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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화유산을 보존, 복원하는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고자 이색적인 슈퍼로또, ‘문화유산 로또(Loto du patrimoine)’가 등장한다. 자금부족으로 방치되어 허물어져 가는 유적지들을 지켜내기 위한 일종의 구출작전이다. 

‘문화유산 로또’ 출범은 프랑스2 TV채널의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마을들’ 인기프로의 진행자 스테판 베른(Bern)이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우리의 문화재는 무궁무진한 금광이나 다름없다. 이 찬란한 문화유산의 후광으로 해마다 8,900만 지구촌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제1의 관광대국이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금부족으로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훼손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문화유산 로또’의 탄생은 필연적인 것임을 역설했다.

▶ 국가가 장려하는 로또사업

‘문화유산 로또’ 출범 마케팅은 지난 5월 31일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주관했다. 이날 엘리제궁은 유적지보존, 복원작업 전문가, 문화재보호협회 회원 등 관련 종사자들 500명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보전, 복구공사가 시급한 문화재 270개 리스트도 작성됐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문화유산 로또’ 홍보차원에서 스위스 국경지대 페르네-볼테르(Ferney-Voltair) 시골마을의 명물 ‘볼테르 성’을 특별 방문했다. 올 5월말까지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었던 명소이다. “볼테르가 옛 모습을 되찾은 성을 바라본다면 무척 기뻐할 것”이라며 유적지 보존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볼테르의 성’은 볼테르(1694~1778년)가 1758년에 구입하여 마지막 여생 20여년을 보냈던 곳이다. 이때 볼테르의 지인들인 내로라하는 문인, 철학가, 정치인들이 즐겨 찾았던 장소로 당대에도 이름을 떨쳤던 명소이다. 볼테르가 직접 손에 흙을 묻히며 정원을 가꿨다고 하는데, 오늘날 성을 에워싸는 공원은 관광지로서도 일품이다. 볼테르 성의 보수공사비는 정부차원에서 9백만 유로가 투자됐다.

현재 프랑스는 총 44,000개 유적지가 문화재 보호물로 등재되어, 이중 6,000개 정도가 매년 보존, 보수작업을 거치고 있다. 프랑스 2018년 예산에서 문화유산 보수공사로 3억 2,600만 유로를 할애했다. 문화부에 의하면 전년도에 비해 5%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렇듯 국가차원에서 문화자산 관리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국가재정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 보호협회의 보고에 의하면, 자금부족으로 주민 2천 명 미만의 시골마을에 주둔하는 문화유산들이 가장 푸대접을 받고 있다. 50% 가량이 그냥 방치되어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슈퍼로또를 출범하며 그나마 문화재보호물로 등재된 유적지들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수작업이 필요한 270개 리스트가 작성되었던 터이다. 여기에는 19세기에 발명된 ‘마르세이유 조수간만 측정기(Marégraphe)’, 1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를르의 ‘몽마쥬르 수도원(Montmajour)’, 루이 14세 시대에 준공된 길이 360km의 ‘미디 운하(Le canal du Midi)’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디 운하’의 경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운하 중에 하나이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수송 통로로서 19세기 산업혁명에 크게 기여했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배들이 여전히 항해하고 있다. 운하가 지나가는 주변 고장들 역시 제각기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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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사업으로 18개 지역에서 각각 선정

2018년 1차 로또사업의 일환으로, 일단 18개 지방에서 고루고루 유적지 18개가 선정되어 보전, 복구공사에 들어간다. 
이들 18개 유적지들 중 파리근교에서는 부지발(Bougival) 마을의 비아르도 빌라(Viardot)가 선정됐다. 러시아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이반(1818-1883년)이 1874년 구입했던 별장으로, 당대 19세기 문인, 예술가들이 만남의 장소로 즐겨 사용했던 장소이다. 현재 빌라의 벽은 금이 간 상태라서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붕괴위험마저 안고 있다한다.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글래낭 군도에 떠있는 ‘시고뉴 요새(Fort Cigogne)’.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영국해협의 유명한 해변도시 셰르부르에서 가까운 카르느빌(Carneville)의 ‘카르느빌 성’, 남불지방은 토람-오트 마을(Thorame-Haute)의 베르동 강물에 걸려있는 1688년에 완공된 물랭 다리(Le pont du Ondres), 로쉬포르의 명물 ‘피에르 로티의 집’ 등이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다. 터키궁전을 연상케 하는 피에르 로티(1850-1923년)의 집도 2012년부터 일반인 관광방문이 중단된 채 보수공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이들 18개 유적지들의 보수공사비는 ‘문화유산 로또’의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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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출범하는 긁는 즉석복권과 슈퍼로또 

제1차 사업으로 오는 9월 3일부터 긁는 즉석복권 1,200만 장이 프랑스 복권공사(La Française des Jeux)의 발행으로 판매 개시한다. 복권 1장 당 가격은 15유로. 적어도 10유로 내지 15유로짜리 복권에 재당첨될 확률은 3장 당 1장으로, 당첨확률이 제법 높은 편이다. 1등 최고 당첨액수는 150만 유로에 이른다. 
특히 오는 9월 14일 금요일은 문화부처 주관으로 슈퍼로또를 추첨한다. 유럽문화유산의 날인 9월 15일과 16일보다 하루 선행되는 행사이다. 추첨복권은 기본 3유로부터 시작, 1등에 당첨되는 최고의 행운아는 무려 1,300만 유로의 대박을 거머쥔다. 

‘문화유산 로또’로 주최 측이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1,500만 내지 2,000만 유로로 집계된다. 문화유산 로또사업 방송진행은 해마다 6월이면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마을들’을 선정하는 인기프로그램의 유명한 진행자 스테판 베른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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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우리 유산을 지킨다! 

마크롱 대통령이 ‘문화유산 로또’ 출범 마케팅을 직접 담당했고, 여기에 1차 사업에서 선정된 18개 유적지 발표와 더불어 로또에 대한 반응은 대체적으로 뜨거운 편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현재 프랑스에는 보전, 보수작업이 필요한 크고 작은 유적지는 2천여 개에 이르며, 여기에 투입되는 총자금은 20억 유로로 집계된다. 2천만 유로를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로또사업을 벌이는 것은 그야말로 옹색한 수단이라는 반발이다. 

문화부장관이 밝힌 보고에 의하면, 현재 리스트에 오른 270개 유적지만 하더라도 보전, 보수공사로 투자되는 견적비가 3억 2,600만 유로. 로또사업 수익금으로는 턱도 없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스테판 베른은 문화유산은 국민 각자가 지켜야할 자산이며, 로또를 통해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더 깊은 취지가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시민 각자가 로또를 구입하면서 문화자산을 함께 지켜낸다는 공동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 나아가 수익금 이외에도, 로또 작전은 더 많은 기업체와 개인 메세나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슈퍼로또 추첨은 해마다 9월 한 차례 시행할 것이라고 마크롱 대통령이 밝혔다. 1차 추첨은 올해 9월 14일에 이어, 2차는 2019년 9월에 다시 실시한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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