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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2019.03.07 09:44

이방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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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 천정에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색채의 대가라 불리는 마크 샤갈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꿈결 같은 환상의 세계와 몽환적 이미지들로 유명한 그는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이다. 

파리 중앙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피카소는 스페인 출신이었다.

방사능 분야의 권위자이자 여성 최초의 노벨상과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았던 마리 퀴리부인은 폴란드인이었다.

29세의 나이에 ‘이방인’이란 소설을 써 자신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인이었다. <이방인>의 주제는 ‘실존의 증명’이다.


이방인으로 태어나 이방인으로 살다 죽는 실존의 삶은 끊임없이 불합리와 부조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나라를 지배하는 두 정부가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과 갈리마르 출판사다.” 


1911년 창립돼 100년이 넘은 이 지성의 산실에서 나온 통계가 있다. 프랑스 최대의 베스트셀러 겸 스테디셀러를 집계해보니 2위가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베리(2600만부), 3위가 장 폴 사르트르(2100만부)였다. 1위는 바로 2900만부가 출간되었던 카뮈의 이방인이었다.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Meurso)란 이름이 태양(soleil)과 살인(meurtre)을 합성한듯한 뉘앙스를 연상시키는 이름인 것처럼 소설의 핵심도 삶의 부조리와 사회 시스템의 불합리를 다루고 있다.


알다시피, 프랑스는 가히 치즈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나라다. 노르망디를 방문한 나폴레옹을 위하여 그곳 부인들이 준비했다고 하는 카망베르를 비롯해 1,600가지가 넘는다고 하고, 그 맛도 다양하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치즈를 먹는 국민들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켈트족의 한 분파이면서 골족(Gauls)이라고 불리는 갈리아(Gallia)인들이 기원전 10세기경부터 살았다. 기원전 1세기경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정복된 후에는 갈로로망(Gallo-Romain) 문화를 만들어냈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중국’이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졌던 프랑스는 20세기 들어 출생률의 감소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인력손실로 말미암아 인구증가가 정체되면서 1930년에는 외국인 증가율이 미국을 앞지르는 주요 이민국(외국인 노동자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주요 생산시설 및 사회간접자본의 파괴는 경제복구과정에서 새로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했으며 아프리카 식민지의 값싼 노동력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유입된 아프리카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1970년대 중반에 프랑스에서 “2대 중의 1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2채 중 1채의 아파트와 도로의 90퍼센트를 건설”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는 외국인에게도 집 보조금을 준다. 그러다보니 요리 제빵 패션 뷰티 스쿨에 많은 외국인들이 몰린다. 학교를 가면 교실에 10명 중 3명은 아랍계, 2명은 아프리카계, 2명은 아시아계, 3명은 프랑스인들인데 그 마저도 부모 중 한명은 독일이나 스페인 혹은 이태리계의 프랑스 아이들이다. 프랑스는 오랜 이민 역사가 있고 본인들도 여러나라의 피가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프랑스에 파리는 없다’라든가 ‘프랑스에는 프랑스인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세간에 회자되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모두가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정세가 변해감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똘레랑스’라는 관용의 나라에서 점점 삶이 팍팍해져가는 모습은 노란조끼들 Les gilets jaunes 의 시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래저래 이방인의 삶이란 점점 더 치열해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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