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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위스, 벨기에 등 불어권 나라에서 사는 한국인들을 찾아 이들의 작업 활동과 삶을 인터뷰하고자 한다. 대부분 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로 현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이나 재불한인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 첫번째로 Elisa Shua Dusapin을 만났다. 올해 27세인 (1992년생) 그녀는 한국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으며 지금까지 2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이다. 
지난 3월, 엑스레벵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조그만 서점에서 우연히 한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Hiver à Sokcho (속초에서의 겨울)’이라는 제목이었다. 속초라는 말에 뒷페이지를 살펴보니 작가는 한불가정 2세였다.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이 소설은 한 젊은 한불 여성이 한 겨울을 속초에 있는 작은 여관에서 일하면서, 그곳에 혼자 머무는 프랑스 BD 작가와 만나는 여정을 시적인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2016년에 스위스 Zoé 출판사에서 출판된 이 소설은 그녀의 첫번째 소설이며 그녀는 이 소설로 Robert Walser 상과 Révélation SGDL 상을 수상했다.
내친 김에 그녀의 두번째 소설 ‘Les Billes du Pachinko (파친코 구슬)’소설도 읽어보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소설을 바친다는 이 소설은 한국전쟁을 피해 일본에 가서 사는 외조부를 방학에 방문한 손녀 딸의 이야기이다. 
프랑스 동부 지역의 벨포 (Belfort)와 근접한 스위스의 조그마한 마을 Porrentruy에 살고 있는 작가를 현지에서 만나 보았다.


- 작가님의 신상얘기부터 들려주었으면 좋겠네요. 조부모님이 두번째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일본에서 사시나요?

아니예요, 그건 픽션이에요. 물론 그 내용에는 자전적인 게 들어가 있긴 하지만요.
조부모님은 지금 스위스에 사세요. 저희 조부모님은 1970년에 스위스 페스탈로찌 빌라주에 한국어 강의를 위해 오셨는데 원래 2~3년 미션으로 오셨다가 계속 머무르게 되셨어요. 페스탈로찌 빌라주(Pestalozzi Villages)는 전쟁 등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수용하여 교육시키는 기관으로 각 나라의 아이들이 몰려있고 이들 나라의 교사들이 초빙되어 자국의 언어를 가르치게 하는 수준 높은 기관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아원이 아니에요. 이들에게 정이 들어 계속 머무시는 동안 우리 조부모님의 세 자식들이 모두 스위스에서 학업을 마치고 취직, 결혼을 해서 자리를 잡게 됨으로써 삶의 터전이 결국 스위스가 된거죠. 이 일에 15년 전념하다가 취리히로 옮겨가셔서 한국식당을 경영하시다가 다시 ‘유미하나’라는 한국식당과 한국, 일본 음식을 제공하는 도매업을 하셨어요. 지금 84, 85세인 이분들은 해마다 가족이 있는 한국을 방문하고 계시죠.

- 어머니는 스위스에서 태어나셨나요?

아니요, 어머니는 서울에서 태어나셨고 가족이 스위스로 이주한 연대가 70년이니까 8살에 스위스에 도착하셨어요. 모국어는 한국어지만 학교를 독일어권 스위스에서 다녔기에 독일어에도 능통한 빌랭그(bilingue)입니다. 저희 엄마는 조부모님하고는 항상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반면 남자 형제들하고는 주로 독일어로 얘기합니다.

- 작가님은 어디서 태어나셨나요?

저는 도르돈뉴 지방의 사를라(Sarlart)에서 태어났어요. 그 지역에서 7살때까지 살다가 저의 아버지가 스위스 작은 마을 porrentruy에서 acupuncture cabinet (침술사 캐비닛)을 열게 되면서 이곳으로 이사왔답니다. 노르망디 출신인 아버지는 또한 태권도 사범이기도 해서 여기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권도 인연으로 저희 엄마와 만나게 된 거죠.

- 작가님은 한국말을 하시나요?

