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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2019.10.10 09:22

심포心包 를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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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De quoi vivent les hommes?》
잘 아는 대로, 1885년 저술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로 사람은 빵이나 돈이 아닌 이웃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쓴 소설이다. 이 단편 소설은 짧고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 사랑이란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결하고 따뜻한 생각의 결정체이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감정이나 생각, 기억 등이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이며, 무엇을 하고자 하는 뜻이고 마음을 쓰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인가? 헤아리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등의 정신 작용을 말하며 경험해 보지 못한 사물이나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행위나 무엇을 하기로 마음속으로 작정하거나 각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마음이란 판단과 인식 등의 정신작용을 하는 생각이 담겨있는 그릇이라고 보면 옳은 판단일 것이다. 마음은 고요하고 정지된 상태이다. 이 마음에 생각이란 정신작용이 시작되면 마음이 호수의 표면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일렁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에너지로 변해 생각이란 작용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듯, ‘마음’이란 밭에 ‘생각’이란 씨를 뿌리면 그로부터 발생된 판단과 인식 작용에 의해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정신적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은 각자 고유한 개성을 갖게 되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성격이 되며 그 성격에 의해 그 사람의 성품과 캐릭터가 형성되어 외화됨으로써 그 사람의 성격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성격이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우리가 자신을 깊이 생각해볼 때 마음과 생각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가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과연 마음이란 것이 뇌 속에 들어있는 것인지, 심장 속에 들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장기 속에 들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몸 바로 위에 부유하면서 항상 몸과 함께 따라다니는 무형의 존재인지를 전혀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과 생각은 시지각을 통해 볼 수는 없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성격을 낳으며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말 하는 것이다.
우리말에 ‘심뽀가 고약하다’ 라든가, ‘심뽀가 좋지 않다’, ‘도둑놈 심뽀’ 란 말은 그 사람의 굽고 좋지 않은 마음과 태도가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나쁠 때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심뽀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심뽀란 인간의 몸에 있는 오장육부의 한 부분으로 심장의 바깥막 즉 기혈(氣血)이 지나는 통로이며 낙맥(絡脈)이 연결되어 있고 심장을 보호하며 심장의 기능을 돕는 작용을 하는 장기(臟器)라고 한의학에서 알려져 있는 심포(心包)의 된소리이다. 물론 이 심포는 서양의학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장기로 X-Ray나 MRI촬영으로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인체의 한 기관임을 알 수 있다. 이 심포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이 곱고 온유할 수 있고 굽고 왜곡되어 있으면 나쁜 심뽀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놀부 심뽀’란 바로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체 내에 눈으로 보이지 않는 기가 흐르는 통로를 ‘경락’이라 하는데 경락은 ‘마음의 통로’라 하고 심포는 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심뽀가 고약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남을 비방하거나 해害코지를 한다. 해코지란 남을 괴롭히고 해를 입히는 못된 행위를 말하며 ‘무해誣害하다’는 말은 누군가를 거짓으로 꾸며서 해코지 한다는 말이다. 역사에 보면 간신들이 충신들을 무해한 사건들이 부지기수란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다.

근자에 이르러, 가뜩이나 좌.우 성향이 극명하게 대치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서로의 비리를 들춰내고 헐뜯으며 있을 수도, 있어서는 안될 비윤리적이고 비인륜적인 일들이 자행되고 있어 나라 전체가 양분된 채 술렁이고 있다. 이런 일을 자행하는 자들의 심뽀는 왜 이렇게 비뚤어져 있는 것인지 그 근원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선하고 올곧은 좋은 마음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마음 다스리기나 마인드 콘트롤 또는 명상을 하거나 믿음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지도자 역시도 사람이므로 물욕에 물들거나 사리사욕에 빠지면 비뚤어진 길을 걷게 되어 그를 따르던 무수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의 성격을 만드는 심포는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신비하고 놀라운 영적인 영역이므로 깊은 신앙심으로만이 곧고 올바른 성정性情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무늬만 신자가 아니라 진실로 깊은 믿음에 이르면 곧 자신이 절제할 수 없는 굽은 성정을 곧게 펴고 의로운 일로 들어서게 된다.

채근담에 “심자후예지근 미유근불식이지엽영무자 心者 後裔之根 未有根不植而枝葉榮茂者”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마음이란 후손들의 뿌리이니 뿌리가 뽑히고도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는 뜻으로 착하고 어진 마음은 후손들이 복락을 누릴 수 있는 뿌리이다. 뿌리 뽑힌 나무가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사악하게 쓰는 사람은, 그 후손들이 결코 복락을 누리며 살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삶은 물론 후손들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심뽀를 바르게 갖는다는 것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파리팡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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