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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기획
2020.04.08 23:34

프랑스, 팬데믹과의 치열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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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자택격리 조치가 4주째 들어서면서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4월 8일자로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10시부터 19시까지 조깅이 금지되고,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는 지역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신종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를 나타낸 그래프 곡선이 꺾이지 않고 연신 치솟고 있는 까닭이다.
인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대한 자가 면역력이 없어 엄청난 희생을 겪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실험실에서는 일제히 백신과 항체치료제 개발에 고군분투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이렇다 할 치료약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누가 바이러스 보균자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는 현재로선 자택격리조치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프랑스 의료계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 1세기만에 유럽을 덮친 팬데믹
 
유럽과 미국이 불시에 쳐들어온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힘없이 무릎 끊는 모습은 그저 처참할 뿐이다. 이러한 사태를 분석하느라 프랑스 의료계에서도 그동안 열기가 뜨거웠던 편이다.
 
우선, 유럽에서 1918년에 강타한 스페인독감 이후 처음 맞이하는 팬데믹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에드와르 필립 프랑스 총리도 1세기 만에 닥쳐온 팬데믹과의 치열한 투쟁은 바로 지금부터라고 지난 3월 28일자 대국민성명을 통해 피력했다.
 
유럽 땅에서 악성 전염병이 더 이상 발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나친 믿음이 프랑스인들의 의식에도 깊이 깔려있었던 편이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돌발 사태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의학적 방역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면, 한국의료진들이 2015년 강타한 메르스 전염병에서 얻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코로나에 맞서 일사불란하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중국과 WHO가 신종코로나의 심각성을 축소했다는 점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겨울철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강타했을 때 유럽에서는 유행성독감 정도로 치부하고 관전했을 뿐이다. 무증상 보균자에 의한 감염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치명률도 높은 전대미문의 괴질일 것이라고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프랑스의 바이러스 전문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했다. 사스, 에볼라, 에이즈 등 각종 유해요소들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인데다가, 병원에 입원한 감염환자들의 반응도 제각기 달라 일관성 있는 치료법이나 대비책이 난해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반전에서 신종코로나의 공습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내 모든 프랑스 의료진들이 최전방에 나서서 단합된 모습으로 일사불란하게 방어태세를 취하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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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전선 이상 없다’ 
 
프랑스에서 신종코로나 감염도가 가장 심한 고장은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과 스트라스부르, 콜마르 등 동부지역이다. 특히 집단감염의 진원지였던 뮐루즈(Mulhouse)는 전 도시가 팬데믹으로 휩싸였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지역의 종합병원마다 수 천 여명의 환자들이 한꺼번에 입원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시설이나 의료 인력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것은 물론이다. 병원마다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구들은 턱 없이 부족했다. 
이처럼 중환자실에 환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상황을 목격한 것은 생전 처음이라고 의료진들이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질렀을 정도였다.
 
신종코로나에 의해 동부전선이 힘없이 함락되자, 급기야는 지난 3월 1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시상태임을 밝히며 긴급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필립 라비뉴 공군사령관도 국가를 위해 하나로 뭉쳐 이겨내자고 공군들에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3월 18일을 시작으로 공군은 응급병실로 전환된 공중급유기 A330 MRTT 페닉스기를 띄우고, 환자들을 서부지역으로 우송하기 시작했다. 
공군의 첫 임무는 6명의 환자를 뮐루즈에서 남불 PACA지방 마르세이유와 툴롱 군사병원으로 각각 나눠 수송하는 일이었다. 3월 21일부터는 환자들을 뮐루즈에서 보르도로 운송하는 등 거의 매일 6~12명의 환자들을 서부전선으로 우송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방을 포함한 서부지역은 비교적 신종코로나의 타격이 심하지 않은 편이라, 그나마 대형병원 중환자실에는 병상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수도권과 동부지역 병원들이 새로운 위급 환자들을 빨리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분의 병상을 마련하고, 또한 이 지역 의료진들의 피로도와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이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서부로 수송하는 미션이 매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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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치자, 이기자!
 
나르는 병실뿐만 아니라 달리는 임시병원도 거의 매일 가동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중환자실로 전환된 첫 TGV 기차가 뮐루즈와 낭시에서 36명의 환자를 싣고 서부지대로 달렸다.  
지난 4월 5일의 경우를 보자면, 두 대의 TGV가 중환자 40여명을 태우고 파리 몽파르나스 역을 출발하여 브르타뉴 지방으로 출발했다. 첫 기차가 종착역 켕페르에 도착하는 여정에서 반느(Vannes), 로리앙에도 각각 정차하여 9명 환자를 하차시켰다.
두 번째 기차는 렌느, 생-말로, 모를레(Morlaix)를 향해 떠났다. 기차가 종착역 모를레에 도착한 것은 16시 46분, 이곳에서 환자 3명이 하차하여 45분 후에 인근 병원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3명의 환자를 우송하는 과정에서 철도청 직원, 의료진, 소방대원, 경찰 등 60여명이 동원됐다. 
 
자택격리조치가 실시되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서부전선을 지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의료계가 설명했다. 수도권과 동부지역의 환자들을 서부로 수송할 수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의료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 만일 프랑스 전 지역에서 인력, 병실, 시설부족으로 모든 병원이 포화상태라면 이번 신종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영락없이 KO패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공군과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도 총동원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프랑스 해군이 소유하고 있는 3척의 항공모함 중 하나인 토네르 선이 코르스 섬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12명의 중환자를 마르세이유로 수송하는 미션을 담당했다. 토네르 선은 생화학무기 전쟁에 대비하여 신축된 항공모함으로, 이 환자 수송에는 군의관, 간호사, 방역전문의 등 의료진 40여명이 동행했다. 
 
독일 등 일부 유럽국들도 이태리와 프랑스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환자들로 병상이 부족하자 공동체의식을 갖고 병실을 나눠주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이 하나로 뭉쳐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거듭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9일 독일은 공군기 A400M을 띄우기까지 했다. 독일 공군의 대형수송기는 스트라스부르에서 환자 2명을 싣고 독일 남서부 울름(Ulm) 공군병원으로 우송했다. 이렇듯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유럽은 하나로 뭉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서부 지역에서 종사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동부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동료들을 돕고자 속속히 지원하고 있다. 
저녁 8시면 프랑스의 모든 종탑에서는 일제히 종이 울려 퍼지고 있는데, 이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뜻을 실어보내기 위해서이다.  
 
▶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될 예정
 
신종코로나가 덮치자 마스크 대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놓고서 그동안 의견이 아주 분분했던 편이다.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WHO는 굳이 마스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고, 프랑스 보건부도 마스크 착용을 두고 우유부단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프랑스 의학아카데미가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는 입장을 지난 4월 6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에 따라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장관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이들은 집에서 각자 만들어서라도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은 니스 시민들의 마스크착용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강경책을 즉각 발표했다. 이를 위해 니스 시청은 10일 후쯤 모든 시민들에게 면 마스크를 배부할 것이고 덧붙였다. 
 
이제 프랑스도 이태리의 뒤를 이어 전 국민의 마스크착용이 의무화될 것이라고 프랑스 의료계는 전망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3월 31일 앙제 근처에 주둔하는 최대 규모의 마스크제작 공장을 방문하여, 100% 프랑스제 마스크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싶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인류는 이 팬데믹을 분기점으로 사회적, 문화적 습관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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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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