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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의추억
2017.11.16 12:22

엘리제 궁을 위한 '바게뜨'는 과연 어떤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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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궁을 위한 ‘바게뜨’는 과연 어떤 맛일까?
조선시대로 치자면 상감마마를 위한 쌀밥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프랑스 대통령 궁에 상납되는 ‘바게뜨’를 먹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물론 놀랬다.
(내가 몇 년씩을 프랑스 대통령이 먹는 ‘바게뜨’를 먹고 있었다?)
신기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렇다면, 그 맛이 어땠는가, 또는 어떠한가부터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것이 에티켓이 될 것이다.
우선, 맛이 좋다. 값도 싸다. 비싸지도 않다. (개당 1.20유로).
짜지 않다. 건강 재료, 즉 건강에 나쁘지 않은 밀가루만을 사용한다. 당연하다.

자, 이제 물랭지기가 프랑스 대통령을 위한 ‘바게뜨’를 먹고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할 차례이다. 
바로 며칠전이다. 동네 책방에 갔다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책을 만났다.
“몽마르트르 사람들”
-(?) 이게 뭐지?
당장 사지는 않았다. 며칠을 두고 궁금해 하다가,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날 다시 책방에 가는 기회가 생겼다.
“노벨문학상 책? 그게 누구죠?”
-아, 오늘 발표된 작가 책 모르세요? 일본 사람인데 영국 사는 작가라고 하더라고요.
“출판사에 물어 봐야 겠네!”
하긴 수상작가 본인 조차 노벨문학상 위원회로부터 당선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도 장난전화로 생각했었다니, 충분히 이해할만은 하다. 
당사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의외로 받아 들였으니 미리 알고 재고를 찍어 낸 출판사가 프랑스에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헛발질을 하고 나오다가 다시 며칠전 눈 여겨 보았던 책을 다시 꺼내 살펴 보았다. 진짜 몽마르트르 사는 사람들을 소개한 책이다.
-(노벨문학상) 대신 이 책이나 사겠습니다.
그래놓고 며칠이 훌쩍 지났다. 드디어 한가한 시간이 나, 들척들척 읽기 시작했다. 
몽마르트르에 사는 유명인사들은 많다. 왕년의 피카소, 반 고호, 모딜리아니 등이 살던, 또는 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동네였으므로 그럴만도 하다. 
지금도 쟁쟁한 화가들이 이곳에 아뜰리에를 많이 갖고 있지만, 대중적인 유명인들도 많다. 영화감독, 배우, 코미디언, 단역배우 등 텔레비전, 영화 화면에서 보았던 유명인들을 동네 생선가게, 구멍가게, 까페, 식당 등에서 만날 수 있다.
희한한 것은, 동네 사람들이 이들을 절대로 유명인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적 특성이다. 아는 체 하거나, 싸인을 해달라는 사람도 없다. 식당에서 만나도 가재눈을 하고 안보는척 바라다 볼뿐 노골적인 시선은 전통처럼 금기시 되어있다. 유명 인물을 몽마르트르에서 만나면 노골적으로 인사하고, 대화하고, 싸인 받는 한국인들의 정서와는 아주 딴판이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물랭지기마저 그들처럼 무관심(척) 하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몽마르트르 사람들' 책 속의 등장 인물들은 누구일까?
유명인도 있지만, 그냥 평범한 동네 사람들도 꽤 많다. 또는 보통사람들 수가 더 많다. 식당 주인, 회전목마터 부부, 캬바레 주인, 주방장 등이다. 이 속에 빵집 조리사 겸 주인이 소개되어있다.
몽마르트르 중턱 ‘아베스’ 거리에 위치한 빵집 ‘그르니에 아 뺑’(Grenier a Pain)이다. 그의 이름은 ‘지브릴 브데앙’(Djibril Bidian). 40세의 세네갈 출신이다.
(아, 이 사람이 엘리제궁에 ‘바게뜨’를 공급했던 빵집 주인?)
주말에는 물랭지기가 고객들을 위한 빵을 사러 가는데, 그때마다 열심히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있던 사람, 얼굴이 숯 검댕이를 뒤집어 쓴 것처럼 새까만 빛깔의 성실한 조리사.
정말 일을 열심히 하는 종업원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바로 빵집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2010년과 2015년에 프랑스 최고의 금메달 ‘바게뜨’ 빵집으로 뽑혔다. 책 속에서 그는 “엘리제 대통령 궁에 ‘바게뜨’를 공급하던 빵 집 주인”으로 소개되어 있다. 재미나는 것은 우파 출신 싸르코지 전 대통령에 이어 좌파 출신 올랑드 전 대통령 때도 엘리제궁에 ‘바게뜨’를 공급했다는 것.
그러고보니, 기억나는 일들이 많다. 아닌게 아니라 아침 8시부터 밤까지 이 빵집은 (거의) 인산인해. 줄을 서서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행인들이 인파를 피해서 차도로 지나가야 하는 빵집이다.

어제 이 책을 읽고 나서 오늘 아침, 청소하는 분들에게 말했다.
-글세 우리가 사다 먹는 빵집이 엘리제궁에도 ‘바게뜨’를 배달하는 유명 빵집이라는군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닌게 아니라 친절하고 점잖더라구요. 저 또한 그냥 종업원 부부로 짐작했는데, 주인장이었군요.”
프랑스 최고의 ‘바게뜨’ 금상을 2번 받은 빵집, 그래서 엘리제궁에 ‘바게뜨’를 공급하는 빵집. 그 주인장 부부는 달라도 무언가 다른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Grenier a Pain 
40, Rue des Abbesses 75018 Paris

 
참고 문헌 : '몽마르트르 사람들'
(Right Brain 출판사 2017년판)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기자 등의 직업을 가진 Francois Pont 씨가 글쓴이. 문장이 간결하다. “몽마르트르 사람들”의 모습들이 훌륭한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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