비롯하여 이태리, 독일까지 독감바이러스는 번져나갔다. 주로 20~40대의 젊은 층이 팬데믹으로 생명을 잃었다. 
 
▶ 팬데믹 진원지에 대한 논란
 
스페인 독감이 연합군을 덮친 본격적인 시기는 1918년 3월로 기록된다. 공식적인 첫 감염자는 미국 캔자스 펀스턴 군대켐프 소속 병사이자 농부출신 앨버트 기첼, 그의 농장에서 키우던 조류들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전해진다. 1918년 3월 펀스턴 캠프의 군병원에는 유럽으로 파병될 500명 병사들이 조류독감에 걸려 입원해 있었다.
 
다른 연구 보고에 의하면 스페인 독감의 진원지는 1917년 유럽이라는 설도 있다. 1917년 프랑스 북부전선 에타플르-쉬르-메르 캠프에서 병사들이 집단으로 고열을 앓았는데, 훗날 스페인 독감과 같은 증세로 밝혀졌다고 한다. 군대에서 가까운 영불해협 라솜므(La Sommes)만에 서식하던 조류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스페인 독감의 발원지는 중국이라는 가설도 있는데, 어쨌든 진원지의 진실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스페인은 독감의 발원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팬데믹의 출현을 가장 먼저 예고했던 국가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페인은 1차 세계대전 참전국이 아닌 중립국이었고, 스페인 언론은 진실을 과감하게 보도했다. 당시 참전국들은 국민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기 위해 전염병을 숨겼던 상황이다. 
 
전염병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자, 각 국가들은 즉각적으로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들어갔다. 마스크 착용, 자주 손 씻기 등은 이때 취했던 응급 위생조치이다. 파리 파스퇴르연구소가 수도권의 거리와 공공장소 방역을 담당했다.
 
1124_이병옥__1918 독감.jpg
 
▶ 팬데믹은 시민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팬데믹에 관련된 역사는 기원전 430년 아테네를 강타한 페스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츰 국가의 위정자들이 방역대책을 마련하여 전염병에 맞서기 시작했다. 14세기 이태리에서 흑사병이 발생하자 감염자 격리수용소를 설치하거나 시민들의 자택격리조치를 실시했다. 감염자 대부분은 굶주림으로 아사했고, 목숨을 걸고 격리 수용소를 탈출하려는 이들도 생겨났다. 
 
차츰 국가의 전염병 방역정책에 시민들의 불만과 항의도 생겨났다. 일부는 격리조치를 순응적으로 받아들였고, 일부는 지도층의 부정부패 혹은 지나친 탄압으로 받아들였다. 때로는 국가의 위정자들에 대항한 폭동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콜레라가 발생하면 권력층과 부르주아 상류층이 관련된 음모론들도 빠르게 번져나갔다.
 
스페인 독감이 유럽을 덮쳤을 때 1차 세계대전 참전국 국민들은 4년 동안 지속된 전쟁에 이미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전쟁의 참상보다 팬데믹의 공포에 더 전율했다고 한다. 이때 지구의 종말론이 확산되었고, ‘신의 벌’이라고 믿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때도 팬데믹의 발원지를 두고 각종 괴소문들이 난무했다. 
 
▶ 프랑스-중국, 전염병 방지 공동프로젝트 P4 실험실을 둘러싼 논란
 
21세기 팬데믹이 발생하자 우한의 P4 실험실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번져나갔다. 공교롭게도 이 논란의 중심에서 프랑스가 자유롭지 못하다. 프랑스의 첨단 과학기술 협력 없이는 3,000㎡에 이르는 거대한 벙커, 우한의 P4 실험실이 설립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 언론은 중국의 P4 실험실과 프랑스의 연결고리를 해명하느라 열기가 뜨거운 편이다. 프랑스 텔레비전 5는 생방송 시사토크(Cdans l’air)를 통해 우한 실험실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단독으로 연구하려했는지 의문을 던졌다. 다음은 경제시사주간지 샬랑쥬를 포함한 프랑스 언론이 밝힌 자료들이다. 
 
프랑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병원성 미생물을 다루는 P4 실험실을 리옹에 설립한 것은 1999년. 중국은 2003년 4월 사스 전염병이 나돌자 P4 실험실 설립을 위해 고도의 첨단과학기술을 전수해줄 것을 프랑스에 요청한다. 
이때 프랑스는 딜레마에 빠져든다. 전염병에 취약한 나라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국이 과연 P4 실험실에 관련하여 필요한 여건을 갖췄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 P4 실험실에 대한 군사적 치안유지는 물론이고 국가 안보차원에서 깊게 관련된 문제였다. 
 
결국 2004년 10월 두 국가정상은 전염병 방지 공동프로젝트를 체결하기에 이른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중국의 P4 실험실 설립과 모든 연구 활동은 양국의 공동협의로 진행한다는 체결이다. 즉 미생물 안전보관법에 관련된 모든 생물실험은 프랑스가 통제하고 감시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체결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당시 총리였던 쟝-피에르 라파렝이 밝혔다. 
양국의 교류는 한동안 제자리만 맴돌았고 실험실 설립공사는 지연되다가, 2008년 프랑스-중국 공동프로젝트 위원회가 창설되기에 이른다. 이어서 2011년 P4 실험실 건축이 우한에서 착공된다. 
 
▶ 리옹과 우한의 단절
 
2017년 2월 중국의 첫 P4 실험실 준공식에 당시의 총리 베르나르 카즈뇌브가 참석했다. 카즈뇌브 총리는 프랑스가 5백만 유로를 공동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이며, 50여 명의 프랑스 연구원이 우한 실험실에서 5년 계약으로 연구 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듯 프랑스가 중국의 P4 실험실 지원과 공동연구 활동의 프로젝트를 공식 표명했지만, 프랑스 연구진들은 우한으로 떠나지 못했고 프랑스가 약속한 지원금도 지불되지 못했다. 중국이 프랑스를 향해 빗장을 걸어 잠가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2016년부터 프랑스와 중국의 교류는 단절되었다고 공동프로젝트 위원회의 전 공동회장 알랭 메리외(Mérieux)가 밝혔다. 그는 2015년 공동회장직에 사임하면서 리옹과 우한 실험실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촉구한다고 거듭 천명했지만, 이후 두 실험실의 상호교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두 실험실의 교류 단절 배경에는 프랑스가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이 요구한 바이러스 샘플 제공을 거부했다는 이유도 깔려있다. 또한 2016년 중국은 P4가 공증하는 생화학무기용 방호복을 요구했으나, 프랑스는 우한의 실험실과는 상관없는 물품이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중국이 안전방호복을 북쪽지방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생화학 비밀실험실에 보내려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프랑스 Cibou(양국상호 물품거래 위원회)가 밝혔다. 단 이런 의심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2018년 1월 우한의 P4 실험실은 공식 출범식을 갖는다. 이 시기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일치한다. 동시에 주중 프랑스 대사는 중국의 첫 P4 실험실에 대한 프랑스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우한의 벙커는 프랑스가 배제된 채 중국 단독으로 운영되어 왔다.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폭풍의 눈으로 떠오르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인가가 우한에서 일어났다”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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