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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필뉴스
2019.10.03 09:56

[다큐] 무명의 레지스탕스




다큐멘터리 '무명의 레지스탕'스를 제작한 황정현 연출가의 제작 과정 관련 내용을 전제한다.


▶ 다큐멘터리 제작 계기는?

수년째 프랑스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다. 
2014년도에는 한국 안동에 뿌리내려 있는 퇴계 이황의 삶과 프랑스 클로뤼세성에 스며있는 다빈치의 생애를 교차하는 <퇴계, 다빈치를 만나다>라는 다큐를 기획, 제작했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서영해 선생님을 다룬 다큐 <파리의 꼬레앙, 독립을 외치다>였다. 2017년 여름 우연히 서영해 선생님에 관한 옛 기사를 보면서 유럽지역에서 이뤄졌던 임정의 독립운동, 일제 강점기 프랑스에 있던 한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서영해 선생님의 다큐 제작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취재를 이어갔다. 
1차적으로 한국의 역사자료와 옛 신문들을 뒤져 보았고, <구주의 우리 사업>이라는 파리위원부의 소식지와 1986년 파리 특파원의 한국 기사 등을 통해 러시아무르만스크에서 영국을 거쳐 프랑스에 정착하게 된 쉬프 한인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동시에 재불한인역사 100년이 되는 해. 2019년에 꼭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곧장 쉬프시청과 전쟁박물관, 마른 도청 아카이브를 찾아가 그들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 쉬프 한인 관련 역사 자료 최초 발굴, 쉬프 한인 사진 및 한인마을 최초 촬영      

쉬프시는 1차대전 격전지였던 곳이다. 소도시이지만 1차대전이라는 크나큰 역사의 심장부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다. 당시 무자비하게 쏟아졌던 포탄 속에서도 살아남은 쉬프 시청과 그 바로 곁에 자리한 전쟁 박물관. 그곳이 마치 우리 동네 동사무소, 우리 마을 도서관처럼 느껴질 정도로 쉬프시와 인근을 숱하게 드나들었다. 사실,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는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쉬프 지역 사람들은 한인들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런데, 좀 더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그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포탄을 해체하며 폐허가 됐던 마을을 복구하고, 참호 가득 쌓여 있던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장장 40km에 달하는 묘지를 만든 이들이, 타지에서 온 아시아인들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것. 중국인 혹은 인도차이나에서 온 베트남인 정도로 알고 있던 그들이 실은, 일본의 손아귀를 피해 필사적으로 프랑스로 온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우리 제작팀의 취재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통해 퍼져갔다. 
다큐 방영 후, 많은 이들이 물었다.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냐고. 어떻게 공개되지 않았던 지역까지 촬영할 수 있었냐고. 대답은 시간과 사람이었다. 다큐의 완성도는 시간과 돈이 좌우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한국의 독립제작사에게는 쉽지 않은 현실. 그래도 다행히 다큐멘터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년여 동안 지속적인 사전취재들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쉬프와 마른 지역 뿐 만 아니라 파리, 낭뜨 등 연관성이 있을 만한 아카이브들은 샅샅이 조사했다. 그리고, 그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많은 이들이 ‘제 3의 취재원’이 되어주었다. 해박한 지식에 친절함까지 겸비한 엘렌메오 전쟁박물관장(현재는 랭스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김)은 쉬프 지역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을 소개해주었고, 그들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을 취합할 수 있었다.  외교문서소장관의 르 슈발리에 국장은 쉬프 한인에 관한 외교문서를 최초로 발굴할 수 있게 해준 일등 조력자였고, 나바랭 전투의 영웅 구로장군의 손자, 엠마뉴엘 구로 해독은 1919년 러시아 무르만스크 한인들의 기록영상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쉬프의 에공시장과 마시주의 라바시장,  고댕 전 수앙시장 등도 당시 한인들의 역사를 찾아가는데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취재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들이 ‘정확히’ 알지 못했던 쉬프 한인들의 이야기를 먼저 전하고, 왜 한국인들과 프랑스인들 모두에게 100년 전 그들의 삶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한결 같이 그들은 그런 역사를 몰랐던 것과,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앞서 이야기한 수 많은 조력자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진심으로 다큐에 힘을 보태고 싶어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최초로 공개된 한인마을 역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가 취재를이어가는 동안 쉬프 한인들에 대해 취재하는 다른 팀들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 한인마을은 담지 못했다. 이유는 한인마을로 예상되는 지역 대부분이 지금도 포탄이 발견될 만큼 위험한 곳이라서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군사지역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방법은 계속 문을 두드리고 설득하고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기획 단계부터 항상 함께해 온 프랑스의 김효찬 PD가 가장 많은 공을 들여서 군부대를 설득했고, 너무나 다행히 촬영 일자에 임박해 최종 허가가 떨어졌다.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막상 허가를 내 준 후에는 연대장을 비롯해 많은 부대원들이 현장 이동부터 안내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특히 군 역사 전문가인 에리크는 당시 마을 사진과 자료들을 찾아주었고, 마을의 위치나 당시 상황까지 고증해주었다.  

