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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2019.02.21 11:44

1920년대, 피끓는 한인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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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1930년대 프랑스에 유학 온 학생들은 무르만스크에서 온 한인 노동자들과는 온 목적이나 환경이 달랐다. 공통된 특징이라 하면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피 끓는 애국심을 품고 배움의 길을 걸어보겠다는 의지와 패기로 무장하고 암울했던 한반도를 떠났다. 아니, 탈출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이들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 여권으로 프랑스에 입국한 만큼, 체류 기간 중 파리의 중국 대사관에서 여권을 연장 또는 재발급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혹은 프랑스의 단기 체류증을 받아 체류했는데, 무국적자와 비슷한 지위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학업을 하면서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겸했다. 당시 집에서 돈을 송금할 형편도 안 되었고, 방법도 없었다.
유학을 마친 후, 대부분은 귀국하여 정부 기관이나 대학교 등에서 요직에 앉았지만, 일부는 프랑스에 남아 프랑스인 여성과 결혼하여 자녀를 두었다. 자녀들은 프랑스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프랑스 사회에서 직장을 얻고 프랑스 사회에 동화해 버렸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인의 핏줄을 받은 사실만 인식할 뿐, 온전한 프랑스인이 되었다. 때문에 이들 1세대 한인들 중 극히 일부는 해방 후의 한인사회와 관계가 있었으나, 2세 이후에는 한인 사회와 거의 단절되게 된다.
1920년대 당시, 프랑스에 유학 온 주요 한인들을 소개한다.


민원식, 프랑스 대학에 최초로 입학한 재원

한국인으로서 프랑스 대학 최초의 입학생인 민원식(閔瑗植, 1898~?)은 구한말 우국지사인 민영환(閔泳煥)의 6촌이자 판서를 지냈던 민영철(閔泳喆)의 3남으로 태어났다. 경술국치 이후 민영철은 일제가 회유책으로 주었던 작위를 마다하고 1910년, 가족을 데리고 상해로 망명하였다. 당시 민원식의 나이 12세였다. 이후 그는 상해에서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카톨릭 주교를 따라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1918년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툴루즈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19년 3월 임시 정부 파리 위원부 대표단으로 프랑스에 도착했던 김규식 곁에서 통역 비서관 자격으로 그를 보좌했다. 불어를 몰라 회의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없어 난감했던 김규식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파리 위원부에서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1921년 민원식은 툴루즈 대학 이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사촌 형 민희식(閔熙植, 초대 교통부장관)이 다니고 있던 네바다 대학에 입학, 1928년 졸업했다. 시카고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학업을 끝내지 않은 채 돌연 고국으로 돌아와 연희전문 불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구한말 세도가인 윤영렬 가문
의 손녀이며 여류 화가였던 윤시선과 결혼한 그는 해방 전까지 동아교통공사 경성지사 고문을 역임했다.
1945년 9월 6일 민원식은 남정린, 백남진 등과 함께 영자 일간 신문인 <서울 타임스(The Seoul Times)>를 창간했다. 1949년 11월 30일에는 연합 통신을 설립하여 AP, INS, AFP 통신과의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에는 장택상(張澤相) 초대 외무부장관 밑에서 잠시 차관보를 지내기도 했으나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후 납북되어 이후의 행적은 알 수 없다.


정석해, 이(理)와 의(義)에 따라 실천적으로 살다

정석해(鄭錫海 1899~1996)는 중국 상해를 통해 프랑스로 건너온 유학생이었다.
1914년에 선천의 신성학교(信聖學校)에서 수학하고 1916년 교원 자격 시험에 합격하여 창성 대유동(大楡洞)의 프랑스인이 경영하는 소학교 교원으로 부임하였다.
1919년에 연희전문 Y.M.C.A. 회장으로 3·1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독립 선언서를 인쇄하여 각지에 배포하고 3·5 남대문 역두 시위를 주동하였다.
같은 해 3월 18일 만주 안동현으로 피신하여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1920년 베이징을 거쳐 상해로 가 흥사단(興士團)에 가입하였으나, 같은 해 서양학문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유법검학회(留法儉學會)의 주선으로 프랑스 파리로 유학길에 올랐다.
정석해는 1920년 11월 7일 프랑스 해운사의 여객선 르 포르토스(Le Porthos)호를 타고 상해를 떠나 그해 12월 14일 아침에 마르세이유에 도착했다. 그가 탄 배에는 중국 젊은이들이 300여 명 타고 있었는데, 그중 한국 학생이 21명이었다.
프랑스에 도착한 21명 중 7~8명은 생활비가 비교적 싼 독일로 떠났고, 프랑스에 남은 사람들은 파리에서 흩어졌다.
생소한 땅에서 살 길이 막연했던 정석해와 이정섭은 파리 위원부를 찾아가 황기환을 만났다. 그의 주선으로 이들은 보베(Beauvais)의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1922년 독일로 옮겨 뷔르츠부르크대학 정치경제학부에 입학하여 마르베의 심리학을 청강하고, 1923년에는 베를린대학에서 좀바르트(Sombart,W.)의 고도 자본주의론을 배웠다. 1924년 파리로 돌아와 파리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여 라랑드·델라 끄루아·레이 교수의 지도 아래 사회학과 경제학 등을 배웠다.

정색해는 망국한의 끝없는 정신적 방황과 고통 속에서 1930년 수학과 철학으로 파리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연구생으로 머물게 되었다. 1932년 제네바에 체류하는 이승만(李承晩)을 파리로 초청하여 독립운동을 의논하기도 했다. 1939년, 19년 만에 귀국하였으나 변절한 동지의 밀고로 체포되어 일본으로 압송되었다가 같은 해 12월 한국으로 환송되어 연금 생활을 하게 되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연희전문학교의 교수가 되어, 1961년 정년 퇴임까지 철학과 수학, 물리, 불어 등을 가르쳤다.
1960년 4·19 혁명 때에는 4·25 교수단 시위를 주도하였다. 그는 학문의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그것의 전수와 교육에 힘썼다. 그리하여 연구 논문이나 연구서를 내는 것보다 이(理)와 의(義)에 따라 실천적으로 생활하고 또 그것을 모범으로 보이는 데 더욱 노력했다.
1961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 후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과 같이 살다가 1996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다음주에 계속-

【프랑스 한인 100년사 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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