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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팬데믹 선포 이후 유럽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사상자들이 속출되는 가운데, 지난 3월 10일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자택격리(Confinement)’라는 전대미문의 고초마저 겪고 있다. 
지구촌 축제 2020도쿄올림픽과 2020유로컵도 내년으로 연기되는 등 경제, 문화, 사회전반으로 모든 활동이 중단된,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이런 전시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월요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자택격리조치를 최소한 2주일 실시한다고 공포했지만, 다시 연장될 전망이다. 
지난 화요일, 3월 17일 정오를 기점으로 실시된 자택격리 조치는 초기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색적인 진풍경들이 연출됐다. 이로 인하여 외출통행이 허락된 5가지 조항들에 대한 행동강령들은 수시로 변경되어 더욱 강화됐다. 

▶ 수도권 집단 탈출... 눈살 찌푸리게 하는 피캉스 행렬

가장 이색적인 진풍경 중에 하나는 인파들의 피난행렬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들이 잔뜩 밀집되어 앞다투어 기차에 올라타는 광경은 거의 충격적일 정도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이들 피난객들 중에는 학교가 문을 닫자 지방에 사는 부모 집으로 귀향하는 지방출신 유학생들도 포함되었지만, 주로 시골이나 바닷가로 떠나는 휴가객들의 피난행렬이었다. 
이러한 수도권 집단 탈출로 인하여 바이러스가 프랑스 전역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즉각적으로 흘러나왔다. 
프랑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수도권 파리근교지역과 알자스, 이탈리아와 국경을 이루는 동부지대이다. 따라서 서해안지대 바닷가 별장으로 피신하여 자택근무를 하겠다는 사회 엘리트층들도 대거 피난행렬에 동참했던지라 더욱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자택격리 조치가 시행된 다음 날인 18일(수), 화창한 봄볕이 쏟아졌던 서해안 연안지대는 수도권에서 유입된 차량들로 넘쳐났고, 해변에서는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휴가객들로 붐볐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바캉스 시즌이 아닌 전시상황이라는 경각심을 상기시키며 국민들의 시민정신을 호소해야했다. 

▶ 전염병 피해 별장으로 피난 떠났던 중세기 귀족층들  

수도권 집단 탈출이 화두에 올랐던 것은 바로 사회계층간의 불평등이 표면화된 현상 때문이라고도 쟝 비아르 사회학자가 설명했다. 한적하고 쾌적한 서해안으로 피난하여 휴가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세계적인 비상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의 안일함과 이기심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할 때면 고성으로 피난을 떠났던 중세기 귀족층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라고도 했다. 
중세기 귀족층은 도심에 대저택을, 시골에는 화려한 성을 소유했다. 그들은 페스트나 사회적 소요가 발생하면 성으로 피신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겼다. 
19세기 말엽 부르주아들은 도심에 커다란 공장을 소유하고 같은 건물 위에 마련된 대형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이와 동시에 마차로 2시간 거리에 쾌적한 전원별장을 소유했고, 여름철에는 피서지로, 도심에서 소동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피신처로 삼았다. 당시 농부들은 경작하는 영토 한가운데 오두막집을 짓고 상황에 따라 피신처로 사용했던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비상사태에 바캉스나 주말여행이라니...

오늘날 프랑스에서 시골전원이나 바닷가에 별장(제2의 거주지)을 소유한 이들은 약 3백만에 이른다는 집계이다. 대서양 연안에 떠있는 소문나지 않은 관광명소인 그르와 섬의 경우, 별장을 지닌 외부인들의 피난 행렬을 즉각 차단하기 위해 섬과 대륙을 잇는 연락선은 섬 주민에게만 허용한다는 긴급조치를 지난 3월 18일 발표하여 화제를 모았다. 이어서 휴가족의 피난행렬을 통제해야한다는 여론이 각처에서 거세게 흘러나왔다. 
자택격리 조치가 실시된 3일 째부터 도심을 탈출하려는 피난객들의 이동은 전면적으로 통제되고 금지됐다. 업무상 혹은 그에 상응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장거리 여행이 허락된다. 가령 100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연인이나 부모와 합류하기 위한 개인이동은 허락되지 않는다. 지난 3월 20일 비상사태 선포 이후 첫 주말을 맞이하면서 각 역마다 군인들이 배치되어 피난객들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기차탑승객들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 
모든 차량통행은 앰뷸런스, 택시, 배달 운송업을 제외하고 일체 통제된다. 아마존 등 다국적 대형온라인쇼핑몰도 배송업무를 중단했지만 생활필수품에 한해서만 운송배달이 가능하다. 일반인 차량운전자가 불가피하게 직업상 이동할 경우 이에 준하는 증명서를 지참해야한다. 당연히 블라블라카 등 카풀업체들의 영업도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 늘어난 조깅족, 애견과 편법 산책도 도마 위에

