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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13:51

펫과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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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과 영혼”  Les animaux et la spiritualit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들이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도구적이며 유희적, 사회.문화적, 윤리적인 존재이며, 그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을 개척해왔다. 그래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는 돌이켜 반성하는 삶을 말한 것이다. 

이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애완동물이나 다른 의지할 무엇을 찾는다. 인간은 원래 사회적 존재인 동시에 고독한 존재이다. 인간은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내면에 공허와 불완전한 감정이 자리 잡게 된다. 


얼마전 타계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평생을 솔로로 살았고, 그의 곁에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그와 삶을 같이했다. 패션 브랜드 샤넬과 펜디의 수장이라는 그에게는 ‘슈페트 라거펠트(Choupette Lagerfeld)’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그의 생의 반려자였다. 

슈페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고양이다. 최근에는 미국 패션 잡지 럭키(Lucky)의 표지를 장식했고,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와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고양이는 개인 집사는 2명을 두고 있으며 여행은 전용기로 다니지만 이 고양이의 삶을 단지 ‘주인 잘 만난 상팔자 고양이’라고 정의할 순 없다. 


뉴욕매거진의 뷰티&패션 매거진 더 컷에 따르면 슈페트는 작년에만 300만 유로(약 35억 48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구멍 뚫린 루이 비통 캐리어와 인공 눈물, 장난감과 브러시와 은식기로 구색을 맞춘 고야드 블랙 트렁크로 여행을 한다. 하루 빗질 두 번과 눈 트리트먼트를 수시로 발라주며 주인이 볼 수 있도록 업무 일지에 모든 걸 낱낱이 기입하는 하녀 두 명과 운전기사가 밀착 수비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우람한 경호원과 전속 주치의가 있다. 부엌이나 바닥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음식이 담긴 고야드 접시를 테이블에 놓으면 맛을 본다. 


앤티크 레이스나 앤티크 리넨을 갖고 꼴레뜨 쇼핑백에서 놀고 물에 젖기라도 하면 짜증 내는 이 고양이를 보고 ‘다음 생애에 슈페트로 태어나고 싶다’는 패피들의 농담이 떠돌 정도라니 가히 놀랍기만 하다. 

슈에무라와 협업하며 ‘Shupette’라는 화장품 이름마저 탄생시킨 브랜드 파워를 지녔다. 또 <Choupette: The Private Life of a High-Flying Fashion Cat>이란 책까지 발간했으며,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을 위해 아빠와 함께 달력을 제작해 무려 38억원쯤 벌어들였다 한다. 게다가 엄청난 유산까지 물려받았다니 참 대단한 펫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근자에 이르러 애완용으로 기르는 개들이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변하면서 ‘귀여운 동물’에서 인간의 ‘동반자’로 격상됐다. 집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1000만명 이상이 동물과 함께 살고 있고,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어, 국민 5명 중 1명은 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한국인의 동물 사랑은 각별해 관련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애완견의 경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애완견용 가방이 출시됐고 개와 주인이 함께하는 요가까지 등장했다. 강아지 전용 옷장이 따로 있으며 민감한 피부를 위한 유기농 면 소재 옷도 나왔다. 애견 호텔 스파에서 마사지까지 받는 강아지도 볼 수 있다. 이같이 ‘호화로운’ 소비 행태에 대해 애견인들은 ‘강아지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최근 애완견이 죽었을 때 반려견 장례 요청에 종교인들이 난감하다는 미디어 보도가 있었다. 동물도 천국에 가나요?라며 동물의 영혼 유무가 이슈가 되는 세상이다. 어느 종교인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는 이웃이 우리 주위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동물에 대한 지나친 물질적, 정서적 집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갈한다. 


동물은 생물학적 차원에서 유기적인 현상으로서의 생명을 가진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신자가 늘면서 일부 종교인들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키우던 사람을 위로해 주는 차원에서 예배를 할 수 있고, 반려동물 문제에 대해 신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다. 동물의 영혼 유무 문제에 대해 종교인들 입장 또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근자에 ‘펫 컬쳐 Pet culture’란 신조어가 생기고 펫 컬쳐 엑스포도 열리는 시대가 되었다. 사후에 다시 살아 돌아와 펫에게도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를 명명백백하게 증언해줄 사람이 없는 한, 현대인들은 영혼과 영생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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