어렸을 때는 엄마랑 한국어로만 얘기했어요. 그런데 7살에 여기 스위스로 와서 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도 멀리하게 되고 한국어도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유가 여기 조그만 마을에서는 20년 전인 당시에 외국인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어서 일종의 차별을 받았어요. 더욱이 아버지 직업이 침술사라는 걸 잘 모르는 스위스인들이 이상하게 보기도 해서 엄마가 학교로 날 찾아오는 것도 싫어할 정도였어요.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거죠. 
우리 조부모님하고는 계속 한국어로 얘기했는데 커가면서 한국어는 다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 표현이 점점 자신이 없어지자 조부모님하고도 얘기를 많이 안하게 되었어요. 독일어를 잘하시는 분들이라 독일어로 통화가 가능하지만 그걸 나무라는 입장이시길래 되도록 독일어도, 한국어도 안하게 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어요. 그런 관계가 제 두번째 소설에 반영이 된 거구요. 저는 독일어, 불어, 영어 3개국어를 하고 한국어까지 합치면 4개국어가 되는 셈인데 2012년에는 한국 연세대에서 몇 개월간 한국어 강습을 받기도 했어요. 한국에 가면 한국어가 잘 터지는 셈인데 한국어하고는 7세까지 모국어였다는 점에서 아주 가까운 언어면서도 이후에 멀리한 결과로 외국어가 되어버린 아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답니다.

- 어렸을 때 꿈이 작가가 되는거였나요?

아니예요. 13살 때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말로만 듣던 한국을 실제로 보고부터는 뭔가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일었어요. 
한국방문은 이후 매년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다니던 16살부터 한국에서의 여행 경험을 글로 쓰기 시작했죠. 일종의 저의 이당티테(identité)를 찾기 위한 내밀한 작업이었는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질문들이 생기게 되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엔느 대학교 내의 ‘스위스 문학 연구소’에서 3년간 글쓰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응모했더니 선정이 되어서 거기서 3년 동안 한국여행기를 계속 쓰면서 졸업을 했어요. 그 글의 상당수가 ‘속초에서의 겨울’에 많이 반영이 되었죠. 
이 후 로잔느 대학교 마스터 과정 문과 수업을 계속 받으면서 취미인 연극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선생님이 제 글을 출판사에 보내 보라고 하셔서 별 생각없이 3~4군데 보냈고 결국 출판이 되어서 나오자마자 여기저기 상을 받게 되고 그래서 갑자기 문학의 길로 나가게 되었어요. 저에게도 뜻밖의 일이었죠. 
제 첫 작품은 여러 언어로도 번역이 되었는데 한글 번역이 처음으로 나오고 이후 독일어, 이태리어, 포르투갈어, 영어, 스페인어 등으로도 번역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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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작품인 ‘파친코 구슬’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되었나요?

제가 첫번째 작품을 쓰는 동안 제 남친이 스위스 라디오에서 일하는데, 일 때문에 일본을 자주 다니게 되었어요. 거기서 한인사회와 그들이 운영하는 파친코를 알게 되었는데, 저도 절반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아직도 차별 받고 있는 일본의 한국인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속초의 성공으로 한참 동안은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2017년, 뉴욕에서 지내는 6개월 동안 책을 끝마치게 되었어요.

- 지금 세 번째 소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네, 지금 한참 작업 중인데 내년 8월에 출간이 되려면 올 12월까지 끝내야 되요. 그래서 9월부터 12월까지 사실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번 건은 한국과 관련된 인터뷰라 유일하게 응했어요. 그리고 ‘속초에서의 겨울’ 연극 대본 요청도 받아서 그것도 같이 진행중이고 또 한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같이 하고 있는 중이에요.

- 여러가지 일을 하고 계신데 문학으로 생활이 가능하신가요?

현재로는 그래요. 사실 글로 생활을 꾸리기가 힘든 현실인데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작가님 작품, 한국에서 반응은 어땠나요?

작년에 알리앙스 프랑세즈와 스위스 문화원에서 주관한 프랑코포니 축제에 참가해서 한국 여러 군데를 다녔는데 반응이 다양했어요. 주로 한불 2세가 어떻게 살아보지 않은 한국에 관심을 가져서 글을 썼는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어요. 특히 배경이 된 속초에서의 반응은 대단해서 시장님을 비롯해서 시에서 대단한 환영식을 열어주었어요. 소설의 배경이 된 여관 주인도 TV에 나와서 인터뷰까지 하셨는데 이후에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구요. 

