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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에 파리의 한 한국식당에서 영화 ‘무성한 소문’시사회가 있었다. ‘무성한 소문’은 준한선(본명:황재연, 1990년생)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가 직접 제작, 각본까지 다 맡았다. 
영화는 파리에서 수 년 간 살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후 다시 파리로 돌아와 사는 한 한국 남자와 그의 주변사람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파리라는 도시가 한국교민사회로 들어가면 작은 마을이 되어 그와는 상관없이 그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떠돈다. 그는 떠도는 속성을 지닌 소문처럼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옛사랑의 그림자를 찾아 도시를 배회한다.  파리를 배경으로 전문배우들이 아닌 파리에 사는 현지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어우러져 교민사회의 일상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영화상영 후에 준감독은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스텝진과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이어 참석자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시사회 장소를 식당으로 한 이유는 영화가 나오기까지 수고하고 격려해준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시사회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준감독의 고운 심성을 보면서 일요일 저녁에 열린 첫 시사회 자리가 빈자리 없이 꽉 채워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사회가 끝난 후에 준한선 감독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살 때 부모님의 프랑스 유학길에 함께 왔습니다. 부모님의 학업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가 10살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고는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1년 과정을, 미국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고 파리로 왔습니다. 파리 4대학에서 1학년 과정 영문과 수업을 듣고, 다음 해에 파리 7대학 한국학과에 편입해서 졸업하고는 파리 ESRA 영화학과 석사과정을 끝내면서 첫 영화 ‘무성한 소문’을 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프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한불통역을 하기도 하고, 프랑스어, 한국어, 영어 개인과외, 언론사 파리 현지 취재 한불통역, 광고회사 인턴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했습니다.  

● 이방인으로서 노마드 삶을 사는 것과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이유는? 

이방인으로 어디인가에 속해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더 힘들만큼 노마드 삶이 제게 맞는 것 같아요. 이방인의 삶을 사는 것이 제 정체성이라 말할 수도 있을 만큼 정체성 혼란을 겪지도 않았고 어디서나 적응도 잘해 새로운 곳에서의 낯설음도 없고, 언어를 습득하는 어려움을 느낀 적도 없이 제가 있는 곳에서 언제나 자연스럽고 편안했습니다. 
프랑스로 다시 오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프랑스와 다른 문화적 차이로 프랑스가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과 이곳에서 보냈던 유년시절이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남아있기도 해서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었죠. 글쓰기를 좋아해서 영문학을 선택했는데 강의실에서 한국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한국대학은 어떻게 수업을 하고, 어떤 강의를 할까 궁금해지고, 나중에 한국에서 활동하거나 학교를 다닐 수도 있기에 한국학과로 전과를 했고 글쓰기를 위해 한국학과 수업 중에 한국문학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시나리오도 직접 쓰는 힘이 되었겠네요?

네. 환경에 적응은 잘해도 친밀감으로 소통하며 우정을 나눈 이들과 이별을 하는 일은 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별에 대한 면역성이 생기지 않은 자리에 그리움이 자라는 만큼 글쓰기는 제게 치유제이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길을 가고 싶을 만큼 쓰는 것이 좋아 시와 산문 등을 매일의 일기처럼 썼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제가 좋아하는 만큼 제게 반응해주지 않았습니다. 나를 뒤돌아봐주었으면 바라는 애태우는 짝사랑이었죠.
영화학교에 들어간 이유도 시나리오를 쓰려고 들어갔는데 나를 봐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전해진 듯 제게 손을 내밀어주었습니다. 맘에 드는 시나리오가 완성되었고 영화를 직접 만들고 싶어 도전을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이 영화란 것을 알게되었고요. 유레카!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찾은 거죠. 시니라오를 쓰고 그 시나리오로 영화를 감독하고 제작하는 것이 제가 갈 길이란 것을요. 이제까지 글을 쓰며 다양하게 경험한 일들이 영화의 길을 가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할 만큼 감독이 제게 맞는 옷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 첫 영화 제작이자 감독을 맡은 것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시행착오를 겪고 어려움들도 많았지만 영화의 매력에 빠져 힘듦조차 잊을 만큼 행복했어요. 
팀웍으로 일하는 것, 감독으로 협조를 구하고, 카메라에 담고 편집하는 모든 과정들이 재미있어 힘든 줄을 모른 것이었죠. 첫 영화로 경험이 없어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만 보기만 하던 영화에서는 알지 못했던 영화에 대한 발견으로 제게는 환희를 맛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음 영화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 영화‘무성한 소문’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살면서 느낀 것과 관찰한 것들을 날 것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전문배우가 아닌 파리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프랑스인을 캐스팅했습니다. 파리의 한국식당, 미용실 등 파리교민들에게 익숙한 장소를 섭외했고요. 타국의 좁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커뮤니티와 타지에 살면서 벌어지는 상황, 침묵 속에서 이동하는 말이 만들어내는 소문들, 타국의 좁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가 본 교민들의 정서를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파리 또는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민이라면 공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평소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이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사람의 감정이 제 관심사입니다. 연인간, 친구간의 오고가는 감정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글쓰기와 영화보기를 좋아하고 전시를 보거나 산책을 많이 해요. 골목길 따라 걷다가 카페서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입니다.

● 황재연이라는 본명 대신 준한선이란 이름을 특별히 쓰는 이유가 있나요? 

아버님이 2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아버지가 쓰시던 아이패드 뒷면에 아버지 성함 ‘준욱’, 어머님 성함 ‘한선’ 그리고 저 ‘재연’을 ‘준한선재연’으로 새겨놓으셨더라고요. 뭉클하니 아버지의 가족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행복에 부모님의 사랑을 담아 감독명으로 정했고, 영화가 끝났을 때 자막에 아버님께 바친다고 자막에 넣었습니다.  

●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요?

‘무성한 소문’같은 경우 모두의 공감대를 얻을 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거나, 같은 환경에 처해있거나,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다면, 분명 큰 치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로 삶의 영감을 받을 수 있거나 공감하며 치유 받을 수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무거웠던 마음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거죠.  저는 비현실적인 요소들은 좋아하지 않아 실생활에 접할 수 있는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합니다. 


준한선 감독으로부터 새해 인사가 왔다. 한국에서 두 번째 영화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왔다. 
노마드 삶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던 청년의 두 번째 영화는 어떤 시선으로 담겨질지 궁금해진다. 

영화보기 : ‘무성한 소문’
(https://drive.google.com/open?id=1DZPJeZ9t2h1cU9aM2ljbf0bJ7HdifN68)
개인 SNS: 페이스북 – jaeyeonh10@gmail.com,  인스타그램 jaeyeonh10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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