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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바닷가 등대 주인이 되어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판타지만은 아니다. 요즘 뜨겁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대가 있으니, 대서양과 육지를 잇는 조용한 어촌마을 리앙텍(Riantec)의 케르벨 등대(Phare de Kerbel)가 그 주인공이다. 
이 등대가 5월초 전문중개업자를 통해 부동산 매매시장에 등장하면서 프랑스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상 25m 등대 꼭대기에는 침대, 샤워, 부엌을 갖춘 20m² 원룸이 구비되어있다. 


▶ 럭셔리 호텔로 개조된 등대

등대를 팔려고 내놓은 소유주는 60대 다니엘 제가(Jegat)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매스컴과 인터뷰를 통해 게르벨 등대를 30만 유로에 구입했던 것은 2003년이라고 밝혔다. 당시 본인도 부동산 경매시장에 등대가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크게 놀랐는데, 등대에 오르는 순간 주변경관과 이 등대만이 지니는 매력에 매혹되어 즉석에서 구입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게르벨 등대는 1913년 신축공사가 시작되어 1925년 완공 가동되다가, 1972년 활동이 멈춰졌다. 특이한 내력은 1925년부터 1972년까지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질흑 같은 바다에 불을 밝혀주었던 등대지기는 놀랍게도 오노린 르괜(Honorine Le Guen)이라는 여성이었다. 1932년에 전기시스템으로 전환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증기와 기름을 이용하여 등대에 불을 지폈던 힘든 시절이었다.

2003년 당시 게르벨 등대의 꼭대기는 작은 창문 하나만이 나 있었을 뿐이다. 본래의 벽과 모습을 그대로 보전한 채, 내부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현재의 안락한 주거공간으로 전환시키는 대공사가 실시됐다. 

케르벨 등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체류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현재 알려진 하룻밤 숙박료는 600유로. 여름철 성수기나 황금 주말은 1년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등대 소유주가 밝혔다. 

부동산시장에 제시된 등대의 매물시세는 156만 유로이지만, 여기에는 옛 등대지기의 집도 포함된다. 등대 발밑에 자리 잡은 옛 등대지기의 집과 연료창고를 합쳐 면적 125m², 방 5개를 갖춘 민박집(gîte)으로 개조, 휴가객들에게 임대되고 있다. 8인까지 거주가 가능하며 넓은 거실 겸 살롱, 부엌과 연결된 베란다, 정원과 풀장, 사우나까지 갖춘 초호화급 저택이다. 

이 민박집의 1주일 임대료는 2,500유로. 여름성수기 예약은 6개월 전에 만료되기 마련인데, 주요 고객층은 파리지앵들을 포함하여 벨기에, 스위스인 등 외국인들이라고 등대 주인이 귀띔했다.

케르벨 등대는 긴 수로로 이어진 로리앙(Lorient) 항구에 정박하려는 선박들에게 길을 밝혀주었던 등대였다. 대서양연안 해변휴양지 포르-루이(Port-Louis)에서 가까우며, 앞바다에는 그루와(Groix) 섬과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섬 중에 하나인 벨일(Belle-île) 섬이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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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와 섬의 옛 선박통행 신호소 건물

케르벨 등대와 함께 그루와 섬에 주둔하는 옛 선박통항신호소(Sémaphore de La Croix) 건물도 새로운 주인을 찾고자 부동산매물시장에 선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일대 해안선을 감시, 통제하던 해안관망대 건물이 세워진 것은 1862년. 오래 전부터 방치되어 훼손된 건물을 현지 투자자가 구입, 도시의 특급호텔 못지않게 리모델링했다. 선박처럼 치장된 객실을 포함한 방 10개에 면적 300m²의 초호화판 저택으로, 자연과 더불어 고요함을 추구하는 휴가객들에게 임대되고 있다. 부동산 매물싯가는 192만 유로.

그루와 섬은 로리앙 항구에서 14km 지점에 위치하며 선박항해 소요시간은 약 45분이다. 서민들의 파라다이스로 간주될 만큼 소박함과 야성의 아름다움을 지닌 섬이다. 실제로 그루와 섬을 방문했다가 첫눈에 반해 아예 그곳에 집을 사들인 평범한 파리지앵 부부도 있다. 이들은 아스팔트 도시 문명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자동차를 차고에 넣어두고, 파리-로리앙 구간을 고속열차로, 로리앙 항구에서 다시 배를 타고 섬으로 달려가는 일을 낙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섬에 체류하는 동안에 무조건 걷는다고 하는데 거의 차량통행이 없는 섬이다. 

옛 선박통항신호소 건물은 항구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지점으로, 사방에는 바다가 보이고 야생토끼와 새들의 보금자리나 다름없는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걷는 것을 싫어한다거나 도심의 현란한 유흥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적적하고 심심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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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가 가능한 유일한 케르벨 등대

오늘날 무인등대가 등장하면서 옛 등대나 선박통항신호소들은 퇴물로 밀려난 채, 각자 다른 역할을 떠맡으며 생명력과 존재감을 지속시키고 있다. 

공항 관제탑처럼, 옛 선박통항신호소들은 주변이 내려다보이는 고지대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다. 오늘날 대부분은 각 고장의 문화공간으로 전환되어 로컬 아티스트들의 전시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사실 실내에 들어서면 아티스트들의 작품보다 바깥풍경에 먼저 매료될 만큼 각자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다. 

등대들 가운데는 옛 모습과 시설을 그대로 보존한 채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곳들도 있다. 유명한 실례가 뼁마르(Penmarc’h) 어촌마을의 에크뮐 등대(Le phare d'Eckmühl)이다. 1897년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60m, 멀리 약 30 내지 40km 떨어진 해안에서도 육안으로 보일만큼 우뚝 솟아있다. 나선형으로 돌고 도는 좁은 돌계단 307개를 오르려면 대단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데도, 옛날에 불을 비추던 등대 꼭대기에는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편이다. 

이번에 케르벨 등대와 옛 선박통항신호소가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사실 물레방아, 풍차 등 옛 특수건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부동산 에이전시들이 있고, 이들은 별도로 고객 명단을 갖추고 있어 일반인들은 모르고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케르벨 등대가 유난히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것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거주가 가능한 등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과 인간이 일심동체가 되는 완벽한 휴식처이자, 옛정서, 환상, 꿈이 가미된 또 다른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그만큼 화제가 됐다. 

유럽에서도 꼭대기를 주거지로 개조한 등대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케르벨 등대는 프랑스에서 부동산매매가 가능한 유일한 등대이다. 
등대 옥탑방까지 이르는 계단은 정확하게 123개, 7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이다. 20m² 공간은 사면이 대형 창문으로 둘러싸여 360도 각도로 주변경관과 대서양연안 브르타뉴 남쪽해안선이 파노라마처럼 내려다 보인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는 난간도 마련되어 있다. 
잠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완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독특한 취향의 고객들에게는 가장 오리지널하고 럭셔리한 옥탑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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