- 한국인들은 작가님을 한국인으로 보나요 아니면 외국인으로 보나요?

여기 프랑스나 스위스에서는 저의 한국적인 모습이 드러나 보여서 한국인으로 보는데 반면에 한국에서는 저의 서구적인 모습이 더 드러나 보이나 봐요. 저를 프랑스 작가로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제 작품이 스위스 출판사에 출간되어서 스위스 문학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불어권 스위스 문학은 프랑스 문학에 잠식되는 형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전 사실 프랑스-스위스 복수 국적을 갖고 있어요.
한국인들에게는 제가 혼혈로 보여지는데, 그게 반드시 한국계 혼혈이라는 건 못 느껴지나봐요. 그리고 제 한글이 어눌하다 보니 금방 한국애는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 이름이 엘리자 슈아(Elisa Shua)인데 슈아는 한국이름인가요?

네. 원래 수아라는 이름인데 불어로 표기되면서 H가 들어가 슈아가 되버렸어요. 엘리자는 프랑스 이름이고 수아는 한국 이름인데 저의 조부모님은 항상 저를 수아로 부르고 저도 한국가면 수아라고 불러요.

- 작가님은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제 이당티테에 관한 문제는 어렸을 적부터 계속 따라다니던 문제였는데 제가 글쓰기 작업을 하다보니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마치 글쓰기 작업에서 저의 이당티테를 찾는다고 할까요. 제가 쓰는 소설 하나마다 그 주인공을 통해 저의 모습을 거울이나 사진 속에서 보는 것 같아서 예전처럼 저의 모습이 갈라져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프랑스나 스위스 사람도 아닌 프랑코폰이라고 느껴지는데 여기에는 불어라는 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죠. 불어권인 스위스도 제겐 같은 나라라는 느낌이에요.

- 언젠가는 한글로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현재 저의 한글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에요. 아마 한글 수업을 몇 년 받아도 가능할까 한데, 감정적으로는 쓰고 싶어요. 그런데 저의 이당티테가 불어로 형성되었다 보니 한글로 소설을 쓴다면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독일어로 교육을 받아서 독일어가 완벽한데 독일어로 소설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과 같아요. 사실 ‘속초에서의 겨울’의 대사나 일부 문장은 먼저 한글로 구성되고 나중에 불어로 번역했는데 한국에서의 느낌을 불어로 묘사한다는데 대해서도 일종의 거부반응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제 문체가 좀 건조하고 딱딱해진 듯 해요. 이후 작품의 문체는 덜 그렇거든요.

- 작가님에게 영향을 미쳤거나 좋아하는 작가들은 누구인가요?

청소년 시절에 마가렛 뒤라(Marguerite Duras)의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문학이 이런거구나 알게 되었어요. ‘속초에서의 겨울’을 쓰면서 ‘연인’을 몇 번이나 재독했죠.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나 마리 엔디에(Marie NDiaye), 카뮈, 보들레르, 엘루아르(Paul Eluard) 등의 시인 작품도 많이 읽어요.

- 한국 작가들 작품도 읽으시나요?

한국문학이 초기에 불어로 번역되면서 나온 이청준의 단편들로 한국문학과 처음으로 접했고 이후 염상섭의 ‘3대’, 한강의 ‘채식주의’, 이승우의 ‘식물등의 사생활’ 등의 작품을 좋아해요.

- 마지막 질문인데요. 요즘 젊은이들이 점점 더 많은 화면 속에서 살게 되면서 독서가 많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문학이 위험에 처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아요. 여러 화면 때문에 우리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건 사실이지만 도서출판이 더 늘어나는 상황에서 책이라는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 인류에게 책은 너무 중요한 자원이거든요. 제가 작가로 살다 보니 이런 optimisme이 없다면 아마 글 쓰기도 힘들게 될거예요. 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주신데에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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