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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2020.01.11 14:33

2020 경자년 새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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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지난날들을 뒤로한 채 경자년 새해를 맞이했다. 누구나 새해를 맞으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일년 동안 할 일들을 구상하며 첫 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막상 새해를 맞이했지만 미래라고만 여겼던 그 날이 마침내 현실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누구나 미래에 대해 자못 궁금하면서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상념에 잠겨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게 된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것이 인간의 한계요 미래이고 미래란 날씨와 유사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기처럼 미래란 예단하기 어려운 기변적 존재이다. 베노아 가농 Benoît Gagnon은 ‘과거는 미래의 계시이며 미래는 끝없는 과거. Le passé est l'oracle de l'avenir, et l'avenir est un interminable passé.’라고 했다. 미래를 알고자 하면 지나온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고, 그래서 과거의 연장선상에 미래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그 누구도 시간에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과학이나 문화적 형태들은 모두 이 시간의 흐름에 맞춰 문명이 구축되고 문화가 형성되어 온 것이다. 지금 맞은 새해를 ‘경자년 庚子年’이라 칭하는 것도 결국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해 놓은 문화적 함의 含意에서 나온 것이다. 

각 해마다 붙는 호칭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이라고 여기던 시時 일日 달月 해年에 이름을 붙여 인간과 우주의 조화, 만물의 흐름을 표기한 것이 바로 각 해의 별칭이다. 이는 60년을 사이클로 갑자에서 시작되는데, 땅의 시간인 십이지와 하늘의 시간인 십간을 조화시켜, 인간과 우주가 흘러가는 하나의 큰 흐름과 주기를 구별하는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12지는 중국에서 발생해 은殷왕조에 이르러 널리 사용됐고 한대漢代 중기에 와서 12지를 시간과 방위 개념에 연결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쥐띠의 해인데 12지를 동물과 연결시킨 것은 후한後漢 때 왕충王充이 쓴 ‘논형論衡’에서 처음 나타난다. 이것이 한국과 일본, 북쪽으로는 몽골, 남쪽으로는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전해지고 멀리는 멕시코까지 전파되었다. 12지가 동물들로 상징이 된 것은 또 각 동물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했다고 전해진다. 

경자년의 자子는 밤 11시~새벽 1시까지를 자시라 하는데 이때 쥐가 제일 열심히 뛰어다니는 때라 해서 자가 되고 쥐를 서鼠라 하기 때문에 서년鼠年이라 불린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한밤중인 자시로 구분하기 때문에 쥐가 하루 12지의 첫번 째가 된 것이다. ‘쥐 서鼠’ 자의 모양은 강인한 이빨, 앞발과 뒷발 그리고 긴 꼬리의 상형으로 이루어져있다. 자子는 갑골문에 어린아이의 머리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설문해자에 의하면 11월에 양기가 움직여서 만물이 새롭게 자라난다는 의미다. 이때의 자子는 ‘새끼 칠 자’로 ‘자손, 종자, 초목의 씨앗’과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경자년의 자子 에는 ‘무성하다’ ‘싹이 트기 시작하다’ 등의 의미와 함께 ‘다산(多産)’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상자일上子日- 쥐날에는 쥐불놀이를 하며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다. 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곡식을 훔쳐 먹고 살던 동물로 인식되어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기도 하지만 쥐에게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생존하는 동물이다. 

기록에 의하면 선원들 사이에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엔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지며, 작고 귀여운 이미지로 만화나 영화 캐릭터소재로 자주 쓰이는 동물이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만화 영화 캐릭터 ‘미키마우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의 대표 캐릭터 ‘피카츄’, ‘톰과 제리’의 ‘제리’ 등 쥐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디자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하늘을 대우주, 인간을 소우주라고 생각하여 사람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에 해당하는 천체의 위치에 의해 개인의 장래나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태어난 날에 해당하는 별자리를 찾아 개인의 성격이나 운세를 추측하는 별자리 점이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고, 별자리는 동양의 12간지와 마찬가지로 12가지로 나누고 있다. 12란 숫자는 동서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부푼 희망을 안고 맞은 경자년 새해이지만 지구촌은 동서를 막론하고 도처에 어려운 난제들이 흩어져 있다. 각국은 자국민 보호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급선회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한 반목과 분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고 있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인 것을 모두가 실감하고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나가도록 서로 화합을 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역사를 교훈 삼아 어려움을 잘 타결해나가야만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쥐는 “풍요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해 가는 것이라고 미래 예측가이자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말했다. 올해 지성집단인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한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죽고 만다는 뜻을 가진 공명지조 共命之鳥처럼 서로 머리와 지혜를 맞대고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상생의 길로 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작품 : La lumiere Nouvelle année de Paris 새 빛 속의 파리, 76 x 57cm, watercolor on paper, 2019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전 홍익대 교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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