자택격리가 실시되면서 등장한 또 다른 이색적인 진풍경은 부쩍 늘어난 조깅족들의 행렬이다. 파리 센 강변로나 공원은 물론이고 평소 운동하는 이들이 전혀 없던 거리에서도 조깅하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외출통행이 허락된 5가지 조항에는 애완용개 산책시키기와 가벼운 운동을 위한 외출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이 조항에 대한 편법적인 이용이 도마에 올랐다. 격리조치에서 벗어나려는 수법으로 강아지나 조깅을 기묘하게 이용한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던 것이다. 
프랑스보다 1주일 먼저 자택격리조치를 실시한 이탈리아에서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한 남성이 검열에 걸려 프랑스 언론에서도 화제에 올랐다. 이 남성이 검열통제를 받은 지점이 그의 거주지에서 30km나 떨어진 해변 산책로였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자택격리조치를 공포하면서 산책이나 조깅을 위한 외출은 거주지에서 반경 2km으로 선을 그었지만, 1주일 후에 이 조항을 강화시켜 반경 1km 이내로 한정했다. 3월 25일부터 외출은 하루에 단 한 번, 동반자 없이 혼자서 1시간 이내로만 허용한다. 동반자가 있을 경우 적어도 1m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통행증을 작성할 때 외출하는 시각을 기입하도록 첨가했다. 
한편 거주지에서 1km 이내의 거리이더라도 모래사장이 깔린 해변에서의 산책은 일체 금지된다. 니스를 포함하여 서부연안지대 휴양도시들은 일반인들의 해변진입을 전면적으로 차단시키고 있다. 모든 수상 스포츠 역시 금지이며, 레저용 보트들의 바다진입도 차단된 상황이다. 

▶ 최대 3,750유로 벌금에 최고 6개월 징역형까지... 

격리조치를 어길 경우 13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벌금 징수에 항의하면 375유로로 껑충 뛰어오른다. 처음 어겼을 경우 135유로이지만, 2주일 안에 다시 어기면 벌금은 1,500유로에 이른다. 30일 이내에 4번 어기면 3,750유로 벌금에 최고 6개월 징역형 처벌을 받게 된다. 자택격리조치를 어긴 시민들에게는 어떠한 선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2인 이상의 모임은 금지이며, 만일 격리조치기간 중에 상을 당할 경우 장례식 참석인원은 고인의 측근가족 20명 이내로 한정한다. 장례식장에서 가족들 간의 신체접촉은 일체 금지되며 서로 간에 최소한 1m이상의 간격을 두어야한다. 

▶ 새롭게 등장하는 마스크 문화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강타했을 무렵에 유럽은 지리학적으로 거리가 멀다하여 관전하다가 뒤늦게 뒤통수를 맞았노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유럽인들은 문화적 관습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로 인하여 감염자나 사망자가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생겨나고 있다. 뒤늦게야 팬데믹의 위협 앞에서 방어용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려했지만 재고품도 없어 일반인들은 아예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맞서 지난 수요일부터 의류업체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운영이 중단된 아틀리에를 다시 가동시켜 마스크제작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세인트제임스, 아르모르 뤽스 등 유명 의류브랜드들이 의료용 마스크 제작에 돌입했다. 의료종사자들에게 공장도 가격으로 마스크를 공급하는 소기업체들, 패셔너블한 세탁용 마스크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조만간 형형색색의 새로운 마스크 패션이 프랑스의 거리를 누비는 것이 아닌가하는 뇌피셜도 생겨나고 있다.
세계굴지의 명품 브랜드사 LVMH, 로레알도 일부 아틀리에를 전환하여 신종코로나 예방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생산한다. LVMH의 경우 지난 1주일 동안 16톤 손소독제를 생산했으며, 앞으로 주당 50톤으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브로쉐 화장품도 지난 수요일부터 문 닫았던 아틀리에를 마스크와 손소독제 생산라인으로 변경하여 가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인터폴은 가짜 의료마스크와 소독제 1천4백만 달러 상당을 유통시킨 121명을 체포했다고 지난 3월 20일자에 밝혔다. 유럽 각국은 팬데믹과의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기 위해서 국민모두가 함께 위기상황을 넘기는 시민정신을 발휘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자택격리기간은 적어도 6주 이상 지속돼야 효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프랑스 의료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니스 등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하는 지역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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