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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기획
2019.12.07 01:38

혼돈의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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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조용히 마무리해야 할 연말에, 프랑스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해에는 유류세 인상에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가 올해까지 이어져 오더니, 이번에는 연금 문제로 불이 붙었다.

수 십 만 명의 시민들이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항의하며 파리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고, 철도와 학교, 병원 등도 총파업에 가세해 프랑스는 지금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다시, 혼돈의 프랑스

12월 5일부터 시작된 프랑스 총파업에, 프랑스 전역의 도시 100여 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수백 건의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다. 

파리에서는 지하철 16개 노선 가운데 11개가 중단됐고, 고속철과 지방철도 90%가 멈춰 섰다.
에어프랑스 또한 국내선 운항의 약 30%를 취소했으며, 대부분의 학교와 병원, 공공기관들도 운영이 중단됐다.
파리의 명소 에펠탑과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들도 문을 닫았다.

이렇게 출근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 첫날인 5일, 경찰은 파리에서만 6만5000명이 거리로 나왔고 전국적으로 80만명이 시위에 나섰고 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노동총동맹(CGT)은 파리에서 25만명, 전국적으로 15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파리에서는 시위대의 기물파손과 경찰의 최루탄이 다시 등장했고 파리에서만 71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시민들이 총파업에 나선 이유는?

시민들이 1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온 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 체제 개편을 막기 위해서다.

2025년까지 42개나 되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제를 하나로 개편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 계획대로라면 퇴직금 수령 연령이 높아지고 연금 실수령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일은 더 하고, 연금은 덜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프랑스인 60%가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철도노조는 "우리가 일을 멈추면 지역사회에 실질적 불편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강한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10일까지, 그 이후에도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CGT를 비롯한 노동 단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체제 개편을 백지화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어서 프랑스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마크롱 정부, "결연히 연금 개혁 추진하겠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자신의 주요 정책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현행 연금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울적인 데다, 현 체제의 적자폭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고, 퇴직연도가 보다 빠른 일부 산업분야 근로자들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직종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통합한 뒤, 포인트 제도를 기반으로 하나의 국가연금 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이것은 근로자가 매일 출근할 때마다 점수를 쌓고 퇴직 후 그간 쌓은 점수로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결연하게 연금 개혁을 이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나는 보편적 연금체제가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 개혁을 끝까지 완수하고자 한다."며 "시민들도 현재의 복잡하고 불합리한 42개 연금 계획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과 우리가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가혹하지 않은 방식으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때문에 11일 발표에는 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여론을 고려한 양보책도 일부 포함됐다.

군인과 소방관, 경찰, 교도관 등 안보ㆍ치안 관련 특수 공무원들은 일찍 은퇴하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다 퇴직한 사람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과 기여금 등과 관계없이 월 연금 수령액이 최소 1,000유로 이상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영국의 723파운드(약 900유로)와도 대조된다. 필리프 총리는 “연금 개혁 법안은 연말까지 준비 돼 내년 2월 말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이 같은 양보책을 들어 파업 중단을 호소했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총동맹(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우리는 정부의 발표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말했다. 로랑 베르게 민주노동총연맹(CFDT) 대표도 “정부의 이번 개편안 발표는 한계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정부 성패의 최대 분수령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해 침착하고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또 다른 정치적 시험대에 올려진 모양새다. 
그는 지난해에도 정부의 친시장 개혁정책에 항의하는 '노란 조끼' 반정부 시위로 지지율이 25%까지 추락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상 반대로 시작된 노란조끼 시위를 강경 진압하다, 결국 올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노란 조끼’ 시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시위가 거대 노조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주말 시위를 벗어나 평일에 노동자들이 적극 가담한 점을 두고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불도저'식 개혁을 고압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시위는 1995년 총파업에 비견되고 있다. 당시 자크 시락 전 프랑스 대통령도 연금 개혁을 시도했다가 3주 가까운 시위로 국가가 마비상태에 이르자 결국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그에 버금가는 총파업을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마크롱 정부는 치명타를 입고 입지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양보하고 타협할 것인가, 정면 돌파할 것인가?” 
이번 시위는 마크롱 정부 성패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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