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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의추억
2018.04.12 17:14

아, 르 끌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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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행 기차를 기다리는 지난 4월9일(월)의 대합실에서다. 철도원 파업이 한창인지라 기차가 제대로 출발할 것인지 불안하다. 신문 가판대에 가서 ‘르 몽드’지를 샀다. 무료하고 불안한 시간을 이겨보기 위해서이다. 큼지막한 광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

노벨 문학상 수상 프랑스 작가의 신간 소설 안내서다. 
제목은 ‘빛나, 서울의 하늘아래’. 작가는 르.끌레지오.

아, 르 끌레지오!

내가 끌레지오를 처음 만난 것은 1963년. 그때 끌레지오의 나이 23세. 프랑스에서 혜성같이 나타난 작가로 이름을 날릴 때였다. 지금 그는 78세(1940년생). 나는 고교 1년생이었다. 그때 한국에서 세계 문학 전집이 인기였는데, 그의 단편 ‘홍수’가 실려 있었다. 55년 전이다. 그 해, 끌레지오는 ‘르노도(Renodot)’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세계문단에 등장했다. 이로부터 45년 후에는 노벨 문학상 작가가 되었다.

신작 소설 ‘빛나, 서울의 하늘아래’는 몇가지 특징을 지녔다.
우선,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쓴 한국 이야기, 한국사람들 이야기라는데 관심이 쏠린다.
둘째, 한글 영어 번역판이 원본인 프랑스어판 보다 먼저 지난해 12월에 발간되었다. (프랑스판은 4월초 출간)
거꾸로도 한참 거꾸로인 셈인데, 놀랄 일이 또 있다. 해당 소설의 원본에 해당될 불어판 발간 기념 모임이 서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3월13일 서울 광화문 교보에서 '2018 교보 인문학 석강-르 클레지오·황석영 특별 대담'을 통해서이다.

클레지오는 2001년부터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화여대 번역 대학원에서 몇 학기 동안 강의를 가진 전력도 가졌다. 그는 모교인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멕시코. 미국 등에서 작품 쓰기뿐 아니라 초청교수로 세계를 누빈 과거를 가졌다.

그의 한국 관심은 한국문학으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소설을 굉장히 많이 읽고, 좋게 평가하는 발언이 수도 없이 그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개인적으로 그는 작가 황석영을 “만일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소설가 황석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보낸 바 있다. 개인적으로도 각자의 작품을 통한 친분이 무척 두터운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프랑스 작가가 쓴 ‘빛나, 서울의 하늘아래’를 파리에 도착하여 이제 막 사서 읽어보는 중 간단한 인상부터 적어보자.

문장이 매우 편한 불어이다. 역시 거장 소설가 답다. 쉬운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진짜 대가라는 깨우침을 확인시켜 준다.
소설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내 이름은 빛나이다. 곧 18살이 된다.”
소설의 끝은?
“나는 19살 반, 빛나, 대도시 서울, 하늘 아래에서 나는 혼자이다..."

프랑스 작가로서 소설 속에서 한국을 등장시키는 작가는 끌레지오 이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있다. 그는 ‘개미’로 프랑스에서는 무명, 거꾸로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출발하여 프랑스 출판계에서도 유명 작가로 도약한 이색적인 과거를 가졌다.

두 작가 모두 자주 한국을 방문한 친한파로 소설 속에서도 한국과 한국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참고로 문학적인 측면에서 끌레지오와 베르베르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노벨상 수상 경력, 78세의 끌레지오가 세계-프랑스 문단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베르베르와 비교하기는 방향이 다르지만 친한파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공통점은 확실하다. 두 작가는 모두 프랑스에서 ‘2017년 가장 책이 많이 팔린 10대 작가’중의 한명으로 기록된 점도 같다.
자, 이제 제 3의 친한 프랑스 작가는 누구될까? 자못 궁금하다. (*)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신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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