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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공원을 산책하며 새봄의 향기를 만끽하고 싶은 계절이 다가왔다. 화사한 봄날의 정취와 더불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나비파 전시회(Les Nabis et le décor)가 파리 뤽상부르 미술관에서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밝고 화려한 색감, 단순하고 부드러운 선, 리드미컬한 색조대비, 자유분방한 표현력을 담은 나비파 화폭은 대체적으로 화사하고 밝으며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말엽 ‘선지자(Nabi)’라는 의미를 지닌 새로운 미술운동이 일어나, 정통적 예술기법의 벽을 무너뜨리고 일상과 예술을 일체화하는 장식기법을 적용했다. 나비파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폴 세루지에(1863-1927년), 에밀 베르나르(1868-1941년), 에두아르 뷔야르(1868-1940년), 피에르 보나르(1867-1947년), 모리스 드니(1870-1943년), 폴 엘리 랑송(1861-1909년) 등을 꼽는다. 폴 고갱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로 인상파에 염증을 느낀 젊은 작가 군단이다. 


▶ 나비파의 모체, 퐁타벤파 

폴 고갱(1848-1903년)은 1886년부터 1888년 10월, 반 고흐와 합류하러 남불 아를르로 떠나기 전까지 브르타뉴지방 퐁타벤(Pont-Aven)에 머물렀다. 아벤(Aven)강물이 흐르는 퐁타벤은 ‘브르타뉴의 베니스’라 불리는 마을로서 19세기 말엽 젊은 화가들을 유혹했던 예술촌이다. 이곳에서 고갱과 에밀 베르나르가 만나 깊은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고갱은 남태평양 마르키즈군도 히바오아 섬으로 떠나기 직전인 1894년 4월에서 11월까지 퐁타벤에서 다시 체류했다. 
1880년대 말경 고갱과 베르나르를 중심으로 결성된 퐁타벤파는 폴 세루지에, 샤를르 라발, 아르노 세갱, 앙리 모레 등 10여명을 꼽는다. 보라, 주홍, 초록, 푸른색을 원초적 본능대로 과감하게 화폭에 담도록 폴 세루지에가 고갱으로부터 받았다는 레슨은 유명한 에피소드로 전해진다. 
나비파는 이렇듯 고갱이 퐁타벤에서 표현했던 강렬한 색감, 원초적인 색상대조, 단순화된 형상을 통해 현실과 꿈의 세계, 신비스러움을 담아내는 화법을 전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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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판화, 아르누보의 영향력

이번 나비파 전시회에서 폴 세루지에의 부인, 마그리트 세루지에(1879-1912년)의 4폭 병풍 작품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일본판화에 영향을 받은 나비파 화폭들 중 한 작품이다.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세루지에 부인역시 화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일본미술에 영향력을 받은 마그리트 세루지에의 작품은 오늘날 가끔씩 미술경매시장에서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한편 1890년 봄 파리 국립미술학교가 일본판화를 전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문화가 프랑스미술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뤽상부르 미술관 전시회를 통해 일본 우키요에 판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나비파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나비파는 도자기, 가구, 스테인드글라스, 벽지 등 일상에서 접하는 오브제를 통해 예술적 미학을 추구한 장식예술 아르누보 운동과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 아르누보가 파리지엔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895년 독일인 화상 지크프리트 빙(1838-1905년)을 통해서이다. 그는 가구, 화폭, 조각품, 판화, 장식용 융단, 아름다운 벽지로 장식된 아파트 실내를 공개하여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때 장식예술 제작품에 모리스 드니와 랑송 등 나비파가 참여했다. 

▶ 주요테마는 정원과 여성  

나비파 화폭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테마 중에 하나는 정원과 여성이다. 당대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팜므파탈이 아닌, 순수함과 청초함을 지닌 여성, 자연에 심취된 여성, 어머니, 누이처럼 친근함을 안겨주는 여성들의 밝고 유쾌한 모습이다. 화폭 속 여성들은 정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바구니나 앞치마에 사과를 줍거나,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염소와 어울려 노는 장면 등 지극히 평화롭고 서정적이며 전원적인 테마가 즐겨 등장한다. 
나비파 대표작 중에 하나로 손꼽는 모리스 드니의 ‘4월(Avril, 1892년)’은 몽상적이며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화폭이다. 초록들판에서 하얀 꽃을 줍는 여성들의 자태는 지극히 단순한 선으로 처리됐으며, 순수함과 신비스런 기운마저 감지된다. ‘선지자(Nabi)’의 상징적인 모습을 담기위해 여성들은 하얀 의상을 걸치고 있다. 여기서 봄은 꿈과 사랑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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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를 장식하는 제2의 내부 공간

이번 전시회는 ‘정원 속의 여성’에 이어 ‘실내 공간’이라는 테마로 뷔야르의 대형화폭들이 소개되고 있다. 관람객들의 눈을 호사시킬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발산하는 화폭들이다. 뷔야르는 당대 유명한 명문집안 알렉상드르 나탕송(1867-1936년)을 비롯하여, 재력가나 후원자들의 주문을 받아 독특한 기법으로 실내장식화를 제작했다. 
뷔야르의 화폭 속 실내공간은 독특하다. 외부로부터 차단되고 보호받는 내밀한 공간은 가족적인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시에 또 다른 깊숙한 예술 공간이 차지한다. 이런 이중기법은 뷔야르가 연극무대설치가로서 쌓인 경험을 화폭에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내를 차지하는 주인공은 여성들이며, 히로인을 감싸는 배경은 화려한 벽지나 자수가 가미된 장식용 융단이다. 이들 화사한 꽃무늬 벽지나 융단은 화폭 속에서 또 다른 장식예술 공간을 창출한다.

▶ 저택을 장식했던 나비파

나비파는 주로 당대 저명인사나 지인의 청탁을 받아 저택 살롱, 침실 혹은 집무실 인테리어를 위해 작품을 제작했다. 가령 모리스 드니는 1894년 작곡가 쇼송(Chausson, 1855-1899년)의 주문으로, 저택의 천장을 장식할 화폭 세 점을 제작했다. 가족, 사랑, 봄을 상징하는 세 화폭이다. 쇼송의 저택이 팔리면서 이들 화폭들도 각자 흩어졌지만, 이 전시회에서 모두 집결했다. 
1897년 폴 세루지에는 절친 조각가 라콩브(1868-1916년) 저택의 식사실 인테리어를 위해 숲이라는 테마로 대형 화폭을 제작했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상징적 표현을 담은 작품이다. 
세루지에, 드니, 랑송 등 나비파 작가들은 상징주의 영향력을 깊게 받았으며, 단순한 실내장식용 화폭들이 아닌, 에로티즘, 철학, 시, 신비주의, 종교적 구도정신이 혼합된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1895년 아르누보의 대부 지크프리트 빙이 모리스 드니에게 자택침실의 장식을 청탁했을 때, 작가는 출산과 모성, 여성스러움, 신비로운 상징주의가 가미된 장식기법으로 7점을 제작했다. 이중 2점이 이번 전시회에 출품됐다. 
파리 뤽상부르 미술관에 집결된 나비파 작품은 90여점에 이르며, 주로 거주지내부를 장식했던 화폭들이라 복잡한 생각 없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가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나비파 전시회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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