▶ 쉬프 한인 2세들과의 만남       

홍재하는 쉬프 한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유럽 최초의 한인단체 재법한국민회의 2대 회장이었다. 그가 남긴 유품(현재 한국 국사편찬위 기증돼 있음) 속 한인들의 서신을 보면, 그는 당시 한인들이 가장 믿고 따랐던 큰 형님이었다. 그는 쉬프 한인들을 이끌며 힘들게 번 돈의 1/3을 독립자금으로 내놓도록 독려했고, 파리위원부의 황기환이 도미한 후부터, 서영해(임정 최초의 주불대사)가 고려통신사의 기자 신분으로 1920년대 말부터 해방때까지 임정의 외교전을 이끌 때까지 임정과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인물이었다. 해방 후에도 계속해서 나라와 동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도맡았던 리더였다. 
사실, 쉬프 한인 2세들을 찾는 것은, 우리의 여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1970~1980년대 한국의 옛 기사나 자료를 통해 홍재하와 몇몇 쉬프 한인들의 이름, 그리고 홍재하의 가족들의 이름 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행방을 찾을 단서는 너무도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우리에겐 행운처럼, 이승만 탄핵 소식을 실은 독립신문 호외와 재무부포고령 1호 등 중요한 역사적 사료를 유품에서 찾아 냈다는 홍재하의 아들(차남) 장자크 홍 푸안과 그를 돕는 김성영, 송은혜 부부의 뉴스가 전해졌다. 우리는 김성영, 송은혜 교수 부부의 도움으로 너무나 다행히 홍재하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안과 연결되었고, 우리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장자크를 통해 홍재하의 동료이자 동서, 장자크의 이모부가 된 전달명의 2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오랜 설득 끝에 전달명의 3남매도 카메라에 생생히 담을 수 있었다.   
이용제는 김효찬PD가 프랑스의 자료를 샅샅이 뒤지던 중에, 이용제의 가문 사이트에 올려져 있던 육성 파일을 찾게 되면서 그 존재를 더욱 확실히 소개할 수 있게 됐고, 2세들과도 연결됐다.  
그들 모두는 공통점이 많았다. 모두가 한인 2세였지만 한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다. 그 이유 또한 어찌 그리 똑같을까. 그들의 아버지들은 모두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 것이고, 그래서 그 때 가면 당연히 배우게 될 것이니 굳이 지금부터 배울 필요가 없다며 가르치지 않았던 것. 
그들의 입을 통해 만나게 된 쉬프 한인은 가족들이 제일 먼저인 책임감 넘치는 가정이었고,, 엄격한 듯 하면서도 한없이 자상한 한국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눈을 감는 순간까지 돌아가지 못한 고국을 그리워했던 애달픈 디아스포라였다. 

▶ 후속 다큐멘터리 제작 관련       

<무명의 레지스탕스> 2부작은 올해 8월 한국에서 방송됐다. 그 사이, 중요한 사건이 생겼다.  
바로, 쉬프한인들의 리더, 홍재하가 그 공적을 인정받아, 사후 60년 만에 서훈을 받게 된 것 (2019. 8. 15. 대한민국 애족장). 게다가 평생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소원이었던 홍재하가 마침내 내년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게 됐다. 이 감격적인 순간을 그 대신 그의 아들인 장자크 홍 푸안이 맞게 됐다. 아버지를 대신해 한국 보훈처로부터 초청되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훈장을 받은 것이다. 우리가 프랑스에서 촬영할 당시부터, 아버지의 서훈을 위해 가슴을 졸이며 준비하던 장자크와 김성영 송은혜 부부의 모습이 떠올라, 우리 역시 가장 감격적인 순간으로 새겨졌다.  
이 모든 순간들. 장자크의 한국 일정을 우리는 유일하게 팔로우하며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 통화로 처음 인사했던 한국의 가족, 친지들과도 마침내 상봉하는 순간도 모두 담았다. 이유는 바로 쉬프 한인 다큐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후속작은, 장자크 홍 푸안의 한국 방문을 통해 홍재하의 삶이 어떻게 기억되고 이어지는지, 그리고, <무명의 레지스탕스>에서 각기 등장했던 쉬프 한인 2세들이 그들의 아버지들이 연대했던 것처럼, 100년 만에 뜨겁게 한 자리에 모여 만나게 되는 현장을 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외에 전편을 통해 찾아낸 다양한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다른 쉬프 한인 2세들의 행적을 찾는 과정과 쉬프 한인들의 또 다른 이동 루트를 찾아내,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을 맞춰보고자 한다.  또한, 홍재하의 생전 모습이 기록된 기록 영상도 처음으로 공개하고자 한다.
쉬프 한인들의 역사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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