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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2019.02.07 11:40

포스트모더니즘과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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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 도처에 드리워져 있다. 이 시대를 포스트모던이란 말로 특징지은 사람은 프랑스 철학자 장 프랑스아 리오타르였다.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과 인간의 이성, 그리고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문명은 놀랍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2차대전, 환경파괴 등 이성의 부작용이 크게 드러나 이에 대한 회의와 비판으로 일어난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모더니즘이란 말에 ‘뒤’나 ‘후’를 뜻하는 포스트라는 접두어를 붙여 만든 말로, 1960~70년대 미국에서 문학과 건축 등의 예술 관련 분야에서 태어났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으며 미술의 영역에서도 예술가의 독창성과 전통의 권위 모두를 의문시 했고 재현의 비판으로 전개되었다. 1980년대 이래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었던 레비-스트로스, 자크 라캉, 알튀세르, 미셸 푸코, 들뢰즈, 가타리, 데리다, 리오타르, 보드리야르 등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탈근대’란 의미이다. 예술에 있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발소 그림, 탐정소설, 공상과학소설 같은 저속한 것(키치, kitsch)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작품을 섞어 쓰는 혼성모방(패스티쉬, pastiche)을 이용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을 몇가지로 열거해 보면, 불확정성(indeterminacy)이다. 불확정성이란 현대문화의 여러가지 특성들 - 애매모호성, 불연속, 임의성, 반역, 곡해, 무작위, 해체, 변용을 포괄하는 의미로 절대성이란 없으며 삶의 다양성과 우연성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서는, 단편화(framentation)현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이 전반적인 상품 유통 속에 편입되어 단편화를 위한 단편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탈 정전화(decanonization)현상이다. 정전(正典)이라 함은 이제껏 고전이라 인식해왔고, 보편적 가치로 신봉해온 것들에 대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표방하거나 서구 중심주의, 엘리트주의, 남성 중심주의의 표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이러한 탈정전화는 필연적으로 대중주의를 탄생시켰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소위 고급문화나 엘리트주의를 거부하고 대중 속에 위치하는 예술을 지향하는데 문학에서는 추리소설, 공상과학소설, 여성문학 등이 등장하고 미술에서도 코카콜라병이나, 슈퍼맨의 만화를 이용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들이 높이 평가받게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전통과의 단절’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전통과의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여러 전통들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음력을 사용하고 음력에 맞추어 모든 전통적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구촌에는 양력과 음력을 각각 병행해 사용하는 민족들이 있다.
알다시피, 양력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를 년월일시로 표시한 것이고, 음력은 지구가 달 주위를 돌고 있다는 잘못된 사고에서 그려진 년월일시이다. 양력陽曆은 태양과 지구간의 운동변화를 기준으로 만든 역법(曆法)으로 태양력 (太陽曆)이라 하고, 음력(陰曆)은 달의 차고 기욺을 기준으로 한 역법이며, 일반적으로 태음력을 가리킨다.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고종황제가 연호(年號)를 건양(建陽)으로 정하고,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변경하여, 이를 온 나 라에 선포하고 부터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영농문화는 오랜 기간 중국문화에 종속되어 왔기에 쉽게 사대주의 풍습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주위 여타국의 선진문명을 받아들일 만한 국민정서도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음력을 고집하는 풍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음력의 혼용에서 빚어지는 여러 모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음력 설을 쇤다. ‘설’은 ‘설다’, ‘낯설다’, ‘익숙하지 못하다’, ‘삼가다’ 등의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어느 민족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설날을 맞는 설빔, 차례, 세배, 덕담 등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민속적 공통언어이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음력 설을 새해 명절로 여기고 지키는 것은 시대의 역행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선대로부터의 영혼의 끈을 이어가고자하는 간절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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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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