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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의추억
2018.08.30 09:52

카나다인 구원투수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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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항공사의 수난시대인가?
한국과 프랑스를 보자면, '그렇다'. 두 나라의 국적 항공사는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대한항공이 직면한 문제는 거의 매일 한국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에어프랑스(이하 AF)는 어떠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상황 자체는 같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다르다. 
AF는 주식의 15%를 국가가 가진 공기업이다. AF 이사회는 지난 8월16일,‘벤자민 스미스’(Benjamin Smith)씨를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AF 최고 경영자로서는 최초의 비프랑스인이다. 그는 카나다 영국 호주 등 3개의 국적을 가진 ‘에어카나다’ 2인자 출신. 
벤자민씨가 AF를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과정은 가히 파격적이다.
우선 프랑스 국영기업을 경영할 운영자를 찾는데, 미국계 고급 인력 헤드헌터 회사에 위임했다. 과거에는 교통부 장관의 추천에 따라 대통령의 승인으로 임명되던 자리였다. 프랑스 고위 관료 출신들이 낙하산 성향이 전통이었다.

카나다인을 최고 경영자로 뽑은 이유는?  
첫째, 적자가 눈 앞이다.
둘째, 이로 인하여 프랑스 이미지가 암담할 수도 있다.
셋째, 1차 파업(지난 5월) 이후 AF는 최고경영자 없는 항공사였다.
넷째, 9월 중 2차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다섯째, 1차 파업 때 15일간 손실액이 5억 유로이다. 2차 파업이 실행된다면, 예측 불허다. 
여섯째, 직접 고용 직원 수가 3만5천명이다. 협력회사와 직계가족까지 합치면 10만명의 생계가 걸린 거대 공기업이다.
일곱째,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나 AF 종업원 모두 패배자가 될 것이다.  

만일 그동안 AF가 잘 굴러 갔더라면,  국적 항공사 경영을 외국인에게 맡겨야 할 이유가 만무하다. 
이 결정이 얼마나 파괴력이 강한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하여 한국과 비교하여 예를 들어보자. 즉, 대한항공 경영을 대만사람에게 위임한다면? 한국 현실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사안일 것이다. 
어찌하여 프랑스가 프랑스인 관료 출신들을 포기하고 외국인을 최고 경영자로 영입하지 않았으면 안 되었을까?

그간 AF는 경영진과 종업원의 관계가 물에 기름을 섞은 것과 비슷했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했고 결과는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 손실이 고스란히 정부 예산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파업의 핵심 세력인 조종사들은 연봉 5%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은 1.5%로 협상하다가 실패했다. 전직 사장이 그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AF는 지난 몇 달동안 사장없는 표류선과 같은 신세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에서 등장하는 긴급 구원투수가 바로 에어카나다 2인자 출신의 벤자민씨인 것이다.

벤자민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방년 47세, 카나다대 학사 학위뿐인 흙수저 출신이다. 프랑스 공기업으로서는 놀라운 반전이다. 대학 졸업 이후 그는 중단없는 승진의 길을 완벽하게 걸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출세가도의 첫 실마리는 1999년 에어카나다를 강타한 적자 행진의 해결사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일개 미니 여행사 사장 출신이 에어카나다 자문역으로 신분상승했는데, 성공의 열쇠는 저가항공(Low cost) 개척자로서의 활약에 힘 입어서였다.
당시로서는 항공사 역사의 전통과 상식을 파괴하는 엄청난 모험가였던 셈이다.  덧불여  설득을 전제로 한 ‘원가 쥐어짜기' 작전의 결과로 에어카나다가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과거의 핵심 인물이 바로 벤자민씨다.
이후 20년간 그는 논스톱 승진을 계속한다. 저가항공 사장, 화물항공 사장, 운항 사장 등 3개 사장직을 수행하는 7년간 ‘북미 최고 항공업계 경영자’(World Airline Award)에 뽑혔다. 그의 예외적인 경영 실적과 경력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파격 경영의 사건이었던 셈이다. 
 
항공사 업계에서 그의 평판은?
“항공업에 관한 한, 그는 백과사전이다. 종업원들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화합 성향의 경영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한다. 흙수저 출신이면서도 최고 경영자에 오를 수 있었던 덕목이 바로 이 점이었을 것이다.”
그가 AF 새 사장직에 선출되는 과정 또한 이채롭다. 프랑스 정부(AF 이사회)는 과거와는 달리 자신들이 새 사장을 선택하는 절차를 포기한다. 대신, 외부 사설 인력회사 Heldrick & Struggles (미국계 최고 경영자 인력 알선  전문회사) 에 일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프랑스 교통장관의 멘트 또한 이채롭다.
“AF로서는 기회이자 행운이다. 인사권을 비롯한  모든 결정권이 백지위임될 것이다.”

벤자민씨의 계약 연봉은 수당을 합쳐 120만 유로. 별도 보너스 규정에 따르면 그의 경영이 성공할 경우, 2021년 425만 유로. 그중 절반이 현금 아닌 주식 배당.  
참고로 AF와 KAL 조종사-승무원 연봉을 비교하면 AF가 대개 2배 높다. 단, 근무시간 수에서 KAL이 AF 보다 30% 정도 더 많기 때문에 이 비교는 매우 추상적이다. 세금문제, 퇴직 후 연금 등 또한 여러 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로 가늠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중국항공으로 이직하는 KAL 조종사의 경우, 국내보다 2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신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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