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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불 엑스고장 생트-빅트와르(Sainte-Victoire)는 폴 세잔에 의해 유명해진 카리스마적인 산이다. 석회암 바위산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세잔은 60번 이상 화폭에 담아냈다. 한 풍경, 한 관찰대상을 반복적으로, 집중적으로 그려냈던 집념의 아티스트 세잔과 함께 생트-빅트와르의 신비함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 치열한 예술 혼, '세잔의 길’

생트-빅트와르는 세잔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가까운 거리에 18km 가량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산으로, 최고봉 해발은 1천 미터를 살짝 넘긴다. 가벼운 산책부터 암반 등산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산소공급지대로,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들만도 해마다 5만 명에 이른다. 

생트-빅트와르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주변풍경은 세잔의 화폭에 담겨진 모습과는 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엑상프로방스를 출발하여 르톨로네(Le Tholonet) 마을을 통과하는 꼬불꼬불한 산길 D17을 따라 세잔의 시대와 크게 변화하지 않은 독특한 산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이는 생트-빅트와르의 정상은 흰빛을 발산한다.
산길 D17을 ‘세잔의 길’이라 부른다. 세잔이 화구를 짊어지고 르톨로네 마을을 출발해 생트-빅트와르를 향해 걸었던 약 4.6km에 이르는 코스이다. 1959년 앙드레 말로에 의해 ‘세잔의 길’로 정해진 이후 주변경관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 

르톨로네는 엑상프로방스 동쪽에서 약 7km 지점, 생트-빅트와르 산발치에 자리 잡은 산간마을이다. 근처 마을언덕 높은 곳에는 산이 잘 바라보이는 샤토 느와르(Château noir)가 있다. 세잔이 1887년부터 1905년까지 방 2개를 임대하여 화구를 보관하고 화실로 이용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세잔은 생트-빅트와르를 담은 유화 19점, 수채화 20점을 제작했다. 

사실 ‘세잔의 길’은 생트-빅트와르 산이라는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이 관찰대상을 자기만의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세잔만의 고뇌의 현장이었다. 

▶ 화가가 가장 선호했던 모델, 생트-빅트와르

세잔은 말년에 항상 같은 장소를 찾아 생트-빅트와르를 바라보는 것을 즐겼고, 산과 관찰 대상에 대한 자신의 인지력과 직관력사이에 늘 새로운 관계를 끌어내려했다. 이어서 이 대상물을 자기만의 공간해석과 색감, 새로운 구도로 담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같은 장소, 같은 앵글에서 생트-빅트와르를 담아냈던 1885-1887년(그림1), 1898-1902년(그림2), 1904-1906년(그림3) 제작품들을 비교하자면, 구도나 화법에서 변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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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만 해도 고전 풍경화의 원근법과 구도를 존중했다. 가까운 거리에 나무나 바위를 배치하여 짙은 색감으로 붓질작업을 많이 한 후 점차적으로 멀어지는 풍경에는 옅은 색감을, 더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에는 투명한 푸른 색감을 가미하면서 전통적인 색채 원근법을 사용했다. 반면 1898~1902년 제작 작품은 산이 한층 가까운 구도 속에 자리 잡고 주변풍경은 훨씬 단순화된다. 화폭 속의 노란 집은 바로 샤토 느와르이다.

1904~1906년 제작한 작품에는 세잔만의 원근법과 구도, 색감으로 한층 구체화된다. 관찰대상과의 가시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지각력을 표현한 거의 추상화에 가까운 화폭이다. 1880년대 화폭 앞부분에 배치된 나무들의 형태도 추상적으로 암시될 뿐이다. 땅, 산, 하늘을 담으면서 3차원 고전 풍경화법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붓질과 색감으로만 추상적인 이원적 구도를 자아냈다. 
이 화폭은 세잔이 생-빅트와르를 담아낸 마지막 유화 중 하나이자 걸작으로 간주한다. 이 작품에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던졌던 이는 바로 세잔 자신이다. 화폭을 제작한 이후, 늙음과 질병이라는 잔인한 인간조건과도 맞닥뜨린 세잔은 색감과 구도의 완벽한 일원화를 거두고자 평생 추구해왔던 예술적 염원을 결코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고 측근에게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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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상프로방스의 '아틀리에'

사실 폴 세잔은 사후에 재능을 인정받았던 유명한 천재화가의 군단에 속한다. 세잔이 화가로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얻는 시기는 탄생 100주년인 1939년 이후부터이다. 이때부터 세잔 기념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06년 폴 세잔이 세상을 떠났을 때 엑상프로방스의 아틀리에는 몇 백 점 화폭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세잔의 외아들은 금전이 필요했던지라 화폭들을 10개 단위로 묶어 주변사람들에게 헐값으로 처분했다.
 
이보다 앞서 1902년 에밀 졸라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파리근교 메당 저택에서 고인의 유품이 정리됐다. 이때 천장 다락창고에서 아무렇게나 방치된 세잔의 화폭들이 발견되었다. 사이가 좋았던 친구시절, 세잔이 졸라에게 선사했던 화폭들이다. 세잔의 작품을 벽에 걸지 않았던 졸라도 사실상 친구화가의 재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세잔이 부모의 유산상속 덕택으로 난생처음 아틀리에를 신축할 여력이 생긴 것은 1901년이다. 처음에는 르톨로네 마을 근처의 샤토 느와르를 구입하고자 했으나, 소유주가 매매를 거절했던지라, 생트-빅트와르가 잘 바라보이는 엑상프로방스 주변 로브(Lauves)언덕에 토지를 구입했다. 1902년 9월, 세잔은 일생일대에 처음으로 천장 높이 5m, 제대로 구색을 갖춘 아틀리에를 소유할 수 있었다. 

세잔은 마지막 여생 3년 동안 엑상프로방스의 도심 아파트에 기거하며 아침이면 아틀리에를 향해 로브언덕을 올랐고, 여력이 생기면 르톨로네 마을까지도 다녀오곤 했다. 이 기간 중 엑상프로방스 아틀리에를 찾은 방문객은 총 16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세잔은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오늘날 세잔의 아틀리에를 찾는 방문객은 매년 10만 명을 육박한다. 화구와 정물화용 소도구들이 유품으로 잘 간직된 면적 53㎡ 화실은 20여명만이 동시입장이 가능하여, 때로는 참을성 있게 입장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단체관광객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되기 마련이다. 
로브언덕도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는 주차공간을 찾느라 진땀을 흘릴 정도로 번잡한 주거지역으로 변신했다. 어쨌든 세잔의 아틀리에를 찾는 이들은 갈수록 더욱 늘어날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한편 세잔의 발자취를 찾아 생트-빅트와르 근처에 아예 둥지를 마련했던 후배 화가를 꼽는다면 단연 피카소이다. 세잔이 피카소에 미친 영향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피카소는 1958년 생트-빅트와르의 산간마을 보브나르그(Vauvenargues)의 17세기 성을 구입하여 1959년 2월부터 1961년 6월에 걸쳐 체류했다. 보브나르그 성을 구입한 뒤 피카소는 지인 화상에게 “세잔의 생트-빅트와르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화상은 어떤 화폭이냐고 물었다. 피카소는 “진짜를 구입했다”고 대답하며, “세잔은 산을 그렸지만, 나는 그 산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바로 이곳에 피카소의 무덤이 있다.
‘세잔의 길’ D17 뿐만 아니라, ‘피카소의 성’으로 유명한 보브나르그로 이어지는 산길 D10, 그리고 주변 마을들은 생트-빅트와르의 카리스마적인 진수를 발견하는 명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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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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